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여름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소나기와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장마'라는 단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강수량과 강수 기간을 중심으로 전달하면서, 장마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데드라이트>, <더 섹시 브루테일> 등을 개발한 테킬라 웍스가 이번에는 학교 폭력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GYLT>는 어떤 게임이었을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게임명: <GYLT>
장르: 공포, 내러티브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7월 6일/ PS4, PS5, Xbox 시리즈 X·S, Xbox One, PC(스팀)
정가: 27,000원(스팀 기준)
개발사/ 배급사: 테킬라 웍스, 패러랠 서클즈/ 테킬라 웍스
한국어 지원: O
<GYLT>의 이야기는 주인공 샐리가 사촌동생 에밀리를 찾는 벽보를 마을 곳곳에 붙이며 시작된다. 에밀리는 한 달 전 아무도 모르게 마을에서 자취를 감췄다. 수색이 길어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을 버렸고, 샐리만 에밀리를 찾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샐리의 상황도 순탄치 않다. 학교의 양아치들은 샐리에게 헛된 희망을 버리라며, 에밀리를 사라지게 만든 게 샐리가 아니냐는 악담을 퍼붓고 괴롭힌다.
샐리는 천식을 앓고 있다. 맵 곳곳에 숨겨진 호흡기를 찾아 체력을 회복하며 도착한 곳은 마을 밖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 정류장이었다. 매표소에 있는 노인은 표가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고 샐리를 다그치고, 샐리는 버려진 표를 한 장 구해 마을 밖으로 나선다.
케이블카는 운행 중에 보이지 않는 벽에 충돌한다. 이상하게도 샐리가 도착한 공간은 도망치려 했던 마을이다. 하지만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과 도로는 부서져 있고, 길 한복판에 풀이 자라는 등 샐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이상해진 마을을 살펴보던 샐리는 학교의 창문 너머에서 애타게 찾던 에밀리를 발견한다. 에밀리는 지난 한 달 동안 학교에 숨어있었던 것일까?
"에밀리!"를 외치며 학교로 들어간 샐리는 이 세상의 존재들이 아닌 괴물들을 마주한다. 샐리의 가방에 있는 것은 길에서 주운 손전등 하나. 이제 샐리는 괴물이 가득한 어두운 교내에서 에밀리를 찾아야 한다.
고군분투 끝에 학교 안에서 더욱 강력한 손전등을 찾은 샐리.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다. 괴물의 눈과 귀를 피해 잠입하거나, 약점에 손전등을 쏴 맞서 싸워야 한다. 괴물의 뒤에 접근하는 것에 성공하면 손전등으로 적을 일격에 쓰러트리는 암살도 가능하다. 다만, 손전등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에는 배터리가 소모되는 리스크가 있다. 곳곳에 있는 자판기에서는 음료수를 뽑을 수 있는데, 캔을 던지면 괴물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샐리는 몸을 숙여 환풍기 통로 사이로 이동하고, 부서진 벽 틈새로도 들어간다. 젖은 바닥에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기 위해 스위치를 끄기도 하고,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파이프를 잠그며 학교 곳곳을 들여다보게 된다.
샐리가 에밀리를 찾는 과정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힘들게 찾은 에밀리가 "샐리도 똑같은 가해자"라고 주장하며, 다른 공간으로 도망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실종되기 전에 에밀리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었다. 샐리는 그런 에밀리를 지켜주려 했지만, 에밀리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게임 인트로에서 샐리가 나쁜 학생들에게 쫓긴 것도, 에밀리를 지켜주던 샐리까지 괴롭힘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맵 곳곳에서는 에밀리가 당한 폭력의 모습들이 마네킹의 포즈, 벽의 낙서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 샐리는 에밀리를 더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게임의 제목인 <GYLT>는 샐리의 후회와 죄책감을 말하는 것일까? 기괴한 괴물들은 에밀리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만든 존재들일까, 에밀리를 괴롭혔던 녀석들에 대한 악몽의 연장선일까?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괴물들 외에도, 꼭두각시 인형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손전등 공격으로는 미동도 하지 않는 인형들은 주인공 샐리를 찾는 숨바꼭질을 하며 더 강력한 위협을 가한다. 그렇게 플레이어가 무력감을 느낄 때, 도망치듯 도착하는 방 안에서 샐리는 소화기를 발견한다. 소화기를 쏘면 인형이 잠시 얼어붙어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
소화기까지 얻게 된 순간부터 맵 안의 거의 모든 공간을 출입할 수 있게 된다. 뜨거운 불을 끄고, 전기가 흐르는 물을 얼리고, 증기가 나오는 관을 막고,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이 뒤틀린 마을 안에는 여전히 미지의 존재들이 가득하다.
에밀리의 외로움과 공포는 거대한 괴물들로도 발현된다. 뒤틀린 세계와 괴물들은 에밀리를 찾는 샐리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에밀리 자신까지도 끊임없이 괴롭힌다. 샐리의 진심을 몰라주는 에밀리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에밀리가 겪었을 고통은 플레이어에게도 확실히 전달된다.
게임에서는 필름으로 에밀리를 공중에 매달아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들을 반복 재생하는 극장의 괴물, 뜨거운 불길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화염 괴물, 건물보다도 거대한 거인 괴물 등이 보스 몬스터로 등장한다. 샐리는 에밀리를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6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는 <GYLT>는 다양한 연출과 아트로 에밀리와 샐리의 심정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준다. 일부 유저들은 "체력을 채워주는 호흡기와 손전등을 충전하는 배터리가 많아서, 손전등만 있으면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비판했지만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이템 수급에 대한 부담 없이 <GYLT> 특유의 서사와 연출, 긴장감을 즐길 수 있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다.
<GYLT>는 학교 폭력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표현했다. 샐리와 에밀리가 갇힌 뒤틀린 마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게임에서 그 진실을 직접 확인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