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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화려한 첫인상, 아쉬운 조화. 블레스 1차 CBT 체험기

각각의 콘텐츠는 화려하지만 조율이 아쉬운 첫 테스트

김승현(다미롱) 2014-02-25 15:58:49
네오위즈게임즈의 야심작 <블레스>의 1차 CBT가 마무리됐습니다. 20일부터 24일까지 1차 CBT는 게임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과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초반 이야기를 검증하는 자리였습니다. 게임을 개발한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의 한재갑 PD는 1차 CBT에서 ‘RPG의 기본을 검증받겠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블레스>의 첫 CBT 결과는 어땠을까요? 세계관에 대한 묘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블레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말처럼, 게임 속 건물이나 지형은 저마다 필요한 자리에 세련된 그래픽으로 플레이 내내 눈을 호강시키더군요.

하지만 1차 CBT라 그럴까요? 단조로운 전투와 신선함보다 익숙하지 못해 불편함이 더 기억에 남은 전술(스킬 덱)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난잡한 퀘스트 동선은 멋지게 만들어진 <블레스>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더군요. 특히 이야기를 강조한 것과 달리, 중반 이후 급격히 힘이 빠진 스토리 콘텐츠는 기합부터 남달랐던 초반 스토리와 대비되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벽돌 하나, 햇빛 한줌에도 혼을 실었다. 사실적인 세계 묘사


<블레스>의 첫인상을 요약하자면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럽다’입니다. 지스타 2012에서 초대형 모니터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블레스>의 그래픽은 1차 CBT에서도 여전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강렬한 오프닝 영상이, 플레이 중에는 사실적이고 세련된 구조물과 지형이 내내 눈길을 붙잡았죠. 스쳐보면 특별히 눈길을 잡아 끄는 요소는 없지만, 잠깐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세세한 묘사와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타입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지역의 분위기와 상황을 전달해주는 묘사였습니다. 아미스타드(인간)의 시작 지점이자 박해받는 유민들의 지역인 ‘파다나 폐허’는 얼기설기 지어진 판잣집이 유민들의 암울함을 묘사합니다. 항상 흐린 날씨와 희미한 안개, 그리고 구불구불한 건물 탓에 답답한 시야도 이런 느낌을 더욱 강조하죠.


아미스타드 족의 시작지점 ‘파다나 폐허’의 전경.

반면, 첫 공용지역이자 우니온 연방의 수도인 ‘스페치아’는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하얀 포석과 맑은 햇빛, 강 위를 떠다니는 곤돌라로 도시의 풍요로움을 묘사합니다. 아미스타드 족으로 파다나 폐허 플레이를 끝내고 스페치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화면 밖에서도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죠.

이런 묘사는 단순히 지역의 분위기만을 달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풍요를 묘사한다더라도 강가에 위치한 상업도시인 스페치아는 하얀 외벽과 주황색 돔 지붕으로 마치 베네치아와 같은 인상을 주고, 우니온 연방 최대 곡창지역에 위치한 전통의 도시인 ‘캄파니’는 아치 낮은 건물과 다양한 아치 구조물로 로마와 같은 느낌을 선사하죠. 

이러한 세계 묘사에는 판타지다운(?) 과장은 찾아볼 수 없어, 플레이 내내 실제로 (가보지도 못한)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니온 연방의 대도시 ‘스페치아’의 모습. 파다나 폐허와 비교하면 공기부터 다른 느낌입니다.

이러한 세계 묘사는 그래픽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임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브퀘스트를 통해서 한층 더 힘을 실었죠. <블레스>의 서브 퀘스트는 각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스페치아에 사는 이들은 떨어뜨린 사탕이나 당장 주문이 밀린 옷 걱정을 하고,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전쟁을 준비 중인 ‘나바라’의 주민들은 죽은 이를 추억하고 살아남은 이들끼리 반목하고 있죠. 이러한 서브 퀘스트들은 하나하나 떼어보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페치아에서 노인의 부탁으로 지붕 위의 새집을 치우거나, 캄파니 지역에서 농부들의 서리(…) 경쟁을 도울 때면 수시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지역의 퀘스트를 모두 끝마치고 나면, 그동안 수행한 퀘스트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테마 덕에 그 지역의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습니다.


고원지대에 위치한 왕성 ‘나바라’의 모습.


비밀전령도 결국 ‘호구’? 뒷심이 아쉬운 이야기


<블레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종족의 사연이 연방의 대도시이자 첫 공용지역인 스페치아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1차 CBT에서 선보여진 아미스타드, 판테라(수인), 아쿠아엘프는 각기 알아서는 안 될 유력자의 비밀을 알아차렸거나, 피치 못할 오해로 종족을 떠나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은 스포르차 가문의 비밀전령 ‘치코’를 만나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죠.

