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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그래픽은 차세대, 게임성은? 니드포스피드: 라이벌

타격감이 빠진 2010년 ‘핫퍼슈트’의 하위 호환 버전

전승목(아퀼리페르) 2013-12-03 13:03:36


차세대 콘솔 Xbox One과 PS4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니드포스피드: 라이벌>(이하 라이벌)이 출시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개무량하네요. 어렸을 적 컴퓨터를 다루는 삼촌의 어깨 너머로 1994년 버전 <니드포스피드>를 알게 된 이래 주요 시리즈를 즐겨 왔는데, 어느덧 최신작 리뷰를 잡게 됐으니 말입니다.

덤으로 <라이벌>의 게임성은 1998년 출시된 <핫퍼슈트> 및 2010년에 출시된 <핫퍼슈트>와 같습니다. 세 타이틀 모두 경찰과 레이서의 추격전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예전에 즐겼던 추격전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라이벌>의 게임성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쉽기만 합니다. 일단 <핫퍼슈트>를 중심으로 전작들의 특성을 긁어모은 타이틀이라 신선한 재미는 찾아볼 수 없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점도 그래픽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역대 <니드포스피드> 시리즈에서 검증된 재미를 만끽하기도 부족했고요. 기껏 전작의 장점을 가져오나 싶더니 제대로 살리지 못했거든요.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2010년 <핫퍼슈트>에 2012년 <모스트 원티드>를 더한 게임


<라이벌>은 슈퍼카들의 짜릿한 레이싱과 추격전을 강조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멕라렌, 벤츠 등 세계 유명 제조사의 명차들을 선택해 경쟁자들과 레이싱으로 승부를 겨뤄야 합니다. 레이서 대 레이서, 경찰 대 레이서, 레이서 대 경찰로 다양한 경쟁 구도도 나타나고요.

누구와 경쟁하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 어떤 레이싱 게임보다 ‘거칠고 난폭한 주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죠. 몸싸움은 기본이고 경쟁 차량을 멈추게 하는 EMP 발사, 다른 경찰차를 불러서 도로를 봉쇄하거나 헬리콥터 지원을 부르는 공격 스킬까지 총동원해야 합니다. 이러한 <라이벌>의 특성은 2010년에 출시된 <핫퍼슈트>를 쏙 빼닮았습니다.


2010년 <핫퍼슈트>에서 원거리 공격 스킬 EMP를 사용하는 모습.


<라이벌>의 EMP 조준 모습. 공격 스킬로 경쟁 차량을 공략하는 점은 같습니다.

2012년 출시된 <모스트 원티드>의 특성도 반영됐습니다. 오픈월드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특정 위치에 있는 게임 모드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방식이 같죠. 자유주행을 하던 중 경찰차와 추격전을 펼치고 싶다면 순찰 중인 경찰차 앞에서 과속을 하거나 들이박아주면 그만이고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엄격하게 구분짓지도 않습니다. 별도로 멀티플레이 모드를 선택해서 남들과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픈월드 안에 플레이어들을 동시에 접속시켜 서로 만나게 하고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식입니다. EA에서는 이러한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올 드라이브’(All drive)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라이벌>은 2010년 <핫퍼슈트>의 추격전, 2012년 <모스트 원티드>의 오픈월드와 싱글플레이를 결합한 게임입니다. 혁신보다는 전작에서 검증된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됐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시리즈 대대로 이어져온 특징, ‘그래픽만큼은 당대 최고의 퀄리티로 만든다는 점도 여전하고요.


싱글플레이 도중 언제든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는 올 드라이브 시스템.


리더보드에 올라간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자기 기록으로 깰 수도 있습니다.


시각적 표현은 역대 최고, 진영마다 다른 추격전의 묘미


실제로 플레이하면 화려한 그래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차량의 광택과 아스팔트의 재질은 실사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드리프트할 때 피어오르는 먼지, 차량끼리 충돌할 때 튀는 불꽃, 최고로 가속할 때의 속도감 표현은 플레이를 더욱 화려하게 꾸며주고요. 신나게 달리는 시각적 표현은 역대 최고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단, PC 버전으로는 30프레임 이상의 게임 화면을 절대 볼 수 없다는 점만 빼고요. 개발사가 최대 프레임을 고정해 버렸거든요. 이 때문에 프레임에 민감한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최대 프레임 제약을 해제하는 패치가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0프레임 제약만 빼면 그래픽에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추격전은 어떤 진영으로 플레이하는가에 따라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찰로 달릴 때는 앞서 가는 레이서를 들이받아서 파괴하거나, 도로 봉쇄나 헬리콥터 지원처럼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스킬로 레이서를 제압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찰로서 참여하는 핫퍼슈트 모드가 일품입니다. 서로 경쟁하는 3~4대의 레이서들을 전멸시켜야 금메달을 받을 수 있는 모드인데, 여러 차량을 동시에 상대하는 모드다 보니 1:1로 레이서를 추격하는 ‘인터셉터’ 모드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실력이 좋다면 레이서들의 체력을 골고루 깎고 2~3대의 차량을 일망타진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고요. ‘파괴하는’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증해줍니다.


