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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혼을 울리는 뜨거운 열혈! 아수라의 분노

아수라의 분노, Xbox360 버전 리뷰

안정빈(한낮) 2012-03-02 23:41:57

팔이 부러지면 다리로 적을 걷어차고, 다리가 부러지면 머리로 적을 들이받는 처절한 전투. 행성만한 적이 대기권을 뚫으며 주먹을 날리고 한 자루의 칼로 지구를 꿰뚫는 압도적인 스케일. 글자 하나 하나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조금은 유치한) 멘트. 거기에 각종 필살기를 비롯한 뜨거운 연출까지.

 

<아수라의 분노>는 오랜만에 나온 진짜 열혈게임입니다. 뜨거운 피를 지닌 플레이어라면 1화부터 18화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발단과 전개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위기일색의 단순명료한 스토리도 인상적이죠.

 

다만 열혈물에 내성이 없거나 언제나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대하는 유저라면비싼 돈 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기호를 많이 타는 게임이죠극단적인 열혈과 극단적인 재미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열혈유저들의 게임, <아수라의 분노>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콘솔게임 리뷰의 특성상 약간의 미리니름(스포일러)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 팔, 다리가 부러져도 싸운다! 열혈 그 자체의 전투

 

<아수라의 분노>에서 모든 것은 근성과 분노로 해결됩니다. 상대성이론과 질량보존의 법칙 같은 건 분노로 뛰어넘고, 합리적인 판단 따위는 근성으로 우걱우걱 씹어먹습니다. 과학을 철저히 무시하는 열혈의 기본공식입니다.

 

그만큼 과장도 심합니다. 산산이 조각난 주인공의 팔다리는 툭하면 다시 자라나고, 아수라의 배에 칼을 꽂은 적은 그대로 달에서 지구까지 뛰어내리며 칼을 늘려 갑니다. 아수라의 배를 통과하며 늘어난 칼은 지구를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오죠.

 

홀몸으로 수 십 척의 거대한 전함을 격침시키는 건 기본이고, 행성만큼 거대해진 적의 대기권을 뚫는 공격을 받아쳐 거꾸로 적을 붕괴시킵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적이 있다면 주먹을 날려 입을 다물게 만들고, 적의 강력한 공격에는 더욱 강력한 공격으로 응수합니다.

 

등장인물의 대사도 매력이 넘칩니다. 양팔을 잃은 채 자신의 스승과도 같던 오우거를 쓰러트린 아수라에게 오우거는 힘겹게 입을 엽니다. “귀공은 귀공의 길을 가라”고. 여기에 아수라는 저 멀리 나타난 새로운 적을 바라보며 그의 칼을 발로 차 입에 문 채 대답을 던집니다. “빌려 가지.”

 

열혈! 말 그대로 피가 끓는 듯한 뜨거움을 느낄 수 있죠. 스케일이 큰 만큼 액션도 시원시원하고 자신보다 몇 십, 몇 백 배는 강력한 적을 무너트리는 쾌감도 줍니다. 과장과 뜨거움만으로는 단연 최고입니다.

 

 

 

모든 것은 분노로만 끝난다! 열혈에 어울리는 전투방식

 

<아수라의 분노>는 전투방식도 열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게임의 전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다수의 졸개들과 <진·삼국무쌍>과 비슷한 액션으로 싸우는 일반전투와 거대한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보스전, 하늘을 날거나 땅을 달리며 적을 격추하는 슈팅방식의 공간전투입니다.

 

전투의 종류는 다르지만 규칙은 같습니다. 모든 것은 오직 분노로만 끝낼 수 있다는 규칙입니다. <아수라의 분노>에서는 적의 숫자나 체력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보스는 체력이 아예 없고, 일반 몬스터는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주인공 아수라는 적을 공격할 때마다 일정량의 분노를 얻습니다. 분노는 플레이어의 체력 아래에 표시되며 강력한 공격을 할수록 빠르게 오릅니다. 이렇게 분노를 가득 채운 후 버스트 모드를 발동해 적을 공격하면 화끈한 컷신과 버튼액션이 나온 후 다음 전투로 이어지죠.

 

 

다만, 분노 게이지를 가장 많이 올려주는 헤비어택은 쿨타임이 길어서 자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멀리서 주먹에 기를 담아 적을 공격하는 래피드샷으로 언리미티드 게이지를 모으고, 헤비어택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언리미티드 모드를 활성화해야 하죠.

 

정리하자면, 래피드샷으로 적을 견제하며 언리미티드 게이지를 모은 후 → 언리미티드 모드를 발동해 헤비어택을 무한히 발동하고 → 헤비어택으로 분노 게이지를 가득 채워 버스트 모드를 터트리는 순서입니다.

 

마치 슈팅게임 같은 화면이 펼쳐지는 공간전투도 방식은 비슷합니다. 래피드샷이 분노와 언리미티드 게이지를 동시에 채워준다는 점과 헤비어택이 적을 조준해서 발사하는 유도공격으로 대체된다는 점만 다를 뿐, 끝은 언제나 버스트 모드로 정리하게 되죠.