캐릭터 생성과 함께 이어지는 초반 스토리는 강렬한 오프닝과 군더더기 없는 퀘스트 구성, 그리고 꽉 짜인 연출로 게임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후 각기 다른 3종족의 이야기가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는 스페치아 초반부 스토리도 종족마다 조금씩 퀘스트 지문을 달리 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더군요. 캐릭터 생성부터 스페치아 초반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블레스> 스토리의 ‘백미’였습니다.


‘교수형’이라는 강렬한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아미스타드 족의 이야기.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기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공용지역의 이야기는 연방을 위협하는 ‘붉은가면’이라는 단체를 뒤쫓는 것이 주제입니다. 문제는 이후 이야기의 초점이 붉은가면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 유저가 쫓던 단서들은 어느 순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아미스타드 주인공이 쫓고 있는 마약 밀매 관련 건은 1차 CBT 메인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공용 메인 퀘스트에서 언급도 되지 않고, 아쿠아엘프 주인공이 캐고 있는 마법광석의 비밀도 공용 메인퀘스트 중 딱 한 번 언급된 것이 끝입니다. 

대신 공용 메인퀘스트의 대부분은 연방 곳곳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는 붉은가면의 뒤를 쫓는데 집중돼 있죠. 종족 별로 초반 스토리도 달리하고, 그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도 세련되게 다듬은 <블레스>이기 때문에, 중반 이후 주제가 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더군요.


결국 모든 종족의 이야기는 ‘붉은가면 추적’으로 귀결됩니다.

공용지역부터 부쩍 늘어난 서브퀘스트도 이야기 몰입에 대한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블레스>의 서브퀘스트는 거국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메인퀘스트와 달리, 각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는 도구입니다. 덕분에 서브퀘스트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세계를 묘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각 도시의 소소한 일상 묘사는 물론, 메인퀘스트 뒤에 숨겨진 이야기도 알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스파이식(?) 문답을 보여준 나바르 지역 ‘고급정보’ 퀘스트와 놀 족의 동태를 알 수 있는 놀란도 지역 서브퀘스트 시리즈가 인상적입니다.

문제는 유저는 이러한 소소한 일을 일일이 처리하기엔 너무도 바쁜 ‘비밀전령’(일종의 스파이나 특수공작원) 신분이라는 점이죠. 백 보 양보해 캠프의 식량을 보급하거나 머리가 덜 여문 고참병(?)의 허드렛일을 돕는 것까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떠돌이 용병을 위해 갑옷용 가죽을 구해 주거나 한가롭게 고고학자들의 일을 돕는 것은 급박한 메인퀘스트 분위기와 너무도 동떨어졌습니다.


서리 도와달라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퀘스트는 양반입니다.

더군다나 공용지역부터 주어지는 서브퀘스트는 수도 많고 동선도 어지럽습니다. 한정된 공간에 많아 봐야 2 ~ 3개 서브퀘스트가 주어졌던 초반 지역과 달리, 공용지역 중반부터는 초반 지역의 3 ~ 4배는 될법한 지역에 한 퀘스트 사이클(?)에 5개 이상의 서브퀘스트가 주어집니다. 

각 서브퀘스트의 목적지는 멀리 떨어져 있고, 해당 목적지에 도착해도 또 다른 서브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서브퀘스트의 장점이 크다 하더라도, 서브퀘스트만 하다가 메인퀘스트를 까먹을 지경입니다.

결국, 메인퀘스트 자체가 가진 힘의 한계 외에도, 급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시시콜콜한 서브퀘스트와 이것이 그리는 난잡한 동선이 이야기 몰입을 방해한 셈이었습니다.


이 정도 퀘스트 밀집도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짜 전투는 17레벨부터? 단조로운 필드 전투


<블레스>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타겟팅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버서커’ 같이 논타겟팅 느낌을 주는 직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업은 특정 목표를 공격하는 타겟팅 방식 전투를 기반으로 하죠. 게임은 여기에 1레벨부터 사용할 수 있는 위기 탈출기나 연속기 등을 넣어 타겟팅 방식 전투의 조작감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블레스> 전투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콘텐츠는 20레벨 즈음 입장할 수 있는 최초의 파티 인스턴스 던전 ‘잠든비늘 유적’이었습니다. 

일반 필드와 달리 몬스터들의 맷집이 튼튼하다 보니 연속기와 자원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즉사기나 광역기 같은 보스 몬스터의 위협적인 공격패턴 덕에 위기탈출기의 존재감이 커집니다. 1차 CBT 끄트머리에 도전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폭이 넓다는 것도 포인트였죠. 


