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을 즐긴 후 그 느낌을 현식과 분량에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을 철저히 즐긴 후 분석하는 리뷰나 체험기와 달리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번 ‘해봤더니’에서는 지난 4월 27일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시작한 <블레이드 & 소울>을 일차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 3일차 편에서는 <블레이드 & 소울>의 인스턴스 던전과 PvP, 대나무 자경단을 둘러싼 CBT 최종 이야기 등 초반 이후 본격적인 콘텐츠를 살폈습니다.
하고 싶은 말: <마비노기 영웅전> 이후 오랜만에 입이 근질근질한 게임이네요. 주변의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확실한 전략전술! 거거붕 인스턴스 던전
<블레이드 & 소울>의 파티플레이는 단순한 ‘집단구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1차 CBT 마지막 던전이자 본격적인 첫 인스턴스 던전인 충각단 제룡림 지부(이하 충각단 지부)부터는 <블레이드 & 소울>의 ‘진짜’ 파티플레이가 시작됩니다.
충각단 지부에서는 몇 개의 ‘조심해야 하는 패턴’을 가졌던 기존의 보스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들이 등장합니다.
파티원이 적의 공격을 막는 사이 주변의 몬스터가 떨어뜨린 폭탄으로 피해를 입히고, 광역공격을 하는 몬스터를 구석으로 데려간 후 다른 몬스터를 우선 제거합니다. 혹시 파티원이 붙잡힌다면 2명 이상이 다운 공격으로 보스를 쓰러트리고 파티원을 구해 내야 하죠.
단순한 집단구타로는 쓰러트리는 게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철저한 패턴 공략이 필요하죠. 난이도 역시 상당히 높아서 한 명의 사소한 실수로도 파티원 전원이 운기조식에 열을 올리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 시절의 4대 인스턴스 던전이 떠오르더군요.
<블레이드 & 소울>은 여기에 특징을 섞었습니다. 탱커/힐러/딜러의 구분을 없앤 건데요,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장거리 직업인 기공사를 제외하면 누구나 ‘반격 혹은 막기’로 보스를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미지 딜러도 누구나 가능하죠. 굳이 직업보다는 유저의 콘트롤과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 등을 고려해서 그때 그때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직업도 꼭 이 직업이 효율이 좋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죠.
힐러가 없기 때문에 전투에도 자연히 ‘시간 압박’이 생기고 운기조식으로 전투 중에도 40초의 시간만 확보하면 언제든 다시 전투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블레이드 & 소울>의 보스전은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더군요.
시간만 넉넉하다면 다른 파티원들의 도움으로 운기조식을 받고 얼마든 생생한 모습으로 전투에 다시 참가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도 혼자 남은 파티원이 운기조식 시간을 벌기 위해 ‘혼신의 반격’을 가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습니다.
[관련기사] 블레이드 & 소울 1차 CBT 최종 던전! 거거붕 공략 영상 [원문보기]
■ 독특하지만 아직은 아쉬운 PvP
<블레이드 & 소울>의 PvP는 약간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한 단계까지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대립하는 진영인 자경단과 충각단 복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후 자경단과 충각단 복장을 입은 유저들은 서로 공격이 가능하죠. ‘옷으로 진영을 선택하는 방식’이랄까요.
재미난 사실은 복장을 갈아입을 경우 유저만이 아니라 특정 진영의 모든 NPC도 적이나 아군으로 돌아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충각단 복장을 입으면 자경단이 지키고 있는 대부분의 마을에는 출입조차 할 수 없죠. 모든 자경단이 유저를 보자마자 공격을 시작하니까요. 반대로 충각단 본부에서는 충각단 복장을 입으면 다른 충각단의 공격을 받지 않고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장에 따라 진영을 선택하는 방식이고, 죽음에 대한 페널티도 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PvP에 뛰어들게 됩니다. PvP가 하기 싫다면 자경단이나 충각단이 아닌 제 3의 옷을 입으면 그만이니까요.
1차 CBT에서도 충각단 복장을 입은 채 자경단 유저들을 ‘테러’하는 유저와 재미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복장을 갈아입고 PvP를 즐기는 유저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충각단과 자경단에 그치지만 향후 문파별 대립이나 또 다른 진영 대립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주변에 적대적인) 특정 복장을 입은 채로 퀘스트를 완료해야 하거나 문파복을 입었을 때 서로 대립하는 방식 등도 떠올릴 수 있겠죠. 여러모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본격적으로 PvP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무협게임에 어울리게 공격과 방어가 빠르게 오갑니다. 워낙 연속기가 발달한 게임이다 보니 1:1은 길면 20초, 짧게는 5초 내외로 끝나더군요. 그야 말로 ‘앗!’ 하는 사이에 전투가 끝납니다.
대신 반격과 막기처럼 상성을 가진 기술이 많다 보니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체력이 1도트도 안 남은 상태방에게 반격을 허용하자마자 요단강 익스프레스에 올라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심지어 검사가 권사의 공격을 막은 후 바로 반격을 날리고 그것을 권사가 다시 반격으로 돌려주고, 넘어진 검사가 또 다시 기상공격으로 권사를 밀쳐 내는 순간 권사가 다시 반격을 날려 검사를 기절시키는 영화와 같은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순간적인 판단력도 중요하죠.
다만 아직까지는 동기화가 매끄럽지 않은 탓에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어렵고, 공방보다는 그냥 ‘무조건 공격’이 더 강한 경우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 역시나 ‘떡밥’을 남기며 끝나는 1차 CBT
스토리도 강렬합니다. 미리니름(스포일러)이 걱정되는 부분인데요, 이게 참… 스토리에 좋은 건데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
기연을 만난 이후 급작스럽게 돌아가던 스토리는 1차 CBT가 끝날 때까지 거의 옆길로 새는 일 없이 쭉 달립니다. 충각단의 음모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자경단은 내부의 배신자를 찾는 데 집중하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충각단과 ‘복수’ 사이의 연결고리도 드러납니다.
특히 1차 CBT의 마지막 2시간 정도 분량은 연출이나 스토리, 반전, 컷신 모두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포함해도 온라인게임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이야기 전개입니다.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친절한 복선’과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힌트’가 곳곳에 보이는데요,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지막 2시간만큼은 최고 수준입니다.
1차 CBT 이후의 ‘떡밥’도 적절해서 딱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어 놨더군요. 정 궁금한 유저들은 디스이즈게임에서 연재 중인 스토리 영상이라도 참고해 주세요. 물론 가능하면 ‘꾹 참았다가 직접 게임을 하며 즐기기’를 추천합니다. 기사를 써 놓고도 보지 말라고 요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하군요. -_-;
[관련기사] [블레이드 & 소울 스토리 영상] 2편. 해적과 손잡은 산적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