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국산 모바일게임으로 해외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는 것을 꼽으라면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를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은 2014년 출시돼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다수 국가를 포함, 북미와 유럽, 남미 등 여러 국가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컴투스는 e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서머너즈 워>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작년에는 PvP 전략 대전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이 나왔고, 지난 8월 16일에는 MMORPG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이하 크로니클)이 출시됐다.
<크로니클>은 '하는 게임'을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IP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MMORPG의 성격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실제로 '찍어먹어 본' <크로니클>에는 다양한 소환수 조합을 통한 플레이에 나름의 전략성이 살아있었으며, 입장형 던전에서 다른 유저와 만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원작의 재구성 측면에서 <크로니클>은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먼저, <크로니클>은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의 프리퀄로 세계관 속 중요 이벤트인 '갈라곤 전쟁'으로 인한 2차 이계의 틈이 발생한 이후, 천공의회가 세워지고 '백년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만나고 있다. 플레이어는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카툰풍 랜더링으로 짜여있는 <서머너즈 워> 세계에 들어가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시리즈 최초로 소환사로 직접 등장해, 350종의 소환수를 부리며 모험을 떠난다.
게임의 장르는 MMORPG로 설정상 플레이어가 초보 소환사가 되어 갈라곤 왕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레이어는 키나, 오르비아, 클리프 중 한 캐릭터를 골라 간단한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뒤 본격적인 게임에 나서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느낄 수 있는 점은, 플레이어가 전작에서 만났던 소환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갑기도 하면서 복잡한 마음이 드는데, 총 5가지 상성별로 다른 능력치를 지녔기 때문에 '이걸 언제 뽑나'라는 생각도 찾아온다.
<크로니클>에는 일정 수준의 '뽑기'를 하면 확정적으로 원하는 카드를 손에 넣는 천장 시스템이 없다. 대신에 마일리지 시스템이 도입되어 전설급 소환수 35개를 뽑으면 5성을 확정적으로 얻는 시스템이 구현됐다. 또 초반부 게임 내에 '리세마라'를 시스템 차원에서 도입시켰는데, 30번의 뽑기를 진행하고, 원하는 소환수가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결과를 초기화하는 기능이 담겨있다. 어차피 리세마라가 대세라면, 시간이라도 줄여주겠다는 일종의 배려다.
<크로니클>의 전투는 3종의 소환수를 꾸려 덱을 구성한 뒤 여러 스킬을 터뜨리는 방식이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기능이며, 그 전에 수집형 RPG에서 발전한 게임들이 여럿 채택한 방식이므로 이를 두고 독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뒤에도 이야기하겠지만, 구성 측면에서 '하는 게임'이 많이 강조된 게임이기 때문에 대전 중 여러 연계를 생각하며 플레이하는 쪽이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서머너즈 워> 이야기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적당한 '스킵 신공'과 함께 메인 퀘스트를 '밀었다'. 2장이 넘어갈 무렵이면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가 해금되는데, 수동 조작으로 각종 함정과 퍼즐을 풀어 내는 지역 던전을 비롯해, 파티 던전, PvP인 '아레나', 도전형 콘텐츠 '시험의 탑' 등이 마련되어있었다.
<크로니클>은 '자동사냥'이라는 단어가 게이머들에게 주는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그 가이드라인이 '집착'에 가깝다고 느껴질만큼 시스템에서 자동을 지원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PC 버전의 이용자라면 '손맛'에 가까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안의 적지 않은 던전에서는 직접 플레이가 강제된다. <서머너즈 워>가 아레나로 e스포츠 국제대회까지 열릴 만큼 컨트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강조한 게임이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올바른 계승이다. 물론 자동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간도 있지만 게임 곳곳에는 하는 게임으로서의 면모가 녹아있다. 손맛을 강제하는 보스 전투에서는 보스전에서 여러 소환수의 기술을 사용해 던전 보스의 패턴을 뚫는 재미가 구현됐다.
(아직 그만큼 플레이를 못 해봤지만) 상위 랭크의 1:1 PvP에서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보고 재빨리 대응하는 컨트롤의 재미가 긴장감을 배가할 것으로 추측된다. 특정 상황에 맞춰 덱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수집형 RPG의 엔드 콘텐츠 요소도 들어있는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불, 물, 바람, 빛, 어둠의 5상성이 준비되었기 때문에 경우의 수는 더 많다. 특정 덱을 만들어서 압도해버리는 게임이 될지, 여러 덱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 될지 알기 위해서는 '퍼스트룩' 이상의 시간이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게임에는 거래소가 열려있어 흥미를 자극한다. <크로니클>이 갓 나온 게임이고, 때에 따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라이브게임이기 때문에 거래소가 매 순간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짚기 어렵다. 그렇지만 거래소를 통해서 무·소과금유저에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놓으면서 잉여 자원을 매각해 성장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를 통한 매매 행위 또한 전통적인 MMORPG에서는 '하는 게임'의 영역에 놓여있다.
해외에 출시될 <크로니클>은 컴투스의 가상자산인 C2X와 연동되는 P2E 게임으로 등장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이 모델이 어떻게 작동할지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마치기 전의 사족으로 <크로니클>의 룬과 도감에는 지독한 측면이 있다.
룬은 전작에서도 소환수의 성능을 키우기 위해서 장착할 수 있었는데, <크로니클>에서도 룬은 전투의 핵심 요소로 등급별로 옵션의 차이가 존재하다. 룬을 끼우고 뺌에 따라서 모은 소환수들은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번호와 부가 옵션까지 매겨져서 공격 속도와 치명타 적중률 같은 옵션 효과 등도 두루 따져야 한다. 쉽게 말해서 강해지고 싶은 유저들은, 좋은 룬을 얻기 위해 던전을 돌고 또 돌아야 한다. 입장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작처럼 스태미너를 충전해가며 24시간 룬 파밍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도감도 쉽지 않다. <크로니클>의 도감은 소환수, 수집, 몬스터별로 세분화되어있으며 보유 여부는 물론 성장(또는 사냥) 단계에 따라서 전투력을 즉시 올려주게 되어있다. 도감의 효과 또한 획득 시 최대 14단계까지 작용된다. 5성급 소환수의 최고단계의 '작업'이 이루어지면 (조각을 획득하면) 상당히 강력해질 수 있다. 소환수에 대한 조각은 많이 모으는 것으로, 즉 많이 뽑는 것으로 모아지기 때문에 직관적인 P2W 모델로 접근될 수 있다.
엔드 콘텐츠 시점에서 전투력 '한끗 경쟁'이 필요한 유저들은 룬 맞추기와 일명 '도감작'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추천 포인트
1. 보기 좋은, 높은 완성도의 카툰 그래픽
2. 원작 팬이라면 놓치기 어려운 이야기
3. '모바일=자동 사냥' 탈피하려는 시도... 컨트롤 많이 필요
▶ 비추 포인트
1. 좁혀질 수 없는 모바일과 PC의 감각 차이
2. 룬+도감 스트레스는 제대로... 많이 뽑으면 강해진다?
3. 길드 공성전 즐기는 MMORPG 유저라면 그닥?
▶ 정보
장르: 수집형 MMORPG
가격: 부분유료화 게임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모바일 & PC(하이브)
▶ 한 줄 평
손맛은 좋은데... 이걸 언제 다 모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