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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액션은 대만족! RPG는 글쎄? 던전스트라이커

던전스트라이커, 정식 서비스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3-05-31 15:05:31

4~5등신 캐릭터로 제대로 된 액션이 가능할까?’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전작 <드래곤네스트>를 처음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던전스트라이커>를 처음 본 순간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2등신 캐릭터로 액션이 가능하긴 한 거야?’ 두 질문의 해답은 같았다. 잘 만든 액션에 캐릭터의 크기는 상관없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던전스트라이커>에서 최상의 액션을 보여줬다. 2등신의 귀여운 캐릭터가 보여주는 박력 넘치는 액션은 (쓰면서도 뭔가 말이 이상해 보이지만) ‘진짜’였다. 전투는 그 자체로 재미있었고, 보스전은 화끈했다. 자유로운 전직을 통해 신선함을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다.

 

다만 최종 콘텐츠로 내세운 단조로운 아이템 파밍과 지나치게 운에 의존하는 이상한 콘텐츠 전개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최고의 액션과 부족한 콘텐츠의 만남. 그래서 ‘약간의 변화’가 더 아쉬운 게임 <던전스트라이커>를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빠르게 몰아치는 공격, 묵직한 손맛

 

<던전스트라이커>의 기본기는 뛰어나다. 액션부터 그래픽, 속도감, 손맛, 연출까지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우선 <드래곤네스트> 때부터 재능을 보이던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액션은 <던전스트라이커>에서 정점을 찍었다.

 

<던전스트라이커> 2등신 캐릭터를 이용한 액션게임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액션을 기대하기 쉽지만 실상은 빠르고 호쾌한 액션을 내세웠다.

 

초반부터 화면 곳곳에서 수 십 마리의 적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강력한 범위공격으로 다수의 적을 한 방에 ‘학살’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공격속도도 빨라서 (홍보문구에 나온 초당 10회까지는 몰라도) 직업에 따라 초당 4~5번의 빠른 연사로 적들을 말 그대로 ‘녹일’ 수 있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몬스터를 더 빠르고 강력한 스킬 연계로 해치우는 전투. 덕분에 <던전스트라이커>의 게임진행은 시원시원하다. 파티플레이라도 하면 화면 전체가 이펙트와 적의 파편(?)으로 가득 차는 걸 볼 수 있을 정도다.

 

여기도 저기도 쏟아지는 이펙트와 파편의 향연

 

속도만 추구한 게임에서 가벼이 여기기 십상인 묵직한 손맛도 잘 살렸다. 빠른 공격속도에도 불구하고 타격점과 이펙트가 잘 맞아떨어지고, 경직과 역경직, 몬스터의 피격모션 등도 확실하다.

 

버서커의 ‘라이징 슬래쉬’ 기술을 예로 들면 칼을 땅에 끌며 상대를 어깨로 치는 과정은 평범하지만 칼을 땅에서 긁어 올리는 부분에 묵직한 사운드와 이펙트를 넣고 동작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칼을 들어올리며 때린다’는 느낌을 강조했다.

 

위저드의 기본공격만 봐도 지팡이에 빛이 모이다가 한계점에서 터지듯 뿜어져 나가는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사소한 부분일지 몰라도 이런 연출들이 모여서 ‘뛰어난 손맛’을 이끌어내고 있다.

 

탄피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쉬운 일반구간, 어려운 보스전. 액션에 완급을 두다

 

액션의 완급도 좋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는 일반 몬스터의 근접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작은 몬스터가 수 십 마리씩 모여 있어 확대해야 겨우 보일까 말까한 무기를 플레이어만큼이나 빠르게 휘두르는데, 이걸 보고 피하라는 건 솔직히 무리다.

 

그래서 일반 구간에서는 적의 근접공격은 그냥 맞거나, 대미지가 높고 발사속도는 느린 원거리 공격이나 스킬을 위주로 피하면서 싸우게 된다. 적이 공격하거나 접근하기 전에 처치해버리는 ‘적극적인 전투’다.

 

반대로 보스전에서는 대부분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거의 모든 보스가 공격 하나하나는 느리지만 방심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사망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공격도 많다. 자연스레 바짝 긴장하게 된다.

