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연재 중인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즐긴 다음,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해 보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요약: <팀포트리스 2>와는 다르다! <팀포트리스 2>와는.
초이락게임즈가 <프로젝트 머큐리>(이하 머큐리)로 치열한 FPS 게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포부도 대단합니다. ‘FPS의 세대교체’를 타이틀로 내세웠죠. 처음으로 서비스하는 FPS 게임 치고는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먼저 영상부터 보시죠.
<머큐리>를 시작하면 갱단과 폴리스 두 진영에 속한 5명의 캐릭터가 유저를 반깁니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모니터 밖으로 흘러 나올 것 같은 캐릭터들이죠. 캐릭터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특수능력이 전혀 다릅니다. 당연히 고민에 빠지겠지만, 여기서 잠깐.
<머큐리>에서 캐릭터는 말 그대로 ‘누구를 사용할지 고르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레벨이나 게임머니, 전적 등은 물론 아이디도 계정에 귀속됩니다.
예를 들어 ‘한낮’이라는 아이디로 갱단에 소속된 호크를 골라 레벨 7까지 올린 다음 폴리스 진영에 빅풋을 만들면 빅풋은 시작부터 레벨 7에 ‘한낮’이라는 아이디를 유지합니다. 몇 개의 캐릭터를 만들거나 다시 호크를 선택해도 마찬가지죠. 전적도 그대로입니다.
캐릭터 생성에도 제약이 없죠. 그때 그때 사용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서 놀면 됩니다. 진영에 따른 캐릭터 차이도 없습니다. 마음이 가볍죠.
그렇다면 캐릭터는 왜 나눠 놨느냐? 바로 간… 아니 특수능력 때문입니다. <머큐리>의 캐릭터는 독특한 특수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빅풋은 방패를 들어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랩터는 빠르게 돌진해 상대방을 기절시키죠. 은신과 벽 뒤를 탐지하거나 죽는 동시에 폭발하는 ‘오싹한’ 특수능력도 있습니다.
다만 특수능력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머큐리>에서는 전투 중 기여도에 따라 서플라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데요, 이를 현금처럼 사용해 전투 도중 상점에서 다양한 물건을 실시간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수능력도 마찬가지로 상점에서 살 수 있죠. 한 번 구입한 특수능력은 캐릭터가 죽을 때까지 유지되며 쿨타임이 돌아올 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수능력은 구입할 때마다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게임이 계속될수록 점점 자주 사용할 수 있죠.
뒤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나중에는 부활할 때마다 특수능력과 추가체력, 추가실드를 구입하고도 서플라이 포인트가 남을 정도입니다.
■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FPS 게임
솔직히 말해 <머큐리>는 <팀포트리스 2>의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서양 카툰의 느낌이 충만한 그래픽과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들, 심각한 상황에 펼쳐지는 개그 센스에서 <팀포트리스 2>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머큐리> 역시 첫인상만으로는 단순한 <팀포트리스 2>의 아류작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사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다만 직접 게임을 즐겨 보면 의외로 자신만의 색깔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민의 흔적이랄까요?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고, 재미있어 보이는 건 다 넣어 보자’라는 개발팀의 각오도 엿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고민의 흔적은 ‘쉬운 FPS 게임’입니다. <머큐리>는 쉽습니다. 그것도 왕창 쉽습니다. 총알은 적당히 노려도 절반 이상은 맞출 수 있습니다. 대미지는 낮지만 산탄총으로도 장거리에 있는 적을 무리 없이 노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누구나 스나이퍼’가 됩니다. 거리에 따른 분산은커녕 오히려 총알 명중 보정 시스템이 들어 있지는 않나 싶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캐릭터의 맷집도 높습니다. 체력이 가장 낮은 호크조차 저격총을 제외하면 3~5발 정도는 견딜 수 있죠.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빅풋은 저격총에 헤드샷과 크리티컬을 맞아도 한 방에 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만약 권총이라면 10발 이상은 맞춰야 합니다. 이 정도면 맞으면서 걸어올 수 있는 수준입니다.
