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몬스터 헌터 라이즈>,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바이오하자드 RE:4>, <스트리트 파이터 6>. 최근 캡콤이 출시한 주요 타이틀 목록입니다. 그야말로 물오른 '폼'을 보이는 모습이지요.
그런 캡콤이 최근에 출시한 흥미로운 게임이 있습니다. 무려 기계 슈트를 입고 공룡을 사냥하는 게임, <엑조프라이멀>입니다. <엑조프라이멀>은 출시 14일 차인 7월 28일 기준 스팀 유저 평가로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시 초반엔 '복합적'이었으나, 평가가 늘며 '복합적'에서 '대체로 긍정적'을 거쳐 '매우 긍정적'까지 회복한 것인데요. 참고로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평점은 PC 버전 기준 68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엑조프라이멀>, 2주 동안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기자는 호불호 중 '호'였습니다.
<엑조프라이멀>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2040년, 갑자기 공룡 떼가 출현하는 '공룡 재난'이 발생합니다. 공룡 재난에 대항하기 위해, 아이비우스 사에서 개발한 최신 파워 슈트 '엑소 슈트'를 타고 공룡을 처치하는 '엑소 파이터'들이 나서게 되는데요. 플레이어는 유능한 엑소 파이터로서, 2043년 폭주한 아이비우스 사의 AI '리바이어던'에 의해 전투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의 워 게임에 강제 참여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일견 일본의 액션 만화 '간츠'와 유사합니다.)
플레이어는 다섯 명으로 팀을 이루어 워 게임에 참전합니다. 워 게임은 전반부 경쟁 PvE를 바탕으로 게임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파이널 미션에서 승패를 가리게 됩니다. <레프트 4 데드>에 <오버워치>를 이식한 듯한 게임플레이가 특징입니다. 하이퍼 협동 TPS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캡콤은 <엑조프라이멀>의 장르를 '3인칭 팀 대전형 매시브 액션'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전반부는 다수의 미션을 빠르게 클리어하는 속도전입니다. 미션으로는 목표 공룡 일정 수 처치, 구역 일정 시간 방어와 같은 PvE 미션이 주어집니다. 양 팀은 동일한 맵에서 동일한 미션을 수행하고, 빠르게 클리어하는 팀은 파이널 미션에 더 빨리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는 아군이 적보다 빨랐는지 혹은 느렸는지를 알려주고, 적들의 실루엣을 보여줘 진행 상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전반부 진행도는 화면 상단 인디케이터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군이 먼저 전반부를 끝내 파이널 미션으로 건너가는 모습. 적들은 아직 고전하고 있네요.
후반부인 파이널 미션은 PvE와 PvP 콘텐츠로 나뉩니다. 오픈 베타까지는 PvP 파이널 미션만 있었지만, PvE를 선호하는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전반부와 유사한 구성의 파이널 미션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 탓에 화물 운송, 아이템 회수, 지역 점령 등 비교적 PvP 파이널 미션의 종류가 다양한데요.
'백도어'와 같은 전략 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경우 PvP 파이널 미션도 동선이 겹치는 일부 '한타' 구간을 제외하면 PvE 성격이 더 짙습니다. 주된 상대는 결국 공룡인 것이죠. 하지만 PvP 파이널 미션은 승패가 확실히 갈리고, PvE 파이널 미션은 적이 먼저 클리어하더라도 20초의 유예 시간을 준다는 차이가 있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20초를 줬는데도 지면... 마음이 몹시 아프지만요.
또, 파이널 미션의 경우 양 팀은 진행도에 따라 플레이어가 공룡에 직접 탑승해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는 '도미네이터'를 부여받게 됩니다. 전반부를 빠르게 마친 팀은 파이널 미션 초반에, 늦게 마친 팀은 파이널 미션 후반에 도미네이터를 받을 수 있는데요. 체감상 강팀일수록 약한 공룡이 주어지고 약팀일 수록 '티라노사우루스'같은 강한 공룡을 받는 듯합니다. 물론 게임에 숙달될 수록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도미네이터는 판단에 따라 전황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입니다.