 

오직 버스트 모드로만 적을 쓰러트릴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은 늘 화끈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만화로 따지면 꼭 끝에 필살기가 나오는 모양새랄까요?

 

 

기껏 강력한 공격을 쏟아부었더니 적이 쥐꼬리만큼 체력이 남아서 발차기로 허무하게 마무리했다거나, 정작 중요한 기술을 사용하기도 전에 적이 쓰러져 김이 새는 일은 <아수라의 분노>에 없습니다. 열혈에 잘 어울리는 방식이죠.

 

전투의 흐름도 화끈합니다. <아수라의 분노>는 적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전투가 주를 이룹니다. 기본적으로 아수라의 헤비어택은 적의 공격을 무시하고 적의 공격을 끊는 슈퍼아머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이 강력한 공격을 할 때는 버튼액션으로 반격의 기회도 주어지죠. 일부 전투를 제외하면 전투의 흐름을 결정짓는 건 플레이어의 권한입니다.

 

적이 틈을 보일 때마다 래피드샷이나 일반공격으로 게이지를 모으고, 적이 강력한 공격모션을 취하면 헤비어택으로 빈틈을 만듭니다. 정신없이 적을 몰아치다가 버튼액션이 뜨는 순간 해당버튼을 눌러 공격을 맞받아칩니다. 쓰러진 적에게는 헤비어택을 이용해 화끈한 컷신이 나오는 스페셜어택을 먹일 수 있죠.

 

 

기본공격과 래피드샷만으로도 연타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시종일관 적을 몰아치는 호쾌한 전투가 가능합니다. 적에게 맞았을 때도 점프 버튼을 누르면 자세를 바로잡죠. 적이 빈틈을 보일 때는 몰아쳐서 때리고, 적에게 얻어맞을 때는 맞받아치는 공격일변도의 전투입니다.

 

특히 후반에는 언리미티드 모드를 발동한 채 적의 공격을 헤비어택으로 연달아 맞받아치는전투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견제에서 시작해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고 발을 땅에 붙인 채 공격을 공격으로 상쇄하는 전투,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터지는 분노의 일격. 더 이상 화끈하다는 말을 하기가 지겨울 정도네요. 다시 한 번 열혈. 그 자체입니다.

 

 

 

몰입감을 높이는 연출과 컷신 조작

 

열혈에는 몰입감이 필요합니다. 과장(혹은 허풍)이 심한 열혈물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이야기에 몰입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유치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죠. <아수라의 분노>의 개발사인 사이버커넥트2는 이를 연출로 극복했습니다.

 

<나루토 질풍전> 게임 시리즈에서 원작 애니메이션이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뛰어났던 사이버커넥트2의 연출능력은 <아수라의 분노>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수라의 분노>는 게임 곳곳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커맨드를 입력해야 합니다.

 

특히 컷신에서 버튼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슬로우 모션과 빨리 감기를 적절히 이용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버튼 입력 타이밍을 넣어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야사가 항마와 싸우는 장면에서 야사는 잔상만 겨우 보일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적들을 베어 나갑니다. 야사의 잔상이 거대한 항마 앞에 도착하는 순간, 아날로그 스틱을 왼쪽으로 입력하라는 문구가 뜨죠.

 

스틱을 움직이는 순간, 화면이 급격히 느려지면서 야사가 항마의 코앞까지 속도를 줄이며 다가섭니다. 야사의 몸이 항마에 닿을락말락하는 순간 B버튼을 입력하라는 표시가 나타나고, 버튼을 누르면 펑! 야사의 주먹이 항마를 날리며 화면이 다시 빨라집니다.

 

글로 설명하니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1~2초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쉴 새 없이 떠드는 적에게 주먹을 날리며 전투를 시작한다거나 컷신에서 나오는 다양한 적의 공격을 플레이어가 직접 버튼을 눌러 피해야 하는 등 몰입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투 중간에도 컷신과 버튼 입력은 이어집니다. 버스트 모드를 발동한 이후의 공격장면에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버튼을 눌러야 하고, 아예 버튼 입력만으로 진행되는 전투도 있죠. 전투 결과와 점수가 달라지고, 조작과 연출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죠. 몰입감도 자연히 치솟습니다.

 

 

 

사랑과 우정과 분노가 모두 담긴 스토리

 

단순명료한 스토리도 게임에 몰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아수라의 분노>는 동료였던 팔신장에 의해 아내를 잃고 딸을 납치당한 아수라가 이승과 저승의 틈새에서 기어올라와 그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1화에서 납치당한 딸을 되찾겠다는 아수라의 의지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팔신장이 배신한 이유도, 아수라의 딸이 그렇게 중요했던 이유도, 사람들이 그렇게나 괴롭게 살아가는 이유도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공개되지만 특별히 몰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흔한 복선이나 암시도 없죠. 딸을 되찾고 동료에게 복수한다. 이게 전부입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목적이 확실한 만큼 상황도 잘 와 닿죠. 여기에 쉬지 않고 강적이 쏟아져 나오면서 플레이어가 긴장을 늦출 틈을 주질 않습니다.