 

결국 <던전스트라이커>에서는 공격 일변도의 ‘속 편한 일반 구간’과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보스 구간’이 반복된다. 액션의 완급조절이다. 여기에 컨트롤과 상관없이 무조건 맞는 공격이 상황이 연출되는 만큼 아이템도 자연히 중요해진다.

 

캐릭터는 아플지 몰라도 손은 편한 일반구간. 최대한 빨리 적을 해치울 생각만 하면 된다.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유저도 많지만, 만약 일반 몬스터의 근접공격까지 모두 피할 수 있다면 컨트롤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결국 유저의 컨트롤에 따라 ‘누구는 도전조차 못하는 던전이 누구에게는 너무 쉬워지는양극화 현상이 생기기 십상이다. 그만큼 밸런스를 맞추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컨트롤를 내세웠던 MORPG들이 겪은 문제기도 하다.

 

반면 <던전스트라이커>는 피해야 하는 공격과 피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나눔으로써 조작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컨트롤을 집중할 부분에는 확실히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더 강력한 아이템을 얻으려는 동기부여까지, 세 마리 토끼를 노린 셈이다.

 

액션 MORPG임에도 불구하고 3~4시간을 즐겨도 (지루할지언정) 피곤하지는 않은 이유기도 하다. 다만 적의 공격을 무조건 맞다 보니 방어력이 약하고 회피기술이 마땅하지 않은 직업은 조작은 쉬울 지 몰라도 생존은 오히려 공격을 맞아야 하는 일반구간이 더 어려운 문제를 겪기도 한다.

 

중간 보스를 3시간 반복해도 일반적인 액션게임 만큼의 피로가 쌓이진 않는다.
 
 

호불호는 나뉘지만, 확실하게 깔끔한 그래픽

 

2등신 캐릭터는 취향을 많이 탄다. <던전스트라이커>의 그래픽도 마찬가지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만족스럽겠지만, 사실적이고 ‘쭉쭉 빵빵’한(?) 캐릭터를 원하는 유저라면 2D 캐릭터는 눈에 차지 않거나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다만 이런 ‘취향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던전스트라이커>의 그래픽은 뛰어나다. 캐릭터는 작고 귀엽고, 꼬물대는 손발로도 각종 동작을 취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일부 몬스터가 너무 귀여워서 때리기 미안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아기자기함만 따지자면 최고다.

 

반대로 던전과 필드는 ‘작다 = 귀엽다’의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시야가 제한되고, 지역에 따라 독을 머금은 포자나 눈발이 휘날린다. 여기에 쏟아지는 혈흔과 검붉은 각종 이펙트까지 더해지다 보면 귀엽다는 생각은 싹 사라진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각종 스킬 이펙트도 박력이 넘친다. 화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쏟아진다는 문제는 있지만, 이펙트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제작돼 있어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보스 몬스터의 스킬 연출은 최고다. 핏덩이를 내뱉거나, 거대한 작살을 던지고, 좀비를 소환하는 어둠의 흉물이나, 각종 브레스와 포효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빙룡 사이얼리스와의 전투는 정말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이다. 귀여운 캐릭터와 사실적인 배경이 위화감 없이 어울린다는 것도 재미난 부분이다.

 

액션과 손맛, 완급조절, 그래픽까지. 기본기는 탁월하게 갖춘 셈이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얼음과 입구를 찾아서 도망쳐야 하는 보스의 스킬. 아이템이 좋으면 아프지 않다는 게 흠이지만 일단 박력 있다.

 

 

신선함은 OK. 하지만 정보와 자유도가 아쉽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직업을 자유롭게 오가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워리어와 레인저, 메이지, 클레릭의 4개 직업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시작하고, 레벨 20에는 같은 직업군에 속한 2개의 직업을, 레벨 45에는 모든 직업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직업을 오가는 것만 아니라 다른 직업의 스킬도 일단 배우고 나면 자신의 직업으로 계승해서 사용할 수 있다. 계승 가능한 스킬도 많아서, 전체 직업을 합쳐 액티브 스킬 32, 패시브 스킬 115개에 달한다. 다만 한 번에 계승할 수 있는 스킬이 액티브 스킬 3개와 패시브 스킬 7개로 제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적의 스킬 조합을 연구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어울리는 스킬과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 있는 만큼 완벽히 자유로운 조합은 어렵지만 벌써부터 위저드와 버서커를 섞은 ‘아케인 버서커, 공격속도에 모든 패시브를 투자한 ‘공속 워리어, 모으기 스킬을 위주로 가져간 ‘일도양단 버서커, 워리어의 광역공격을 가져온 ‘기합베기 어쌔신 등 다양한 조합이 나오고 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목표대로 매달 새로운 직업이 추가되고 스킬 밸런스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무한에 가까운 조합을 만드는 것도 꿈은 아니다. 어떤 직업이라도 스킬 계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이 나올 때마다 모든 유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도 장점. 참고로 <던전스트라이커> 개발팀에서 준비 중인 신규 직업은 20가지가 넘는다.

