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여름엔 공포 영화가 제격이라고 하죠. 게임도 다르지 않습니다. 소름 돋는 공포 게임을 하며 피부털을 삐쭉 세우고, 몸을 덜덜 떨다 보면 무더위도 잊히곤 하죠.
오늘 퍼스트룩은 하나의 게임 대신, 공포 게임 외길을 걷고 있는 전문 인디 개발사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재미있게도, 두 개발사는 시대를 역행하는 Lo-Fi 그래픽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선 같지만 공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서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 개발사 '칠라스 아트'(Chilla's Art)와 미국 개발사 '퍼펫 콤보'(Puppet Combo)입니다.
칠라스 아트는 2018년 경부터 스팀에 공포 게임을 출시해 온 일본의 자그마한 게임 개발사입니다. 직원도 단 두 명으로, 형제 개발자가 의기투합해 호러 게임을 만들어오고 있죠.
이 개발사의 특징은 보다 동양권 도시 전설에 기반한 '일상에서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칠라스 아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대부분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 대다수며, 일을 하던 중 괴기한 일과 마주치게 되죠.
칠라스 아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야근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주인공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입니다. 늘 밤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후 출근하죠. 칠라스 아트 게임의 특징은 대부분 이런 일상적인 행동을 게임 내에 구현해 놨다는 점입니다. 날짜가 지날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데워서 먹고, 옷을 갈아입고 손전등을 챙긴 후 출근해야 합니다. 스킵은 불가능합니다. 편의점 묘사 또한 기자가 일전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되살아날 정도로 나름 세세히 구현한 편입니다.
<야근사건>
칠라스 아트는 이런 일상적인 느낌 속에서, 의도적으로 배치한 괴기함과 답답함을 통해 천천히 유발합니다. 그래픽은 각종 효과를 통해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으며(옵션에서 조정 가능합니다), 인물 그래픽도 대충 만들어진 모델링 위해 실사 사진을 입혀 놓았기에 평범한 사람을 보더라도 불쾌하면서, 무언가 무서운 기분이 들죠. 주인공의 움직임도 현실에 맞춰 느리고 굼뜨며, 어둡거나 답답한 장소에 들어갈 일이 항상 발생합니다.
점프 스케어 또한 게임 내에 꼭 한 두 개 정도는 들어가 있지만, 이마저도 정적인 편입니다. 갑자기 주인공 앞에 사람이 나타나거나 CCTV에 유령이 등장하는 정도죠.
기자가 일부러 사진을 이상하게 찍은 게 아닙니다. 그래픽이 원래 이럽니다
편의점 음료수 진열대 뒤 창고 특유의 불쾌하고 답답한 느낌까지 구현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헉
덕분에 칠라스 아트의 게임은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더 좋은 게임이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많은 스트리머가 칠라스 아트의 게임을 플레이했기에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을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칠라스 아트의 게임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그리고 답답하면서도 천천히 조여 오는 동양식 공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들의 게임을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칠라스 아트는 게임을 마치 공장처럼 만들어내기로 유명합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20개의 게임을 스팀에 발매했죠. 대신 가격도 싼 편이니 부담을 내려놓고 간단히 즐기기 좋습니다.
한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폐점시간>
차기작으로는 목욕탕을 소재로 다룬 <지욕욕탕>을 개발 중입니다
▲칠라스 아트의 게임 (대표작 <야간사건>, <폐점시간>)
▶ 추천 포인트
1. 값싼 가격
2. 개발사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
▶ 비추 포인트
1. 너무나 답답한 게임 템포
2. 하기보다는 '보는 게임'에 가까움
▶ 정보
장르: 호러
가격: 3000원 ~ 5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팀)
# 슬래셔, 사운드, 괴기한 디자인으로 승부 보는 퍼펫 콤보
이런 동양식 공포는 지루하고, 피와 살이 난무하는 화끈한 서양식 공포를 좋아하신다고요? 그렇다면 퍼펫 콤보를 추천드립니다.
퍼펫 콤보는 2012년부터 공포 게임을 만들어 온 베네데토 코쿠자가 2018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패트리온에 돈을 후원하면 자신이 만든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식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마니아층이 많이 늘어난 덕분인지 최근에는 다른 1인 개발자가 만든 공포 게임을 유통하고 있기도 합니다.
퍼펫 콤보 또한 칠라스 아트처럼 의도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으로 게임을 개발합니다. 그러나 스타일에서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죠. 퍼펫 콤보의 게임 대다수는 70 ~ 80년대 공포 영화를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게임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죠. 게임플레이 또한 복면을 쓴 살인마에게서 도망치는 내용이 많으며, 과거 공포 영화가 그랬듯 비명 소리나 '슬래셔' 장르가 생각나는 잔인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차기작으로는 목욕탕을 소재로 다룬 <지욕욕탕>을 개발 중입니다
퍼펫 콤보가 개발한 게임의 포스터
앞서 소개한 칠라스 아트의 게임과는 달리, 퍼펫 콤보의 게임은 소재가 자극적이며 게임 템포가 빠른 편입니다. 폐교된 카톨릭 기숙학교에서 칼을 든 수녀 살인마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살인 게임에서 탈출하거나, 살인마의 집에서 3일 안에 열쇠를 찾고 탈출해야 하는 등 보다 서양적인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외에도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괴기한 효과음이나 OST가 공포감을 배가시켜 줍니다.
덕분에 의도적으로 망가진 그래픽와 사운드, 슬래셔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포가 일품입니다. 퍼펫 콤보의 게임을 하다 결국 포기하는 스트리머마저 있을 정도죠. 몇몇 게임은 공포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맨정신으로 플레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퍼펫 콤보의 게임은 일부 스팀에 출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머더드 하우스>가 있습니다. 다만, 소재가 소재인 덕분인지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몇 없습니다. 퍼펫 콤보의 게임은 대부분 패트리온 후원 형식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 적기 어려울 만큼 자극적인 소재를 가진 게임도 많으니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충분히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기자는 결국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학창 시절 당시 학생들에게 퍼져 있던 '잔인한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 용감하다!'라는 이상한 사상 덕분에 <쏘우>를 강제로 봐야만 했던 끔찍한 과거가 생각났네요.
▲퍼펫 콤보의 공포 게임 (대표작 <머더드 하우스>, <넌 마스커레>)
▶ 추천 포인트
1. 정말로, 차원이 다른 공포
2. 스트리밍하기 좋은 게임
▶ 비추 포인트
1.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어려움
2. 귀가 아플 정도로 강렬한 사운드
3. 혐오감을 유발하는 소재
▶ 정보
장르: 호러
가격: 패트리온 후훤(1달러 ~ 10달러) / 단일 게임 약 10달러 ~ 20달러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 일부 게임 PS4, Xbox 출시 (<머더드 하우스>, <넌 마스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