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즐긴 다음,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 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해 보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요약: 엔딩을 볼 때 쯤이면 영어 실력은 1등급?!
■ 듀스가 아닌 ‘데이어스’
<데이어스 엑스(DEUS EX): Human Revolution>(이하 휴먼 레볼루션)는 콘솔 게임만 즐겼던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타이틀입니다.
동시에 과거 PC 게임으로 <데이어스 엑스>를 해 봤던 유저들에게는 기대작으로 꼽히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뭐랄까… PC 게임 명작 타이틀이며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 2000년 이온 스톰이 개발해 PC용 1인칭 액션 게임으로 발매된 <데이어스 엑스>는 혁명적인 플레이와 세계관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04년에 발매된 <데이어스 엑스 2: 인비저블 워>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타이틀이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후속작 소식이 끊겼습니다.
이런 가운데 <씨프> 시리즈를 만들었던 에이도스 몬트리올이 지난 2007년부터 세 번째 타이틀인 <휴먼 레볼루션> 개발을 진행했고, 에이도스를 인수한 스퀘어에닉스를 통해 올해 8월 전 세계 발매가 예정돼 있습니다. 국내는 인트라링스를 통해 배급될 예정이고요.
<휴먼 레볼루션>은 엄밀히 말해서 가장 인기 있었던 1편의 프리퀄(앞 이야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모론과 치밀한 스토리,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 여기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 진행과 엔딩 등의 장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설명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유명한 프랜차이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게이머라면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게임”이라는 소릴 듣던 이 게임이 지금은 “콘솔게임인가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유저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더군요.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누구신지?” 라는 것이 현실.
■ 전작의 25년 전 이야기,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다음 달 E3 2011에서 공개될 예정인 <휴먼 레볼루션>를 국내 배급사인 인트라링스의 협조를 통해 미리 플레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1편보다 25년 앞선 시대더군요. 당연히 미래의 나노테크를 활용하지 못해 기계의 힘을 빌린 메카닉 강화를 이용한 플레이가 진행됩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생체공학 실험실에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튜토리얼 성격을 가지면서 프리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인지 복잡한 조작보다는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플레이가 되더군요. 주로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게임의 세계관을 알려 줍니다.
주인공은 생체공학 실험실의 과학자들을 보호하는 전 특수부대 대원 아담 젠슨. 갑작스럽게 실험실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괴한들을 추격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생체개조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기본적인 시점은 1인칭으로 FPS 게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실제 전투도 FPS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장르를 착각할 수도 있더군요. 하지만 <휴먼 레볼루션>은 FPS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액션과 RPG의 혼합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크라이시스>와 비슷한 게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플레이 방식은 자유도가 높습니다. 적을 피해서 잠입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는 적을 모두 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마음대로입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처럼 플레이할 수도 있고 <킬존>처럼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서는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음모론을 파헤쳐 나가는 스토리야 말로 이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 액션? 잠입? RPG? 장르의 혼재
<휴면 레볼루션>에서는 네 가지 강화 요소가 등장합니다. 전투(Combat), 잠입(Stealth), 기술(Technology), 사교(Social)로 구분되죠. 전투는 말 그대로 적과의 싸움을 통해 경험치를 얻게 되고, 잠입, 기술도 해당하는 플레이에 따라 경험치를 얻게 됩니다.
사교의 경우는 일종의 대화 스킬이더군요. 대화는 <휴먼 레볼루션>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와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바뀌는 경우도 있고, 플레이 방식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미션에서는 사용할 무기를 선택하는 것도 대화를 통해서 입니다.
이번 미션에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물어볼 때 근거리와 원거리 무기의 선택을 하는 등 제공받는 아이템도 달라집니다. 이렇게 간단한 선택부터 향후 적의 심문까지 다양한 대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쯤에서 뭔가 감이 잡히지 않나요?
말이 안통하는 상대는 총알이 답이죠.
사실 이 게임은 RPG였던 겁니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해당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앞으로의 플레이 방향성을 스스로 잡아 가게 되거든요.
심지어 게임을 하면서 얻는 아이템을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엄청난 자유도가 주어지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서 액션 게임이 될 수도, FPS 게임이 될 수도, 잠입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저의 판단에 따라서 화려한 액션 FPS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면서 더 많은 기술을 쓰게 되면 보다 많은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연출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재미도 더해지고요. 예를 들어 볼까요? 초기의 잠입은 말 그대로 CCTV 카메라를 우회하거나 조용하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또는 환풍 통로를 따라 길이 아닌 곳으로 이동하거나 말이죠. 하지만 잠입 레벨이 올라가면 스텔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에서 본 듯한 광학미체를 이용한 기술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잠입스킬 중 하나죠.
■ 주어진 자유도 만큼 중요한 생각과 판단
<휴면 레볼루션>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무작정 밀어붙이다가는 게임오버를 당하는 것은 일순간입니다. 잠입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등 머리를 써야 합니다. 상대의 뒤로 조용히 접근해 기절시키는 것도 가능하죠.
그런데 이런 근접 공격은 횟수의 제한이 따릅니다. 초반에는 배터리 모양의 게이지가 보이는데, 이것이 방전된 모습일 경우 아무리 가까이, 몰래 접근해도 적을 기절시킬 수 없더군요. 잠입이 아닌 정면돌파를 선택한 플레이를 해도 부족한 탄약이 걸림돌이 됩니다.
끊임없는 생각과 판단. 이것이 <휴먼 레볼루션>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특별한 공략 방법은 없습니다. 무한의 자유도가 주어진 만큼 모든 것은 유저가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적들이 대여섯 명 순찰을 돌고 있는 창고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서너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상대를 1:1로 하나씩 처치하는 방법, 조용히 잠입해서 통과하는 방법, 또는 일부는 처치하고 나머지는 회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일부러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 몰려드는 적을 유인해 수류탄으로 한 방에 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정보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집니다. 적의 위치와 이동, 감시카메라의 시야각, 이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는 물론 목적지의 정보도 제공됩니다. 이런 정보를 조합해서 최적의 패턴을 만들어 내고 풀어 나가는 재미는 마치 퍼즐을 푸는 느낌마저 줍니다.
■ 한 시간 남짓한 체험, 그대로 빠져들다
아쉽게도 <휴먼 레볼로션>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두 번째 스테이지까지 갈 수 있는 정도였죠.
짧은 시간이지만 그 어떤 게임을 플레이할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몰래 뒤를 파고 들까? 총으로 쏴 버릴까?” 짧은 시간 안에서 끝없는 고민을 하고 결국 선택하게 만듭니다. 그나마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미 부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쯤 되면 권총이 아닌 라이플을 달라고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현재의 문제는 풀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휴먼 레볼루션>은 게임입니다. 세이브와 로드가 가능하죠. ‘만약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해 봤다면 그대로 해 볼 수 있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체험시간 동안 수없이 로드를 해 볼 정도였으니까요.
아쉬운 점은 역시 한글화 입니다. 스토리가 중요하고, 게임 내 시스템에서 대화가 필수인 만큼 영어로 된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 수 있습니다. 만약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스토리가 미칠 듯이 궁금하다면 당장 영어 공부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이 게임은 18세 이상 이용가입니다. 토익·토플이 필수가 된 20대에게 재미와 공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영어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타이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