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FPS게임 하면 군복을 입고 M4나 AK를 들고 싸우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인기 있는 대부분의 FPS가 그러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체험기의 주인공인 <머큐리:레드>는 조금 다릅니다. 마치 서양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갱스터와 폴리스 진영으로 나뉘어 특이하게 생긴 무기를 들고 싸움을 벌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 호불호가 나뉘는 개성만점의 그래픽
<머큐리:레드>의 가장 큰 특징은 그래픽 스타일입니다. 사실적인 인체비례와는 거리가 먼 듯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습을 자랑합니다. 이들은 카툰렌더링 방식으로 게임에서 구현돼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더 강하게 주죠.
캐릭터는 다섯 종류. 차가운 도시 여자를 연상하게 하는 ‘폭스’, 막 감옥에서 탈출한 듯한 ‘랩터’,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빅풋’, 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암살자 ‘팬텀’, 금발의 팜므파탈을 연상시키는 ‘호크’입니다.
유저들은 게임 내 ‘계급’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입맛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의상으로 캐릭터의 겉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본 캐릭터의 개성도 넘치지만 커스터마이징도 독특하다.
게임 배경도 카툰렌더링으로 되어 있어 기존 FPS의 배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합니다. 다소 과장된, 현실인 듯하면서도 약간은 특이한 느낌으로 구성된 배경은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그래도 너무나 개성적인 모습에는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습니다. 실사풍 그래픽의 경우 유저의 평가는 보통 ‘그래픽 퀄리티가 좋다’와 ‘그래픽 퀄리티가 낮다’로 구분되는 반면, <머큐리:레드>는 일단 그래픽 스타일에서 먼저 호불호가 갈리고, 그 다음에 퀄리티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게 됩니다.
취향을 타는 그래픽 스타일이긴 하지만, 정성을 들인 티가 팍팍 나는 그래픽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총기의 타격감도 좋은 편이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역동적이고 부드럽습니다. 맵의 구조나 디테일 역시 뛰어납니다.
여러모로 정성을 들인 그래픽임에는 분명하다.
■ 특징이 뚜렷한 다섯 캐릭터, 밸런스는?
<머큐리:레드>의 다섯 캐릭터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성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고, 이동속도와 특수능력도 차이가 납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비슷한 실력의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캐릭터를 고를 경우, 전장의 환경과 선택한 캐릭터에 따라 특정 캐릭터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캐릭터의 특징과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스’의 경우 ‘돌격소총’ 스타일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 표준형 캐릭터입니다. 무난한 성능이고, 특수기술로 ‘락온’을 갖고 있어 정밀한 조준에 약한 이들도 수월하게 적을 쓰러트릴 수 있죠. 다만, 총기의 집탄율이 다소 낮은 편이라 연사할 경우 조준점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일명 ‘무쌍’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병 계급을 달면 서브 머신건 두 자루를 사용하는 ‘랩터’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근접전에 최적화된 랩터는 적과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히고, 적에게 부딪쳐서 시선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죽었을 때는 폭탄을 떨어트려 잠시 후 일정 범위 안의 모든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거점을 점령하고 수비하고 있는 적들에게 순식간에 접근해 처치하거나, 처치하는 데 실패해도 사망 시 떨어지는 폭탄으로 적의 주의를 끌 수 있어 거점 점령전에서 빛을 발휘하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마다 개성과 특징이 뚜렷한 <머큐리:레드>.
저격총을 사용하는 호크는 일병 계급부터 쓸 수 있습니다. 호크는 다른 게임의 스나이퍼와는 다르게 특수능력 ‘파워샷’을 사용해 줌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준점이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FPS게임을 자주 하는 유저라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좋은 유저가 로즈를 플레이할 경우 근접 상황에서도 저격총으로 일격필살을 노릴 수 있겠죠.
방패와 자동발칸을 사용하는 빅풋은 상병부터 쓸 수 있습니다. 빅풋은 적의 공격을 최전선에서 막아내며 아군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후방에서 자동발칸을 난사하며 압도적인 화력을 쏟아냅니다. 제대로 조준된 상태에서 쏟아지는 자동발칸은 정말 위협적입니다.