경찰 진영. 레이서 진영보다 힘이 좋고 내구도 높은 차량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무법 질주를 일삼는 레이서들을 파괴하고 체포하는 묘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레이서들을 일망타진하는 핫퍼슈트 모드는 꼭 경찰로서 플레이하길 권합니다.


반면 레이서는 파괴하는 재미보다 ‘극한의 속도를 누리는 재미’가 돋보입니다. 레이서의 차량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경찰이 사용하지 못하는 ‘터보’ 스킬을 쓸 수 있거든요. 끝까지 업그레이드한 차량에 터보 스킬을 걸면 시야 끝에 보일듯 말듯 앞서나가는 경쟁자를 바짝 추격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이 걸립니다. 이때의 속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죠.

실력과 배짱이 두둑하다면 레이서로도 파괴하는 재미를 맛볼 수는 있습니다. 쫓아오는 경찰차에게 공격 스킬을 걸거나, 일렉트로닉 필드를 발동시킨 채 앞서나가는 차를 들이박으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공격 스킬의 사용 횟수가 제한돼 있고, 경찰차에 비해 레이서 차량의 단순 충돌 공격이 약한지라 많은 차량을 파괴하는 재미를 보긴 힘듭니다. 그래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경찰차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짜릿함, 경쟁 차량을 파괴하고 순위를 역전하는 쾌감을 얻을 수 있으니 레이서 진영을 선택할 때도 공격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플레이를 권하고 싶네요.


레이서는 다른 레이서와 경쟁하고 경찰차의 추격을 뿌리치며 히트 레벨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히트레벨만큼 보상을 배수로 받게 되거든요. 예컨대 히트레벨이 8이면 게임 모드 클리어 보상이 8배로 늘어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


히트레벨로 뻥튀기한 돈으로 차량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 차를 사서 더 아찔한 질주를 하면 됩니다.


타격감은 <핫퍼슈트> 이하, 불쾌한 피격감만 강조되는 추격전


<라이벌>은 철저하게 2010년 <핫퍼슈트>를 벤치마킹했습니다. 경찰과 레이서의 추격전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경찰의 공격 스킬과 레이서의 공격 스킬 모두 <핫퍼슈트>에 있는 것을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게임 모드도 <핫퍼슈트>에 있는 것들을 가져왔고요.

덕분에 경찰로서 파괴하는 재미, 레이서로서 극한의 속도를 누리는 재미를 챙길 수 있었고요. 그러나 <라이벌>은 <핫퍼슈트>의 ‘호쾌한 추격전’까지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라이벌>은 <핫퍼슈트>보다 타격감이 떨어집니다. <핫퍼슈트>는 경쟁 차량을 파괴할 때 컷신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의 멋진 활약을 강조해주고, 플레이어의 활약에 박살이 나고 뒤집히는 경쟁자의 차량을 부각해 타격감을 극대화해주죠.


경쟁 차량을 부수면 멋진 컷신을 보여줘 타격감을 극대화해주는 2010년 <핫퍼슈트>.


<라이벌>은? 그런 거 없습니다. 자기가 활약하는 모습은 그냥 스쳐갈 뿐이죠.

반면 <라이벌>은 그런 거 없습니다. 경쟁자의 차량을 아무리 멋지게 부순다 해도 연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임무를 달성했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이죠.

대신 자신의 차량이 멈출 정도로 세게 박았을 때 컷신을 보여줍니다. 코너를 잘못 돌아 난간에 세게 부딪쳤을 때, 최고 속도로 트래픽(레이스와 상관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NPC 차량)과 박았을 때, 경찰의 도로 봉쇄에 막혀 전복당했을 때 등등 ‘플레이어의 실수’로 나타난 장면들을 강조하죠. 

물론 <핫퍼슈트>도 플레이어의 실수로 차가 멈추는 장면을 컷신으로 보여주긴 하는데, <라이벌>보다는 덜 나타납니다. 트래픽과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교각에 정면으로 들이박거나 하지 않으면요. 

결정적으로 <핫퍼슈트>를 플레이하다 보면 자기 활약을 멋지게 강조하는 컷신만 기억에 남지 충돌 사고 컷신은 기억에 남지가 않아요. 활약을 강조하는 컷신이 훨씬 더 화려하고 길게 재생되고 자주 나타나니까요. 내가 당하는 컷신, 내가 실수하는 컷신만 보여주는 <라이벌>보다 유쾌하고 타격감이 더 있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로 대형사고를 내서 차가 박살이 나는 모습들만 골라서 컷신을 보여주는 <라이벌>.


