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마셔 대는 수 백 개의 물약, 적게는 몇 마리에서 많게는 수 십 마리의 몬스터를 몰고 다니는 몰이사냥, 게이지를 채워 사용하는 변신, 계정 내의 누적 레벨에 따라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캐릭터 제한 시스템. 과거에는 MMORPG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찾아 보기 힘든 시스템들입니다.
고릴라바나나에서 개발한 <레드블러드>는 이런 시스템들을 활용한 MMORPG입니다. 여기에 인스턴스 던전과 논타겟팅 전투, 다양한 퀘스트와 업적, 타이틀 등 최신 유행(?) 시스템을 섞으면서 색다른 게임을 만들어 냈죠.
<레드블러드> 1차 CBT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직접 체험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호쾌한 몰이사냥과 전투의 재미
<레드블러드>의 기본은 ‘물약을 (마구) 마시며 즐기는 몰이사냥’입니다. 플레이어의 모든 공격은 논타겟팅에 범위 공격이고 사냥터에는 몬스터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모여 있습니다. 몬스터도 레벨에 비해 한 마리, 한 마리가 약한 편이죠.
여기에 체력을 대폭 회복시켜주고 재사용 시간(쿨타임)도 짧은 물약을 상점에서 언제나 판매 중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몰이사냥을 위주로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퀘스트에서도 툭하면 30~40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한 마리씩 잡아서는 끝이 없는 숫자죠. 지형도 몰이사냥에 최적화돼 있어서 넓은 필드에 수 십 마리의 몬스터가 몰려 있죠. 한 지역에 4~5명의 유저가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채널까지 포함하면 수용인원은 더욱 늘어나죠. 몰이사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랄까요?
다(多) 대 일(一)의 전투를 반복하다 보니 때리는 맛도 시원시원하고, 물약이 물처럼 싸다 보니 쉬는 시간도 없습니다. 레벨 20까지 플레이하면서 휴식 버튼을 눌러 본 적이 없을 정도예요.
여기까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몰이사냥입니다. <레드블러드>는 여기에 ‘논타겟팅과 빠른 전투를 통한 컨트롤을 더했습니다.
<레드블러드>에서 마우스 왼쪽 버튼은 기본 공격, 오른쪽 버튼은 콤보 공격을 담당합니다. 플레이어 두 버튼을 섞어서 다양한 콤보를 사용할 수 있죠.
예를 들어 기사로 기본 공격을 두 번 누른 후, 콤보 공격을 누르면 방패가격이, 기본 공격을 세 번 누른 후 콤보 공격을 누르면 보복이 발동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 혹은 <삼국무쌍> 등에서 선보인 조작 방식입니다. 여기에 숫자키를 눌러서 바로 발동하는 스킬도 존재합니다.
모든 공격이 논타겟팅이고 공격과 콤보, 스킬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만큼 컨트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공격 범위에 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 전투의 효율이 달라집니다. 이후 특성을 찍고 나면 특성에 따른 스킬과 콤보 효과까지 적용되면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한층 늘어나죠.
몬스터의 공격력도 강력합니다. 체력은 약하지만 공격력까지 얕볼 수준은 아닙니다. 10마리 가량의 몬스터를 모아서 전투를 즐기다 보면 2~3초 만에 체력이 바닥나는 수준입니다. 죽이는 것도 빠르고, 죽는 것도 빠른 셈이죠.
덕분에 플레이어는 순식간에 바닥난 체력을 순식간에 물약으로 채우는 스릴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컨트롤의 비중이 높아지죠. 순간적인 판단과 컨트롤에 따라 같은 레벨에 같은 장비를 갖고도 누구는 10마리를, 누구는 8마리를 몰아서 사냥하게 됩니다.
덕분에 <레드블러드>에서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몬스터를 몰아서 처치하고, 장비를 바꾸고 레벨을 올릴 때마다 자신이 한 번에 처치할 수 있는 적의 숫자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 빠른 레벨 업과 전투의 잔재미
몬스터를 몰아서 처치하는 만큼 캐릭터의 레벨 업 속도도 빠릅니다. <레드블러드>를 처음 즐겨 봤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만에 레벨 15가 됐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캐릭터는 2시간 만에 레벨 15에 도달하더군요.
성장이 이렇게 빠른 건 <레드블러드>의 가문 시스템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레드블러드>는 플레이어의 계정의 캐릭터들을 가문으로 묶습니다. 그리고 가문 내의 캐릭터 레벨에 따라 다음 캐릭터의 강함이 달라지죠.
예를 들어 이미 최고 레벨의 기사가 가문에 있다면 다음 기사를 키울 때 보너스 능력치를 얻는 식입니다. 캐릭터는 뒤로 갈수록 강해지고, 자연스럽게 강한 캐릭터를 위해 반복해서 캐릭터를 키우는 구조죠. 다만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는 가문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연속 킬과 타이틀, 소울게이지처럼 전투의 잔재미를 높이는 요소도 많습니다. <레드블러드>에서는 몬스터를 연속으로 처치할 때마다 연속 킬 수가 오르는데요, 한 번에 많은 수의 몬스터를 처치할수록 소울 게이지가 차는 양이 늘어납니다. 소울 게이지를 다 모으면 순간적으로 캐릭터가 강해지는 버프를 받을 수 있죠.
이미 많은 게임에서 선보인 흔한 시스템이지만, 연속 킬을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 게이지 모이는 속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빠른 호흡의 전투’를 유도합니다.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플레이 스타일도 전투의 재미에 한몫합니다. <레드블러드>의 특성은 크게 기본 공격에서 이어지는 콤보에 새로운 능력치는 주는 콤보 특성과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액티브 특성,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하는 패시브 특성으로 구분됩니다.