웃는 모양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팬텀은 빠른 이동속도와 은신능력을 갖춘 암살자입니다. 강하지만 쓰기 어렵죠. 그래서 병장부터 쓸 수 있습니다. 팬텀은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샷건으로 적을 농락할 수 있으나,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은밀히 잠입한 팬텀은 적의 후방을 교란할 수 있고,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켜 전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FPS에서 조준이 자동!? 특수능력의 위력이다.
이렇듯 캐릭터들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캐릭터에 따른 밸런스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 캐릭터를 고르면 해당 게임이 끝나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조합이 좋지 않을 경우 애로 사항이 꽃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게임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특수능력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는’ 클래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호크가 자리를 제대로 잡으면, 멀리 있는 적은 줌인해서 잡고, 가까운 데 있는 적은 파워샷으로 잡아냅니다. 이를 잡으려면 같은 호크가 저격으로 맞대응하거나, 다수의 수적 우세를 통한 진입, 혹은 팬텀의 후방 잠입이 필요합니다.
만일 아군 호크의 실력이 상대방에 비해 뒤처지거나, 팬텀이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호크 한 명으로 인해 아군은 적군에 대해 전술적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집니다.
물론, 각 조합이 잘 맞으면 상당히 흥미진진한 게임이 나오기도 합니다. 실력과 팀워크, 여기에 팀 조합과 특수능력의 적절한 사용이 있어야만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이라 유저들은 보다 박진감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빅풋이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고, 그 뒤에서 랩터가 돌격해 진형을 무너트리는 재미, 팬텀으로 적을 교란시키는 재미는 분명 다른 FPS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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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레드>는 캐릭터 조합이 정말 중요한 게임.
■ MORPG의 ‘마을’ 같은 느낌, 광장
<머큐리:레드>에는 ‘광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FPS게임에서 채팅용 채널 정도의 개념이었던 광장을 마치 MORPG의 ‘마을’과 같은 개념으로 만들었더군요. 이곳에서 유저들은 다른 유저와 대화하거나 NPC를 만나 아이템을 사고, 무기를 개조할 수 있습니다. 다른 유저와 1:1 대결도 가능하고요.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인 개성 넘치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광장’으로 인해 더욱 빛납니다. FPS 장르의 태생적인 한계는 자신의 캐릭터를 다방면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인데요, <머큐리:레드>의 광장은 MORPG의 마을과 같은 3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의 캐릭터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을의 NPC들이 단순한 대사만 하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최근 업적 시스템 등이 FPS 장르에도 도입되고 있는데, 이를 ‘광장’을 활용해 풀어냈다면 더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음 업데이트를 통해 로비의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면, 이는 <머큐리:레드>의 특징뿐만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쉽지만, 쉽지 않다? <머큐리:레드>
<머큐리:레드>는 특색 있는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 때문에 상당히 ‘가벼워 보이는’ 게임입니다. 최근 FPS에서 유행하는 지향사격과 조준사격의 분리가 이뤄져 있지 않아 쏘고, 달리면 되는 단순함도 있습니다. 기존에 온라인 FPS게임을 즐겨왔던 이들은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특수능력의 활용에 따라 FPS게임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도 속칭 ‘밥값’을 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조금 더 즐겨 보면 <머큐리:레드>는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특수능력은 고수의 손에 들어갈 경우 ‘행성파괴급 무기’의 위용을 뽐냅니다. 적절하게 사용되는 특수능력으로 인해 고수들이 조작하는 캐릭터의 성능이 급격하게 치솟기 때문이죠.
게다가 각 맵과 모드에 따라 효율적인 캐릭터 조합의 차이가 있고, 같은 실력이라면 조합이 잘된 팀의 조직력이 게임의 승패에 너무나 큰 영향을 줍니다. 결국 <머큐리:레드>는 접근하기는 쉽지만, 고수가 되기는 만만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면 할수록 ‘쉽지만 쉽지 않은’ 게임이란 느낌이다.
<머큐리:레드>는 뚜렷한 개성과 그래픽을 갖고 있습니다만, ‘대중적인 FPS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당장 대답하기 힘듭니다. 일단 취향을 타는 그래픽으로 ‘대중적인 게임’에서 조금 벗어났고, 스타일도 분명 신선해 재미있기는 하지만 취향을 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업데이트도 중요하겠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있습니다. 기존의 FPS게임이 식상해졌다면 <머큐리:레드>는 좋은 별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