 

계승을 위한 인터페이스. 다른 직업 스킬을 대부분 가져올 수 있다.

 

보다 자유로운 스킬 계승을 위해 직업별 주력 능력치를 택한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위저드가 사용할 때는 지능에 따라 대미지를 주던 스킬들이 워리어가 사용하면 힘에 따라 대미지를 주는 식이다. 덕분에 마법과 근접공격, 원거리 공격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계승할 수 있다.

 

여기에 원하는 스킬을 위해서는 해당직업의 직업레벨을 올려야 하고, 직업레벨이 오르면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능력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직업을 키우게 된다. 개인적으로 <던전스트라이커>에서 최고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요소다.

 

다만 신선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친절함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특히 게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사전정보가 너무 부실하고 스킬포인트를 ‘너무’ 짜게 준다.

 

레벨 20과 레벨 45에 새로운 직업을 택할 수 있지만 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탓에 많은 유저들이 무작정 스킬포인트를 투자해버린 다음 후회하고 있으며, 계승에 대한 설명이 애매모호한 스킬은 직접 스킬을 찍어 보기 전에는 효과를 알기 어렵다.

 

스킬 초기화도 없는 탓에 원하지 않은 스킬을 투자했다면 그만큼 꼬박 레벨을 더 올려야 한다.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습득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강요되는 건 문제가 있다.

 

어떤 직업이 어울리고 어떤 스킬이 효과가 좋을지, 나쁠 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자유로운 전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킬포인트는 계속 부족하다. 특히 한창 각종 직업을 오가며 직업레벨을 올리는 레벨 45부터 60까지의 구간에서는 스킬포인트가 모자라서 스킬에 하나도 투자하지 않은 채 해당 직업을 마스터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최고레벨인 70에 도달하면 9개 직업의 모든 스킬을 얻고도 남는 스킬포인트가 제공되지만, 때가 되면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직업은 모두 마스터하고 난 이후다. 스킬포인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과 스킬포인트를 얻는 시점이 완전히 어긋난 셈이다.

 

계승을 위주로 스킬을 설계하다 보니 레벨을 올리고 몇 개의 직업을 마스터할 때까지는 2~3개의 액티브 스킬만 반복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아쉽다. 직업별로 투자할 수 있는 스킬포인트가 따로 존재하거나, 초기화 아이템 등을 통해서 계속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레벨마다 얻는 스킬포인트표. 참고로 레벨 51에 한 직업을 마스터한 후 다른 직업을 찾게 되며, 레벨 55에서는 2직업을, 레벨 60에서는 3직업을 마스터할 수 있다. 반면 스킬포인트는 65가 넘어야 풍족해진다.

 

 

랜덤 옵션은 없다. 사라진 파밍의 재미

 

문제는 스토리 전개가 끝난 이후의 아이템 파밍이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는 약 20시간에 걸쳐 스토리를 마치고 나면 레벨 45부터 악몽의 던전과 시련의 탑, 차원 던전의 3개 던전을 오가며 아이템을 얻는다. 현재 제공되는 최종 콘텐츠다.

 

아이템은 몇 가지 옵션 중에서 랜덤하게 주어지는 랜덤옵션 방식이. 몇 개의 던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옵션의 아이템을 얻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고, 강력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더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디아블로> 시리즈를 떠올리면 된다.