PvP 파이널 미션 중 하나인 화물 호위의 경우, 보통 경로 마지막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집니다.
PvE 파이널 미션 예시. 마지막 미션 목표인 카르노타우루스를 제한 시간 1초 남기고 잡았습니다.
적과 화물이 좁은 공간을 지날 때 도미네이터를 사용해 이동 경로 반대편에서 급습. 1명이 잠시 전열을 이탈하므로 팀원과의 합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3의 미션도 존재합니다. 사실 <엑조프라이멀>이 가진 문제가 여기 있는데요. 양 팀 10명이 힘을 합쳐 진행하는 고난도 공룡 레이드, 대형 로봇 레이드 등 진행도에 따라 해금되는 추가적인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심지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엑조프라이멀>은 어떤 콘텐츠가 있으며 그게 언제 해금되는지 유저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또,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10인 레이드 콘텐츠가 굉장히 재밌었는데, 다시 해보려면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 레이드를 위해 계속해서 매칭을 돌려야 합니다.
<엑조프라이멀>의 초반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은 이 점에 상당 부분 기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재밌게, 잘 만들어 놓고 왜 숨겼을까요?
10인 레이드의 모습. 힐러 유저로서, 10인 레이드에서 아군이 된 상대편 5명의 체력이 보이지 않는 것도 불만 중 하나입니다.
PvP, 랜덤, PvP. 이게 선택지의 전부입니다. 랜덤을 선택하면 경험치 보너스를 받습니다.
전체적으로 <엑조프라이멀>의 인상은 이렇습니다. 캡콤은 "대박이지?"를 외치며 야심 차게 게임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는 "이게 뭔데..."라고 답합니다.
속도감 있는 게임 진행은 충분한 몰입감과 재미를 주지만, 마감이 부실합니다. 일단 콘텐츠를 '엿장수 마음대로' 줍니다. 그 외에도 <엑조프라이멀>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유발합니다. 팀원과 소통이 어렵다던지, 메뉴에서 각 슈트의 스킬을 확인할 수 없다던지, 스토리 콘텐츠가 (겉으로 보기엔 깔끔한)UI 상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던지... <엑조프라이멀> 만의 목표를 추구하다 기본을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요?
가격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엑조프라이멀>의 가격은 스팀 기준 76,400원입니다. 게임 패스 데이원에 포함되었고, 시즌 패스, 캐릭터 팩, 스킨 팩을 별도로 판매하는 게임 치고 다소 비쌉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유저로서 가격 정책이 달랐다면 더 많은 동료 엑소 파이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자는 <엑조프라이멀>을 게임 패스로 즐겼고 충분히 만족스러워 시즌 패스를 결제했습니다.
출시할 때부터 완벽한 '갓겜'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사후지원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캡콤이 제시한 <엑조프라이멀>의 기반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됐죠. 이 기반을 토대로 콘텐츠를 추가해 나가며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길 바랍니다.
물론 시즌 패스나 추가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외형 요소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 열람 UI. 보기엔 정갈하지만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낭만' 그 자체인 콘셉트. 무려 '메카'와 '공룡'!
2. 속도감과 몰입감이 뛰어난 게임플레이
3. 게임 패스 데이원 등록
▶ 비추 포인트
1. 미흡한 UI 완성도. 본 게임에 들어가야 스킬을 볼 수 있다니?
2. 꽁꽁 숨겨둔 콘텐츠
3. 직접 구매하기엔 다소 비싼 가격
▶ 정보
장르: 3인칭 팀 대전형 매시브 액션
가격: 76,400원 (스팀 기준), 게임 패스 데이원 등록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S4, PS5, Xbox 원, Xbox 시리즈 X/S, PC(스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 한 줄 평
쓴소리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재밌게 하고 있기 때문. 하나 둘 셋 <엑조프라이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