레이서를 비웃듯 굴욕샷만 부각합니다. 타격감은 떨어지고 피격감만 굉장한(!) 타이틀.

<핫퍼슈트>에 비해 경쟁 차량을 제압하기 쉽지도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수준은 <핫퍼슈트>나 <라이벌>이나 비슷비슷한데, <라이벌>의 경쟁차량들은 체력이 꽤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공격 스킬 콤보로 원샷원킬을 노릴 수 있는 <핫퍼슈트>와 달리 단번에 적을 정리하기 까다롭습니다.

덕분에 <라이벌>의 추격전은 어렵지는 않은데 의외로 고전하는 형태로 끝나기 일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플레이어가 실수하면 차량이 멈춰버리는 컷신이 자주 나타나고 경찰차들의 체력이 높아서 원샷원킬을 노리기 어려우니까요. 도로 봉쇄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뚫고 나가는 화려한 활약은 꿈도 못 꿉니다.

덕분에 후련한 추격전을 했다기보다 진흙탕 속에서의 싸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떤 전작은 10대 내외의 경찰차와 동시에 추격전을 펼치고, 나중에 성적을 보면 100대 이상의 경찰차가 출동했으며 그중에 90대를 파괴했다는 식으로 호쾌한 추격전을 펼칠 수 있는데 말이죠.


경찰은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차량의  낮은 내구도, 충돌 컷신이 나오는 동안 경찰이 따라오는 핸디캡 때문에 수준 낮은 추격전에도 의외로 고전하게 되죠.


차세대 콘솔용 게임이지만 활용하지 않는 물리효과


물리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듯한 충돌 판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뒤를 들이박는 ‘램(Ram)’ 판정, 정면으로 측면을 들이박는 ‘티본 크래시(T-bone crash)’ 판정, 측면끼리 박는 사이드 슬램(Side-Slam)’ 판정으로 경쟁 차량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경쟁 차량을 뒤집어서 더 큰 피해를 주는 시스템은 없더군요.

극단적인 예로 경쟁 차량이 공중으로 올라가서 트리플 악셀을 돌고 떨어지는데도 대미지가 별로 안 들어갑니다. 경쟁 차량이 바닥을 굴러도 추가 대미지가 생기지도 않고요. 눈에 보이는 타격감은 무지 강한데 대미지가 약하게 들어가니 당황스럽더군요.

하는 수 없이 램이나 티본 크래시로 안정적인 대미지를 줄 수밖에 없는데, 이때 경쟁 차량은 잠깐 비틀거리고 나서 제 갈 길을 갑니다. 그럼에도 대미지는 차량을 전복시킬 때보다 크게 들어가기 일쑤죠. 눈으로 느껴지는 타격감과 실제 대미지의 괴리감이 종종 나타나니 몰입감이 떨어지기 십상이었습니다.


경찰차를 전복시켰는데 닳는 것은 고작 저 정도. 경찰차가 굴러도 추가 대미지는 없습니다.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적에게 피해를 주는 시스템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전작들 중에서는 트래픽을 비스듬하게 들이박아 도로를 봉쇄하는 기술로 경쟁 차량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이번 타이틀의 경쟁 차량들은 트래픽에 박는다고 해도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더군요.

여담이지만 2005년 <모스트 원티드>처럼 공사 중인 시설을 무너뜨려 경찰차 5~6대를 잡아내는 물리효과는 없습니다. 비록 2010년 <핫퍼슈트>를 벤치마킹한 타이틀이라고는 하지만 아쉽네요. 실시간 파괴 효과를 강조하는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으로 만든 ‘차세대 콘솔용 게임’이잖아요. 그런데 충돌 판정과 물리효과 응용법은 전작들보다 나을 게 없거나 더 떨어져 보이니 말이죠. 그렇다고 물리효과를 대신할 정도로 신선한 게임성도 없고요.


정교한 물리효과보다 공격 스킬, 정해진 충돌 판정에 의존하는 추격전. 물리효과 활용은 전작들보다 별반 달라지지 않았거나 퇴화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경계를 없앤 ‘올 드라이브’는 흥미롭긴 하지만 훌륭한 물리효과를 대신할 만한 콘텐츠는 못됩니다. 6명의 플레이어가 한 오픈월드에 모인 뒤 호스트를 잡고 플레이하는 방식인데, 호스트의 접속이 끊기면 플레이어들이 튕김 현상을 겪습니다. 싱글플레이를 하든 멀티플레이를 하든 상관없이요.