 

다만 <던전스트라이커> <디아블로>처럼 아이템 옵션이 다양하지 못한 점이 문제다. <디아블로 3>의 예를 들어 보자. <디아블로 3>는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정말 무수한 옵션의 아이템을 얻고,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평범한 야만용사로 그럭저럭 사냥하다가 생명력 흡수 옵션이 엄청 붙은 아이템을 얻었다면 질주 야만용사로 바꿀 수 있다. 속성저항을 잔뜩 올려주는 아이템을 얻었다면 한손 무기와 방패를 맞추고 저항위주 세팅으로 안전한 사냥을 도모할 수도 있다.

 

비슷한 아이템을 두고 고민하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 저항이 조금 부족한데 이걸 끌어오기 위해서는 반지를 바꿔야 한다거나, 힘이 조금 나은 무기와 체력이 조금 높은 무기 중 고민하는 식이다. 그래서 <디아블로 3>에서는 창고도 언제나 ‘쓰기에는 애매한데 팔기에는 아쉬우니 일단 갖고 있어 보기 위한아이템으로 꽉꽉 들어찬다. 경매장이 활성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의 경매장. 실제로 몬스터를 잡는 것만큼이나 자주 찾게 된다. 

 

반면 <던전스트라이커>는 아이템에 붙는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고 전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도 적다. 예를 들어 최종 던전인 악몽의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속성별로 나뉜 5종류의 방어구 세트와 1종류의 무기, 1종류의 액세서리다. 여기에 9개의 직업과 랜덤옵션을 더하면 엄청난 종류가 파생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기에는 힘과 신념, 지능, 민첩 중 하나의 능력치가 95~105 사이로 붙고, 공격력 혹은 속성공격력 옵션이 60~70 내외로 2개가 붙는다. 방어구 역시 상의와 하의는 갑옷 방어증가와 체력, 장갑과 신발은 능력치, 망토와 모자는 능력치와 체력이라는 공통옵션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치명타 피해와 공격속도, 최대생명력 등의 옵션이 추가되긴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을 바꿀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이템의 옵션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대부분의 유저가 소켓이 있느냐, 주능력치가 제대로 붙었느냐 정도만 확인하게 된다. 대검에 지능처럼 주능력치가 잘못 붙었다면 그냥 ‘분해용 아이템’이고, 소켓이 없다면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다. 소켓까지 붙었다면 더 이상 해당 아이템을 얻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결국 <던전스트라이커>의 아이템은 ‘아예 쓸모없거나’, ‘그럭저럭 쓸 만하거나’, ‘최고로 좋거나’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자기가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보다 옵션이 조금 좋으면 갈아입고, 아니면 분해하거나 버리는 ‘수직적인 아이템 구조’인 셈이다. 심지어 이후 등장하는 시련의 탑 아이템이나 매우 희귀 등급의 반지, 차원 던전의 보상 무기는 아예 ‘고정 옵션’이다.

 

그나마 전체 직업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반지나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제외하면 랜덤 옵션의 재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개발 초기에 보여주던 발사체 추가나 시공마법 지속시간 증가 등의 다양한 아이템 옵션이 사라진 게 많이 아쉽다.

 

가장 최근에 얻은 중갑 상의 6개. 공격속도 증가를 빼면 옵션이 대동소이하다.

 

 

■ ‘럭키스트라이커’? 운이 전부인 아이템 파밍

 

콘텐츠의 대부분이 아이템 파밍인 게임에서 아이템 종류가 단순하면 길은 하나뿐이다. 부족한 아이템 종류를 낮은 드랍률로 메울 수밖에 없다. <던전스트라이커>도 마찬가지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 공격력 1,600의 버서커로 악몽의 던전 하나를 도는 시간은 약 5분 내외.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는 중간 보스와 보스다. 체감상 절반을 조금 넘는 확률로 아이템을 얻는데 옵션의 좋고 나쁨을 제외하고 일단 자기 직업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방어구는 1/4, 무기는 1/9이다.

 

장갑이나 망토처럼 특정 부위의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무기의 경우는 소켓이 없으면 위력이 대폭 낮아지는 만큼 소켓이 붙을 확률이 또 필요하다. 그나마 악몽의 던전 무기와 방어구까지는 괜찮다. ‘던전을 5분마다 돌 수 있고 원하든 아니든 아이템은 잘나오니까.

 

반복이 지겹지만 얻을 아이템이 많을 때는 그나마 나은 편.
 

