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내에 출시된 <소녀는 하늘로 떨어졌다>(GRAVITY RUSH, 이하 그라비티 러쉬)는 중력을 조종해 벽과 천장, 공중을 오가는 자유로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비행슈팅을 연상시키는 중력액션은 독특한 재미가 있으며 PS Vita의 자이로 센서를 십분 활용한 조작법은 플레이어에게 마치 캣(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다만 ‘중력 킥’ 일변도의 전투, 긴 로딩 시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복선 등은 게임의 재미를 떠나 플레이어에겐 아쉬운 요소였다. /디스이즈게임 다미롱
■ 한 편의 비행슈팅, 360° 중력 액션
<그라비티 러쉬>의 가장 큰 특징은 중력을 활용한 액션이다. 주인공인 캣은 중력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중력술사다. 캣은 자신이나 물체에 작용되는 중력을 중화시켜 공중에 띄울 수 있고, 중력의 방향을 조종해 벽을 걷거나 허공으로 떨어질 수(≒비행) 있다.
많은 능력들이 게임 중에 쓰이지만 백미는 바로 비행이다. 꼬불대는 헥사빌의 골목길을 벗어나 탁 트인 하늘을 나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캣의 중력 스킬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속도감도 상쾌함을 배가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느낌을 플레이이어에게 만끽하게 만들고 싶어서인지 게임의 디자인도 비행에 적합하게 되어 있다. 헥사빌의 고지대와 하늘 곳곳에는 캣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프레셔젬’이 배치돼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몇몇 구역은 도보나 전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비행이 빨라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비행에 익숙해진다.
보스전은 비행이 중심인 <그라비티 러쉬>의 중력 액션을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무대다. 대부분 거대한 보스는 비행 없이는 공략하기 힘든 약점과 빠른 이동속도를 갖고 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공중전으로 보스를 상대하게 된다. 허공을 수놓는 ‘탄막’을 피하며 보스의 약점에 강력한 날아차기(=중력 킥)을 선사하는 <그라비티 러쉬>의 보스전은 마치 3D 비행슈팅게임을 연상시킨다.
다만 주요 전투가 너무 공중전 위주로 디자인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그라비티 러쉬>의 전투기술은 필살기를 제외하면 기본기인 킥과 비행상태에서만 쓸 수 있는 중력 킥, 그리고 중력을 조종해 바닥을 미끄러지는 도중 사용하는 슬라이드 킥 3종류가 있다.
하지만 킥과 슬라이드 킥 모두 범용성이나 위력 면에서 중력 킥을 따라갈 수 없다. 보스전에선 두 기술을 유효하게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챌린지 미션에서도 중력킥의 효율이 워낙 좋아서 중반 이후부터는 두 기술의 존재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체감형(?) 시야 조종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게임의 콘셉트를 들은 순간 걱정됐던 것은 시야 조종이었다. 자유롭게 중력의 방향이 바뀌고 비행이 중심이 되는 게임에서 시야 조종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되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 걱정은 기우였다.
<그라비티 러쉬>는 PS Vita의 오른쪽 스틱이나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시야 조종을 지원한다. 스틱을 활용한 조종은 다른 게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 조작은 상상 이상으로 쾌적했다.
플레이어는 PS Vita 본체를 움직여 시야를 조종할 수 있다. 기기를 오른 쪽으로 돌리면 시야가 오른 쪽으로 이동하고, 아래로 내리면 시야 또한 내려가는 방식이다. 플레이어가 기기를 움직인 만큼만 시야가 이동하기 때문에 스틱에 익숙하더라도 짧은 거리라면 센서를 활용하는 조종이 더 편했다.
게임의 몰입감이 높은 탓에 스틱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시야를 조종하려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뒤트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서 게임을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대중교통에서 플레이하던 중 과도한(?) 시야 조종으로 본의 아니게 주위에 폐를 끼치기도 (혹은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고속이동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프레임 저하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투에서는 쾌적한 시야 조종을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보스의 공격을 피하느라, 혹은 드러난 보스의 약점을 강습하느라 고속이동이 잦은 보스전에서 이러한 아쉬움은 두드러졌다.
■ 미칠 듯한 로딩의 압박! 챌린지 미션
챌린지 미션은 <그라비티 러쉬>의 미니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프레셔젬을 소비해 헥사빌 곳곳에서 작동을 멈춘 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 이렇게 가동된 시설들은 플레이어에게 챌린지 미션이라는 미니게임을 통해 프레셔젬을 모을 기회를 제공한다.
챌린지 미션은 크게 전투, 운반, 레이싱으로 구분된다. 세 종류의 게임 모두 타임어택 방식의 단순한 게임에다가 난이도 또한 만만치 않지만 재미는 각별하다. 보스의 특정 패턴 공략이나 도시의 파괴 등에도 신경을 써야 했던 시나리오와 달리 챌린지 미션은 그런 걱정 없이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적을 쓸어버리거나 최고 속도를 과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을 미끄러지는 ‘중력 슬라이드’ 기능을 활용한 레이싱 미션은 특유의 속도감과 자유분방한 코스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자이로 센서를 사용하는 중력 슬라이드 조작이 조금 뻑뻑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조작을 이겨내고 드리프트를 성공시키는 쾌감이 상당했다.
다만 이러한 재미와는 별도로 기나긴 로딩 시간은 미션을 쾌적하게 즐기는 데 방해되는 요인이었다. 타임어택이 핵심인 챌린지 미션은 기록 경신을 위한 재시작이 잦다. 하지만 미션을 다시 시작할 때마다 20초가 넘는 로딩이 기다리고 있다 보니 마음 편히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 시즌2를 기다려주세요? 아쉬운 마무리
잘 짜여진 스토리는 <그라비티 러쉬>의 게임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라는 설정과 의미심장한 독백으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몇몇 이벤트에서는 대놓고 위기를 예고해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깜찍한 캣의 행동과 NPC들의 허를 찌르는 대사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게임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요소다. 완급이 잘 조절된 스토리 덕분에 <그라비티 러쉬>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하지만 높은 몰입도 때문에 엔딩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플레이어에게 많은 아쉬움을 준다. 그동안 즐거웠던 <그라비티 러쉬>의 플레이가 일단락된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아쉬움도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복선들에 대한 궁금증은 엔딩에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쉬움이다.
사실 <그라비티 러쉬>의 엔딩까지 해결되는 의문은 많지 않다. 캣을 위협하던 요인들은 ‘일단’ 사라졌지만, 스태프 롤에서는 또 다른 위기(≒후속작)을 예고한다. 그런가 하면 진행 도중 플레이어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네비의 진정한 정체, 캣의 과거, <그라비티 러쉬>의 세계를 창조했다는 ‘상상주’의 정체 등은 무엇 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엔딩을 본 성취감은 생각보다 적었다. 분명 큼직한 사건은 해결됐지만, 은근히 예고되는 후속편과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복선들은 엔딩을 본 후에도 플레이어의 마음을 놓아주질 않았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이라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이야기의 완결이라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스태프 롤에 대놓고(?) 나오는 후속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