특성을 통해 특정 콤보의 위력을 강화하거나 기절, 다운공격, 넉백 등 다양한 부가효과를 얻을 수 있고 스킬과 콤보가 섞여서 전혀 새로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사의 예를 들면 적에게 출혈 효과를 주는 찌르기 스킬을 배운 후 흡혈 스킬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거나 심판의 빛 스킬로 적을 기절시킨 후 기본공격 2회 후 보복과 응징으로 기절 상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특성이 상태이상 또는 상태이상 중 다양한 부가효과를 주기 때문에 미리 어떤 순서로 공격할지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죠. 특성만 바꿔도 공격 패턴과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호쾌한 사냥에 빠른 레벨 업, 아슬아슬할 때까지 싸우는 컨트롤과 전략적 특성까지. MMORPG의 기본인 전투와 성장 재미는 잘 갖춘 셈입니다.
■ 지겨움을 없애라! 다양한 노력들
업적 시스템과 1인 던전, 맵 곳곳에 나타나는 보스 몬스터 등 반복 전투에 따른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많습니다. 업적은 게임 접속시간을 채우는 것부터 연속적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죠. 컨트롤과 관련된 업적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1인 던전에서는 몰이사냥과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장치들도 눈에 띄는데요, 초반에 등장하는 광산에는 레벨 1 몬스터가 수 십 마리 떼를 지어 덤빕니다. 학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보스 몬스터는 몰이사냥과는 다르게 1:1 위주로 구성됐습니다. 예비동작을 보고 다음 공격을 예측하고 방어나 회피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몰이사냥과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보스 몬스터는 퀘스트와 상관없이 필드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에 전투 중간중간 나타나는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얻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보스 몬스터는 재생성 시간이 빠르고 아이템 드랍률도 높아서 초반부터 이것저것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RPG에서 빠지면 섭섭한 아이템 분해와 제작 등의 보조기술도 있습니다. 특히 <레드블러드>에서는 게임 내에 나오는 거의 모든 몬스터를 포획해서 직접 부릴 수 있습니다. 포획한 몬스터는 종류에 따라 탈것과 전투를 돕는 펫 등에 두루 활용되고요.
■ 뻔한 몬스터. 반복되는 몰이사냥
문제는 ‘몰이사냥’ 방식 전투의 한계입니다. 우선 많은 몬스터를 한꺼번에 처치하도록 게임을 만들다 보니 몬스터의 패턴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몬스터의 인공지능을 강화하거나 다양한 패턴을 넣기도 힘들죠.
만약 10 마리의 몬스터와 싸우던 중 한 두 마리의 몬스터가 도망가서 체력을 회복하거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는 스킬을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플레이어는 이리저리 떠서 돌아다니며 도망 다니는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죠.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는군요.
덕분에 <레드블러드>의 몬스터는 외형만 빼면 차이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장거리 몬스터와 근거리 몬스터, 선공 몬스터와 후공 몬스터 정도의 구분만 있을 뿐입니다. 레벨 1의 소라게나 레벨 20의 도적단은 외형과 능력치만 다를 뿐이죠.
특성 덕분에 사용하는 콤보와 스킬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적의 패턴이 매번 같다 보니 뒤로 갈수록 전투의 재미가 떨어집니다. 게다가 <레드블러드>는 퀘스트 동선과 텍스트의 양을 줄였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투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뜻이죠. 그만큼 전투의 지겨움을 극복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현재 개발사에서는 몬스터를 죽이는 방법이나 동시에 처치한 숫자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입니다.
계속된 논타겟팅 사냥에 따른 피로도 문제입니다. 버튼 연타가 많은 전투 방식이고 효율이 뛰어난 물약 덕분에 게임 진행 호흡도 빠르다 보니 눈과 손의 피로가 상당합니다.
1차 테스터 중에서는 농담 삼아 ‘플레이어의 체력과 캐릭터의 물약 중 어느 것이 먼저 떨어지나 겨루는 게임’이라는 말을 남긴 유저도 있을 정도예요. 몰이사냥과 논타겟팅을 택한 <레드블러드>의 최대 과제입니다.
■ 전투에 한정된 테스트, 초반 재미는 합격점
개발사인 고릴라바나나는 1차 CBT의 목표를 ‘전투와 초반 플레이의 재미’에 뒀습니다. 그런 목표에서 보자면 <레드블러드>의 첫인상은 합격점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관계로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그래픽도 깔끔합니다.
특히 몰이사냥을 염두에 둔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인데요, 자신과 전투 중인 몬스터의 발 아래에 주황색 원을 표시해 주고 ‘몰아서 처치하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펙트도 시원시원하게 터집니다. 스킬에 따른 이펙트 색을 통일해서 화면이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점도 특징이죠.
i5 CPU에 지포스 250GT 그래픽카드, 4G 램으로 무리 없이 풀 옵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몰이사냥 탓인지 최저사양은 약간 높은 편입니다.
장비마다 정해진 수치 내에서 강화석을 장착해 옵션을 추가하거나 같은 아이템과 같은 포획 몬스터라도 감정결과에 따라 능력치가 달라지는 등 ‘반복적인 플레이를 유도한 부분’도 많습니다. 피할 수 없는 반복이라면 최대한 재미있게 즐기도록 유도하겠다는 개발사의 의지가 팍팍 느껴질 정도로요.
몬스터의 인공지능이 (의도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을 빼면 최소한 전투에서는 딱히 흠잡을 부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의 게임들보다는 단순하지만 조작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을 원하는 유저에게 추천합니다.
앞으로 <레드블러드>는 1차 CBT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가문과 용병거래 등 본격적인 시스템이 포함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11월 10일 개막하는 지스타 2011에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