본격적인 드롭률 장난(?)은 악몽의 던전 아이템을 어느 정도 갖출 때쯤 시작된다. 악몽의 던전 아이템 파밍을 끝낸 유저는 이제 시련의 탑과 차원 던전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양쪽 다 ‘엄청난 운’이 필요하다. 시련의 탑에서 얻는 시공방어구 세트는 층마다 나오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은 상자에서 아주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으며, 투구는 악몽의 던전 보스가 정말 정말 낮은 확률로 주는 재료를 4개 모아서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레벨 60에 보스 몬스터만 140번을 넘게 처치해서 얻은 방어구 재료는 ‘1. 레벨 60까지 재료를 하나도 모으지 못 한 유저도 많다. 상자에서 얻는 방어구도 매우 낮은 확률로 나오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의 방어구가 나올 확률까지 겹쳐야 한다.

 

오죽하면 전 서버를 통틀어 시공방어구 세트를 맞춘 유저가 손에 꼽힐 정도. 참고로 해당 게시물의 첫 댓글은 ‘그 운이면 로또 사세요였다. 그렇다고 시련의 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이템만 조금 갖추면 무난히 깰 수 있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구조다.

 

진심으로 지겨운 시련의 탑. 디펜스를 6번이나 겪는 것도 어려운데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또 복불복이다.

 

차원 던전은 더하다. 차원 던전 진입을 위해서는 차원석을 얻어야 하는데, 이 역시 악몽의 던전에서 매우 낮은 확률도 나온다. 그나마 시공방어구의 재료보다는 나아서 레벨 60을 기준으로 대부분 4~5개 정도는 얻을 수 있다.

 

대신 차원던전에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하늘에 기도라도 올려야 할 수준이다. 차원석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던전에 가서 다시 낮은 확률로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라고, 거기에 다시 자기 직업의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라고, 또 이상한 옵션이 붙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로또’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셈이다.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옵션의 아이템을 팔거나 반대로 정말 안 나온다 싶은 아이템을 구할 수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템이 거래불가 상태인 <던전스트라이커>에서는 그조차도 힘들다.

 

결국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면 한 번에 아이템 파밍을 끝낼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 번을 돌아도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할 수 없는 ‘전적으로 운에 의존한 극단적인 구조’. 아이템 옵션이 대동소이한 만큼 모든 부위 아이템을 얻었다면 더 나은 옵션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 노력할 의욕도 줄어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필요한 아이템 종류가 줄어드니 아이템 파밍 과정도 지루해진다.

 

<디아블로 3>가 수북하게 쌓인 과자 속에서 입맛에 맞는 과자를 골라내는 방식이라면, <던전스트라이커>는 수 없이 빈 과자 봉지를 뜯다 보면 어느 봉지에인가 자신이 원하던 과자가 들어 있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디아블로 3>는 정 배가 고프면 입맛에 맞지 않는 다른 과자라도 먹을 수 있지만 <던전스트라이커>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농담 삼아 유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스킬이나 직업에 맞춰 아이템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얻은 아이템에 맞춰 직업을 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 ‘럭키스트라이커’ 또는 ‘될놈스트라이커’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차원 던전은 더하다. 차원석 자체가 안 나오다 보니 다른 유저의 차원석만 쓰고 도망가는 ‘먹튀’도 비일비재하다.

 

차원 던전에 가도 아이템을 얻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게 함정.
 
 

재활용 좀 해도 되지 않을까? 아쉬운 볼륨의 콘텐츠

 

결국 지루한 아이템 파밍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쏟아 넣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일단 <던전스트라이커>의 최종 콘텐츠는 현재 악몽의 던전 4개와 시련의 탑, 임프의 숲이 전부다. 여기서 사실상 악몽의 던전 ‘반복주요 콘텐츠가 된다.

 

던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속성별 4대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느낌도 주고 전투방식도 신선하다. 다만 레벨 45부터 70까지 계속 같은 곳만 돌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 레벨 45 20시간 내외면 달성할 수 있다. 늦어도 40시간을 넘기지는 않는다. 피로도가 없는 온라인게임에서 이 정도면 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반면 4개 던전을 깨고 나면 기다리는 건 ‘무한 반복플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파밍의 재미가 반감되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이 확률적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짜증이 금세 밀려온다.

