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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몬스터 사냥이 더 쉽겠네…하드코어 포션 상점 게임

방승언(톤톤) 2022-10-31 10:48:57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직업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은 생각 이상으로 하드코어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일한 직업 세계만을 집중조명하는 만큼, 온갖 잡다한 디테일을 전부 살려야 ‘시뮬레이션’ 다운 폼이 살기 마련이죠. 그러다 보면 게임 난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는 합니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해도 꼭 예외는 아닌 모양입니다. 10월 18일 출시한 포션 상점 운영 게임 <포셔노믹스>는 귀엽고 아름다운 비주얼, 느긋해 보이는 소재와 달리 하드코어한 게임플레이로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신작입니다. 얼마나, 그리고 왜 어려운 게임일까요? 한 번 찍먹해봤습니다.

 

 

 

# 삼촌을 잘못 둔 죄

 

<포셔노믹스>의 판타지 세계는 ‘복합장르’가 대세인 요즘 트렌드에 비춰보면 꽤 전통적입니다. SF적 상상력은 거의 배제되어 있고, 대신 마법, 모험, 길드, 몬스터, 이종족 등 익숙한 판타지적 개념들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주인공 실비아의 삼촌은 일군의 개척자 무리와 함께 신비한 ‘라프타’ 섬에 진출해 포션 상점을 운영하다가 사망합니다. 사망 전 오즈월드는 실비아에게 자신의 가게를 상속받을 것을 권하는 엽서를 남겼습니다. 원래 포션 장인의 꿈을 꾸던 실비아는 덜컥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물정에 다소 어두웠던 실비아는 그러나 삼촌이 100만 골드의 부채까지 남긴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실 오즈월드가 빚 독촉을 피해 위장 사망한 정황이 곳곳에 보입니다) 심지어 채무가 ‘영혼 귀속’ 되어버리는 바람에, 상속을 포기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니 남은 것은 그저 정면 돌파뿐입니다.

 

 

 

# 피 말리는 10일의 반복

 

고액 채무자가 된 실비아는 앞으로 10일에 한 번씩 채무를 10% 이상 상환해야 합니다. 한 번이라도 상환 기일을 넘기면 수감되어 모든 금액을 갚을 때까지 강제 노역하는 운명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사실 100만 골드는 포션가게 수입으로는 어림없는 금액이지만, 다행히 섬에서는 기막힌 타이밍에 포션 제작 경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첫 우승에 10만 골드, 이후 상금이 계속 늘어나고, 총상금은 정확히 100만 골드이기 때문에, 10일마다 경연에 우승하면 모든 금액을 갚을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현재 <포셔노믹스>가 어렵다는 평을 듣는 이유는 바로 이 열흘 간의 시간 제약 때문입니다. 유저는 반드시 열흘 안에 다음 경연에서 요구하는 포션을 미리 제조해 두어야만 합니다. 만약 이 임무에 실패하면 봐주는 것 없이 ‘게임 오버’입니다.

 

 

 

# 포션 제조 기본 공식

 

<포셔노믹스>에서 포션은 가마솥에 최소 두 가지 유형의 마법 재료를 넣은 뒤 끓여 만듭니다. 마법 재료들에는 (발음도 ‘비타민’과 비슷한) ‘매지민’이라는 일종의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이 영양소의 배합 비율에 따라 포션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체력 포션은 매지민 A와 매지민 B를 1대 1로 섞었을 때 나옵니다. 이 비율을 유지하면서 매지민을 더 많이 투여하면, 추출되는 체력 포션 개수가 늘어납니다. 투여량이 일정 임계를 넘기면 포션의 티어가 올라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정해진 배합 비율에 정확히 재료를 맞춰 넣을수록 포션의 순도가 높아져 가격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레시피에서 벗어난 매지민을 조금 추가해, 품질을 다소 포기하는 대신 양이나 티어를 높이는 전략도 선택 가능합니다.

 

가마솥에 넣을 수 있는 재료 개수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개당 매지민 함량이 높은 고급 재료가 더 유용합니다. 물론 이런 재료는 더 비싸고, 얻는 방법도 좀 더 까다롭습니다.

 

 

 

# 카드 게임 같은 흥정

 

<포셔노믹스>에서 포션 제조와 쌍벽을 이루는 핵심 시스템은 ‘흥정’입니다. 흥정은 카드 게임처럼 진행됩니다. 실비아는 기본적으로 몇 개의 흥정 스킬(카드)을 가지고 있습니다.