 

 

스토리 전개 방식도 신선한데요, 전체 이야기를 18화로 나누고 화마다 아이캐치(TV프로그램에서 중간광고 전후로 삽입되는 이미지)와 예고편까지 준비했습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아수라 이외의 시점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그림과 글로 보여줍니다.

 

메인 스토리는 최대한 단순하게 갖추면서 대신 (딸의 납치와 상관없는) 주변 이야기를 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게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컷신 덕분에 한 화 한 화를 마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2회차 플레이는 없다. 부족한 반복과 깊이

 

<아수라의 분노>는 짧습니다. 처음부터 엔딩인 18화까지 느긋하게 진행해도 7~8시간이면 깨고 남습니다. 화마다 전투는 3번에서 많게는 7~8번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컷신이죠. 심지어 전투 외의 장면에서 아수라를 움직이는 건 처음 마을에 들어갈 때와 소녀를 따라갈 때 2번뿐입니다. 그것도 1분이 채 안 되죠.

 

반복이 필요한 요소도 딱히 없습니다. 숨겨진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S랭크 5개를 얻거나 50스테이지 이상을 클리어해야 하지만, 노멀 모드로 조금만 신경 썼다면 S랭크 5개는 매우 쉽습니다. 리뷰를 위한 플레이에서도 아예 반복 없이 바로 숨겨진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었을 정도입니다.

 

대미지를 입지 않거나 전투시간을 줄이는 등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다양한 부가 능력을 주는 새로운 게이지를 얻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게이지가 아예 없어도 엔딩을 보는 데 전혀 무리가 없으니까요. 업적 시스템도 딱히 보상이랄 게 없습니다.

 

컷신의 비중이 많은 만큼 2회차 플레이는 더욱 짧아집니다. 사실 단순한 스토리에 배경지식도 친절하게 알려주다 보니 2회차 플레이를 할 의미도 없습니다. 같은 영화, 그것도 액션으로 가득한 할리우드 영화를 두 번 보는 느낌이랄까요?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확실한 재미를 제공하지만 가격에 비해 짧은 플레이 시간과 파고들 만한 요소가 없다는 건 아쉽습니다. 앞으로 발매될 예정인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기대해 봅니다.

 

 

 

진정으로 아쉬운 한글화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국내에서 발매된 <아수라의 분노>는 일본어와 영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몰입감이 워낙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상황과 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재미가 확 달라집니다.

 

죽어가는 순간에서도 멋들어진 대사를 날리고, 치열한 전투 도중에 허세를 부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불교구절을 (완전 자기 멋대로) 인용하는 모습들은 <아수라의 분노>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게임이 외길 진행이고, 대사보다는 기합소리가 더 많다 보니 텍스트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닌데요,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아예 언어를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만큼 플레이 자체를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법문을 이용한 부분이 많다 보니 개인적으로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더 잘 어울리더군요. 특히 각 화의 제목이 영문판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11화의 제목인 귀공은 귀공의 길을 가라는 영문판에서 최후의 수업으로 바뀌었습니다. 12,000년 만에 지상으로 돌아온 아수라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세상을 보며 단지 지옥일 뿐이지 않나라고 자답하는 부분도 영문판에서 대지에 내린 지옥으로 바뀌었죠.

 

일본판이 해당 화의 대사 중 가장 멋진 부분을 골라 제목으로 쓰는 반면, 영어판에서는 각 화의 주제를 제목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사 싱크는 영문판에 맞춰져 있습니다. 참고합시다.

 

 

 

열혈유저라면 지르자. 2도 나온다

 

최근 열혈물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에서 <아수라의 분노>는 가뭄에 단비 같은 게임입니다. 열혈이라는 말만 들어도 피가 끓는다, 평소 그렌라간이나 겟타의 열렬한 팬이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지르세요. 가이낙스의 애니메이션을 빼고 이 정도의 열혈물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열혈물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10점 만점에 25점 정도 줘도 충분할 게임입니다.

 

다만, 열혈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유저, 보는 맛보다 즐기는 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저라면 비추천입니다. 캐릭터와 함께 뜨거워질 수 없다면 눈에 보이는 대사나 연출은 그저 유치찬란함의 극치일뿐입니다. 컷신의 버튼입력도 전혀 게임으로는 와 닿지 않죠. 개발사에서 괜히 체험형 연속활극 액션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게 아니에요.

 

짧은 스토리가 굉장히 아쉽습니다만, 2편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진짜 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속편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구매는 필수입니다. 참고로 저 암시가 제가 아는 이 게임의 유일한 암시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정말 대단하군요(…).

 

다만, 혹시 게임을 즐길 유저라면 방송 등으로 게임장면을 시청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연출이 8할인 게임에서 컷신을 본다는 건 나중에 즐길 재미가 사라진다는 뜻이니까요.

 

 

퍼블리셔가 캡콤인 덕에 나올 수 있는 열혈 D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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