비록 튕기기 직전 레이스 결과 및 과정은 임시로 저장되지만, 레이싱에 몰입하다 튕겼을 때의 아쉬움은 달랠 길이 없더군요. 또한 핑 차이가 심한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하면 상대 플레이어 차량이 앞뒤로 덜덜덜 떨리거나 순간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경계를 없앤다는 이상은 좋으나 아직은 실험적인 시도일 뿐이죠.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합친 올 드라이브? 호스트 접속이 끊기면 모든 플레이어가 튕김 현상을 겪는 일반적인 멀티플레이 방식입니다.


개성 없는 차량이 지루함을 더해


2010년 <핫퍼슈트>의 장점은 고스란히 못 살렸는데 단점은 그대로 들고 왔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당시 <핫퍼슈트>는 전작들의 튜닝 기능을 삭제하고 차량마다 개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성능을 평준화해 아쉬움을 샀는데 <라이벌>도 마찬가지입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멕라렌, 뭘 선택해도 비슷비슷한 주행 성능을 발휘합니다. 코너워크가 둔한 일부 머슬카(미국식 고출력 차량)를 제외한다면요.

일부 플레이어는 “<니드포스피드> 시리즈는 아케이드에 가까운 게임이니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2000년대의 <니드포스피드> 시리즈는 ‘아케이드에 가까운 게임이라서’ 과장된 차량 개성을 내세울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과거에는 개성이 넘쳐나는 차량들을 용도별로 골라 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레이싱용으로 쓰기는 아쉽지만 힘이 워낙 좋아서 경찰차를 부침개마냥 척척 뒤집는 ‘닷지 바이퍼’는 추격전용으로 쓸 수 있었고요. 1톤 미만의 초경량 스포츠카 ‘로터스 엘리스는 날아갈 것 같은 가속으로 레이스 모드에서 애용할 만했죠.

또, ‘포르쉐 911 터보는 적절한 무게중심과 남부럽지 않은 출력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고, 포르쉐 케이먼 S는 성능 자체는 고만고만한데 튜닝과 업그레이드 보정을 잘 받아서 끝판까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식이었죠.


차량 무게, 엔진 마력, 무게 중심에 따라 개성이 나뉘는 2005년 <모스트 원티드>.

<라이벌>은? 글쎄요, ‘포르쉐 918 스파이더처럼 스펙에 비해 힘이 좋은 차량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드리프트 능력이든 가속이든 몸싸움이든 무난무난한 차량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개성 있는 차량이 있다 해도, 거친 주행에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내구도 높은 차량, 상위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차량 개성이 부족한데 선택의 폭까지 좁아지니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차량을 골라 써먹는 재미가 있는 타이틀에 비해 일찍 질릴 우려가 있는 셈이죠.

그나마 2010년 <핫퍼슈트>는 당시 기준으로 공격 스킬이 신선하고 화려했는지라 차량 개성이 덜해도 부각되지 않았는데, <라이벌>은 <핫퍼슈트>의 공격 스킬을 그대로 가져온 터라 부족한 차량 개성이 눈에 띌 수밖에 없더군요. 나중에는 왜 내가 차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새 차를 구입해야 하나, 어차피 주행감은 거기서 거기인데라는 회의도 들었고요.


오래토록 <니드포스피드> 시리즈에 나오지 않다가 <라이벌>로 복귀한 페라리 진영. 그럼 뭐하나요? 껍데기만 다르지 주행감은 페라리든 람보르기니든 멕라렌이든 다를 게 없는데.


[7/10] 강조되지 않은 타격감과 빈약한 경험이 아쉬운 게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입문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핫퍼슈트>를 재미있게 한 사람은 다소의 불만이 있어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핸들 반응 속도가 느려서 쾌적한 주행을 못하는 2011년 <더 런>보다는 조작하는 재미가 뛰어나고, 경찰 인공지능이 뒤떨어지는 2012년 <니드포스피드>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추격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추격전을 구현하고 물리효과로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던 2005년 <모스트 원티드>, 훌륭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핫퍼슈트>와 비교한다면 게임성이 발전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신이 실수했을 때만 컷신이 부각되니 타격감과 흥겨움은 떨어지고, 최신 그래픽만 자랑할 뿐이지 물리효과를 재미있게 활용하는 시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워낙 그래픽과 속도감이 좋아 그것만 보고 플레이할 만은 한데, 차세대 콘솔용 게임이라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차량 개성이 돋보이지 않고 추격전 공략법이 공격 스킬 위주로 단순해지기 십상이라 질리기 쉽다는 점도 걸리고요.

결론을 내리자면, 기본적인 추격전의 재미는 있지만 그래픽 말고 차세대 콘솔게임에 걸맞는 게임성이 있는 타이틀인지 의문인 신작이었습니다. 그런 고로 10점 만점에 7점으로 평가하겠습니다. 다음 <니드포스피드> 신작은 전작들에 부끄럽지 않은 타격감과 물리효과,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나왔으면 좋겠네요.


<핫퍼슈트>의 게임성을 계승하고도 내실이 부족한 타이틀.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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