20레벨 즈음 공개되는 파티 인스턴스 던전 ‘잠든비늘유적’은 <블레스> 전투의 백미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전투의 재미를 일반 필드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인스턴스 던전 특유의 스릴은 차치하더라도, 필드 전투에서는 위기 탈출기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대미지 교환 위주의 전투가 주를 이루는 탓에 단조롭다는 생각이 내내 들더군요.

필드에서 만날 수 있는 몬스터는 특별한 패턴이 없습니다. 일반 몬스터든 정예 몬스터든 간에 유저에게 일반 공격을 날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상대의 공격 패턴이 단조로우니 전투는 스펙 싸움, 딜 싸움으로 이어지죠. 위기 탈출기나 무력화기 등을 이용한 전투 상황을 디자인하기 보다는, 자연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피해를 입힐지만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다른 MMORPG의 필드 전투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MMORPG를 찾기 더 힘들죠. 다만 이것이 <블레스>에서 문제가 된 까닭은 제한된 스킬만 사용할 수 있는 전술 시스템 때문이었죠. 

전술 시스템은 제한된 스킬 슬롯 안에 자신이 전투에 사용할 스킬을 골라 배치하는 <블레스>의 전투 시스템입니다. 1차 CBT에서 유저에게 주어진 슬롯은 핵심스킬 슬롯을 제외해 총 8개. 유저는 이 안에 자신이 전투에 사용할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배치해야 합니다.

<블레스>의 스킬 습득 구조는 전술 시스템을 염두에 둬서, 레벨이 오를수록 더 강한 스킬을 주는 대신 독특한 상황에 쓰이거나 스킬 연계에 중점을 둔 ‘다른 특성’을 가진 스킬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스킬은 이미 초반에 습득했기 때문에 레벨이 올라도 유저의 스킬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는 액티브·패시브 통틀어 8개. 더군다나 주력 전투 스킬 대부분은 이런 저런 이유로 긴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성장을 통해 추가되는 스킬 슬롯은 1개. 더군다나 각 직업의 주요 전투 스킬은 자신이 가진 전투자원 모두를 소모하거나, 10초 이상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장을 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 스킬 구성, 제한된 스킬 슬롯, 그리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긴 주요 전투스킬. 

이런 시스템이 피해 교환 위주의 일반전투와 합쳐지니 스킬보다 일반공격을 하는 시간이 더 긴 단조로운 전투가 완성됩니다. 위기 탈출기 사용하랴, 광역기 범위 벗어나랴 정신 없는 인스턴스 던전 전투와는 정반대 양상이죠. 물론 전투가 잦은 MMORPG 특성 상, 대부분의 몬스터가 이런 패턴을 취하는 것도 이해됩니다. 

위기 탈출기 사용을 본격적으로 고려하는 1인 인스턴스던전 '기스카르의 은신처'가 17레벨 즈음 공개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전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평범한 타겟팅 방식 전투만 계속되는 셈입니다. 차라리 필드의 퀘스트 몬스터나 정예 몬스터라도 다양한 패턴으로 유저를 괴롭혀, <블레스>식 전투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시스템 간 조화가 아쉬운 1차 CBT, 다음 테스트를 기대한다


나흘 간 체험한 <블레스>의 1차 CBT는 요소 하나하나에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조화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고퀄리티 그래픽과 방대한 세계, 스킬 덱을 표방한 전술 시스템 등 <블레스>의 요소 하나하나는 신선하고 세련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요소들이 한데 모이니 각 조각이 다른 조각을 가린 미완성의 직소퍼즐과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적이고 방대한 세계와 이를 묘사하는 서브퀘스트는 정작 유저가 몰입해야 할 메인퀘스트의 힘을 빼앗았고, MMORPG의 전형적인 일반전투는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제한되는 전술 시스템과 만나니 스킬 덱의 참신함 대신 일반 공격 위주의 단조로움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레스>의 다음 테스트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블레스>를 이루는 각 요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CBT 전부터 이름을 날렸던 높은 그래픽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세세한 세계 묘사, 전투를 꾸미는 위기 탈출기와 전술 시스템 등등 게임의 요소 하나하나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앞서 지적했던 일반 전투와 전술의 부조화나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의 충돌 모두 게임의 구성요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콘텐츠의 조율과 관련된 이슈였습니다. 이제 막 1차 CBT가 끝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고칠 시간은 충분히 있죠. 게임을 이루는 각 요소가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1차 CBT의 불협화음을 해결한다면 다음에 선보일 버전은 더욱더 멋진 모습으로 유저를 찾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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