 

찾아온 손님에게 이 카드들을 사용해 ‘흥미’를 올릴 수 있습니다. 흥미 단계가 한 티어 올라갈 때마다 판매가에 보너스가 붙습니다. 카드의 ‘코스트’는 손님의 ‘참을성’입니다. 손님의 참을성이 0이 되면 판매 실패입니다.

 

 

턴을 넘기면 손님도 흥정을 시도합니다. 주로 자기 불쌍한 처지를 이야기하거나 가게, 혹은 실비아를 향한 사소한 불만들을 털어놓는 식인데, 마음 약한 실비아는 여기에서 일정량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그날은 가게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습니다.

 

카드는 다양합니다. 손님의 불평 방어, 흥미도 대폭 상승, 다음 흥미 카드의 효과 버프, 새 카드 뽑기 등 여러 가지 효과와 기능을 가진 카드가 등장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이벤트를 진행하면 새 카드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들 카드를 이용해 효율적 덱을 완성해야 흥정에서의 승산도 커집니다.

 

 

 

# 최고의 효율을 요구하는 게임

 

이렇듯 두 핵심 메카닉 자체는 간단합니다. 이 게임의 실질적 난이도는 ‘효율성 관리’에서 옵니다.

 

경연대회에서 요구되는 포션들은 실비아가 손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열흘의 시간 내에 실비아와 가게는 효율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돈을 벌고, 흥정 기술을 익히고, 가게를 발전시키고 더 좋은 재료를 구하는 여러 태스크 중 무엇 하나에라도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는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뉘고 각 시간대는 다시 2시간으로 구성됩니다. 주요 활동에는 모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를 잘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다종다양한 시스템과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재료 수급에만 해도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인에게서 고정된 품목을 구매할 수 있고, 모험가 길드에서 매일 바뀌는 세 가지 품목에 적절히 투자해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모험가에게 직접 필드에서의 재료 수집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세 가지 선택지 별로 세세한 작동 메커니즘과 기믹이 마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험가에게는 적절한 물약을 쥐여줘야 더 멀리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탐험 가능한 지역도 이야기 흐름에 따라 점차 추가됩니다. 탐험 지역마다 나오는 재료의 종류가 다르고, 매일매일 수급 효율도 변동하기 때문에 이 또한 고심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진열장 확장 및 업그레이드 ▲가마솥 제작 및 업그레이드 ▲진열품 배치 및 고객 모집 ▲NPC와의 친밀도 관리 및 흥정 기술 습득 ▲유형별 연료 구매 ▲포션 레시피 연구 ▲커스텀 오더 등등의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각각의 시스템에는 저마다 파고들 요소가 따로 있습니다.

 

사실 경영 장르에서 이 정도 시스템은 아주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하루 6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로 욱여넣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활동에는 시간이 듭니다. 재료를 구하러 마을에만 방문해도 1시간이 걸리고, 포션 판매 세션은 기본 2시간이 소요됩니다.

 

포션 제조에도 수 시간이 드는데(대신 끓이는 동안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가마솥에 들어가는 재료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자칫하면 이를 하루에 2~3번씩 반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10일마다 주어지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야만 합니다.

 

 

 

# 결론

 

제작진은 한편으로는 10일의 빡빡한 시간제한을 정해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에 대응할 수많은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경영 게임에서 이런 다양한 시스템은 유저의 운신 폭을 넓혀줄 때가 많지만, <포셔노믹스>의 경우 신경 써야 할 일의 가짓수를 늘리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그 옥좨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느긋하게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재미는 없어도, 4X 장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같은 전략적 플레이의 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밝고 아름다운 그래픽, 따뜻한 유머,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조금 고되더라도 게임플레이를 계속할 이유는 충분해집니다.

 

한편 현재 유저 사이에 가장 큰 불만은 10일의 시간제한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사소한 판단 미스가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곤 한다는 한다는 점입니다.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잦은 세이브를 습관화합시다.

 

▶ 추천 포인트

1. 아름다운 비주얼

2. 매력적인 캐릭터

3. 도전의식 자극하는 난이도 

4.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스템

 

▶ 비추 포인트

1. 하드코어한 난이도

2. 느긋한 플레이 선호한다면

3. 안한글

 

▶ 정보

장르: 경영, 덱빌딩

가격: 26,000원

한국어 지원: X

플랫폼: PC(Steam)

 

▶ 한 줄 평

 

목넘김이 깔깔한 포션, 그래도(그래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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