덕분에 <머큐리>에서는 FPS 게임답지 않게 교전이 오래 이어집니다. 숨을 곳 하나 없는 광장에서 1:1로 싸워도 5초 넘게 전투가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총알은 잘 맞고 캐릭터는 오래 견딥니다. 골목에서 적과 스치는 순간 죽음을 맛봐야 했던 FPS게임 초심자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죠. 고수와 초보의 격차는 그래도 있지만, 총을 쏴 보고 죽는다는 것과 총알 한 방 못 쏴 보고 죽는다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대신 전장의 크기를 줄이고 동선을 간단히 만들어서 교전이 그만큼 자주 일어나도록 유도했죠. 게임이 느리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여기에 각종 특수능력까지 섞이면서 <머큐리>는 FPS 게임이라기보다는 ‘총을 쏘는 액션게임’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하죠.
두 번째 흔적은 참신함입니다. 엽기성이 톡톡 튀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시스템은 한술 더 뜹니다. 좀 유명하다 싶은 FPS 게임의 흔적은 모두 찾을 수 있죠.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선보인 전투 중 포인트에 따른 무기 구입은 보조무기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해서 도입했습니다. <팀포트리스 2>의 톡톡 튀는 업적 시스템에는 타이틀까지 덧붙였습니다. 캐릭터가 아닌 계정별 레벨 도입과 특수능력도 인상적이죠.
FPS 게임에서 많이 쓰는 소재인 깃발뺏기는 세계관에 맞춰 돈가방을 훔쳐오는 ‘스틸 더 머니’ 모드로 개조했습니다.
돈가방을 ‘들어서’ 옮겨야 하기 때문에 가방을 옮기는 유저는 가방으로만 적을 때릴 수 있고 본진에서는 돈 가방을 세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죠. 죽는 순간 아군에게 이로운 버프 아이템을 떨어트리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어디선가 본 시스템을 위화감 없이 개조해 <머큐리>에 적용한 셈입니다.
■ 친절함은 부족, 2차 CBT에서는 꼭 개선되길
편의성도 좋습니다. 로비를 MMORPG의 마을처럼 꾸며서 유저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고, 앞서 말했듯 진영의 구분 없이 계정별로 레벨이 도입된 만큼 캐릭터를 몇 번씩 다시 키울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시스템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가이드가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실제로 게임에 접속한 후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유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전투 찾기 버튼이 인터페이스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죠.
설명도 부족해서 레벨 10이 넘을 때까지 보급고의 제대로 된 사용법이나 계정별 레벨 방식 등을 이해하지 못한 유저도 있었습니다. 대화도 안 되는 NPC를 몇 번씩 클릭한 게 제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독특한 특수능력들을 주다 보니 캐릭터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지 못 한 부분도 살짝 아쉬웠죠. 물론 아직 1차 CBT인 만큼 단점으로 치부하기엔 많이 이릅니다. 그냥 ‘2차 CBT에서 달라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부분’ 정도로 해 둡시다.
■ 한낮이 <프로젝트 머큐리>를 해봤더니…
카툰 렌더링에 엽기성 충만한 캐릭터라는 ‘원죄(?)’를 갖고 있는 만큼 <팀포트리스 2>와 비슷하면 뭐라고 기사를 써야 할지 매우 기대 걱정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해 보니 생각과 달라 아쉬웠다 안심했다.
서양의 썰렁한 개그와 엽기적인 캐릭터를 감당할 수 있는 유저라면 적극 추천한다. 특히 FPS 게임만 하면 손이 앞발로 변하는 유저들은 꼭 해 보자. 자신이 총 좀 쏜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어째서인지’ 이 게임은 멀미가 전혀 없다. <기어스 오브 워>를 깨느라 멀미약 18,000 원어치를 구입했던 사람의 증언이니 믿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