 

이 녀석만 몇 번을 더 봐야 하는 걸까?

 

업데이트에도 문제가 있다. <던전스트라이커>의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는 현재 약 1주일. OBT 초반인 상황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유저들은 여전히 콘텐츠 부족을 외치며 악몽의 던전만 돌고 있다. 이유는 모든 업데이트에 앞서 말한 ‘운’이 필요한 탓이다.

 

콘텐츠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련의 탑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 추가된 매우 희귀 등급의 반지, 임프의 숲에서 얻는 망토, 새로운 차원 던전 등은 모두 악몽의 던전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어야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이젠 말하기도 지치지만 해당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아주아주 낮다.

 

여기에 시공방어구는 아예 특정 직업의 스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해당 직업을 고르지 않은 유저로서는 의미가 반감된다. 기껏 만든 콘텐츠가 일부 유저를 위한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셈이다.

 

잘 만든 콘텐츠를 재활용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스토리의 마지막 보스인 베른슈타인 같은 몬스터는 패턴도 다양하고 아이디어도 재미난다. 이 밖의 보스전도 굉장히 많다. 레벨업 과정에서 만나는 보스 하나하나에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다.

 

현재 4대 악몽의 던전처럼 약간의 패턴 추가와 능력치 보정, 아이템 추가만으로도 새로운 던전을 만들 수 있을 듯한데 굳이 4개의 악몽 던전에만 매달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오죽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던전스트라이커>가 유저들에게 악몽과 시련을 주고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퍼질 정도. 유저들이 먼저 보스 몬스터의 재활용을 요구하고 나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이템의 다양성을 추가해 파밍 자체의 재미를 늘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콘텐츠의 양을 ‘유저가 체감할 수 있도록’ 늘려서 반복 횟수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다양한 스킬이 있지만 일회용인 스토리 보스들. 악몽 던전에서 재사용된 보스는 4마리에 불과하다.

 

정성 들여 만든 보스를 두세 번 정도 재활용하더라도 욕먹을 일은 아닐 듯하다.

 

 

최고의 액션을 뒷받침할 무언가가 아쉽다

 

아이템 파밍 부분에 많은 설명이 필요해서 비판적인 내용이 훨씬 많아 보이지만, 액션만 떼어 놓고 보면 <던전스트라이커>는 최고 수준의 게임이다.

 

(일부 직업을 빼면) 온라인게임에서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손맛, 패턴을 읽고 따라야 하는 보스전을 이만큼 구현할 수 있는 개발사는 거의 없다. 공식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그 많은 불만사항 중 액션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는 것도 액션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기술력 하나는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아이템을 얻고 성장하는 RPG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아이템 파밍을 최종 콘텐츠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이템은 옵션에 랜덤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단순했고, 드롭률로 콘텐츠 수명을 무리하게 늘리려다 보니 지루함만 더해졌다.

 

레벨 45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템을 레벨 60에도 ‘구경조차 못한 유저가’ 훨씬 많다는 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죽하면 자신의 직업은 떨어지는 아이템에 따라 결정된다는 농담이 진지하게 들릴 정도다. 악몽의 던전에 집착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보면 랜덤 아이템과 반복적인 <디아블로> 스타일의 아이템 파밍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피로도도 없는 만큼 콘텐츠 순환을 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직업은 이제부터 레인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재미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이템 파밍이 이렇게 부실한데도 이토록 많은 유저가 남아 있다는 건 그만큼 치고받는 부분이 재미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여담이지만 중간에 뚝 끊긴 스토리 탓에 리뷰에서 스토리 부분은 평가하지 않았다. 여기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후의 전개가 좋아질 거라고 기대해 보겠다.

 

<이스> <성검전설> 같은 아기자기한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던전스트라이커>를 적극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이런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개발사는 거의 없다. 국내에는 특히 더 없다. 다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 무언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고 싶은 유저라면 더 많은 업데이트가 진행된 후 게임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기본기는 좋은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업데이트를 진행할수록 좋은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유저가 극악한 운에 기대야 하는 아이템 파밍을 버틸지는 미지수다. 아이덴티티게임즈와 한게임의 빠른 판단과 콘텐츠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 추가된 업데이트를 즐기지 못한 유저가 더 많다는 게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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