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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룩백]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④ MazM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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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씨앗(자라나는씨앗) 2024-10-25 13:42:58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선택과 집중].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지만, 게임 업계에 한파가 들이닥친 이후로 유독 자주 들리는 말이다. 


"이 정도 각오도 안 했습니까?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영화 <서울의 봄>의 대사 중 하나다. 선택에는 항상 대가가 뒤따른다. '실패'가 두려워 얼어 있기만 해도 안 되겠지만, '실패'를 고려하지 않는 쪽도 곤란하다. 


'고전문학'으로 '게임'을 만드는 자라나는씨앗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대세가 된 시대. 개발사들은 너도 나도 PC·콘솔 도전을 이어가는 요즘. MazM 시리즈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현주소를 명확히 확인했다. 이들이 선택한 방향성은 '심플 앤 딥'(Simple & Deep)이다. /기고=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 서문 및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5부작]
① MazM의 탄생-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꿈" (바로가기)
② MazM의 방황- "새는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바로가기)
③ MazM의 자아발견- "이처럼 음악 소리에 감동을 느끼는데도, 내가 벌레란 말인가" (바로가기)
④ MazM의 실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현재 기사)
⑤ MazM의 비전- "진정한 기사도를 찾아서" (바로가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설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사진은 MazM 시리즈의 최신작 <카프카의 변신>이다.

#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내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는 선과 악을 서로 떼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그렇게만 된다면 선은 악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껏 선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악은 선의 구속을 받지 않고 마음껏 악행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1886,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루이스 스티븐슨]


지난 편에서 말한대로 우리는 MazM의 6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세운 첫 번째 목표는 '게임 개발 기간 4개월'이었다. 늘 편당 2년 가까이 게임을 만들던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목표였다. 단지 숫자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게임을 대충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는 마음속에 드는 의심을 이유가 있는 확신으로 바꾸어 나가야 했다.


알다시피 요즘의 게임 콘텐츠는, 오랜 시간 발전해오면서 매우 복잡해지고 고도화되었다. 게임의 제작 기간은 길어졌고, 제작비는 늘어났다. 늘어난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를 넘어서는 수익 모델을 필요로 했다. 모바일게임과 인앱 결제 시스템이 대세가 되면서, 게임의 메커니즘과 수익 모델은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게임은 큰 돈을 버는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과거에 일반적이던 패키지형 게임이 아닌 라이브 서비스형 게임으로 진화했다. 유저가 게임에 쓰는 비용은 계속 늘어났고, 게임 산업은 지난 10년간 황금기를 누렸다.


반면, 이러한 모바일게임의 강력한 상업화는, 유저들에게 점차 누적된 피로감을 주었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게임은 줄어들었고, 돈이 잘되는 장르와 수익 모델을 베낀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늘어났다. 유저들은 점차 모바일게임을 떠나기 시작했고, '게임' 그 자체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는 PC, 콘솔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저들의 이러한 니즈에 발맞춰 인디게임 개발사를 필두로, 대기업들도 PC, 콘솔 게임 개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게임 콘텐츠 육성 방향을 '콘솔 게임 육성'으로 설정할 정도로, 탈 모바일 현상은 현재 게임 산업에서 대표적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문체부)


우리는 최근 게임 시장의 특성을 '복잡함'과 '매니악함'으로 정의했다. 과거와는 달리 쉽게 시작하고 가볍게 즐기는 게임이 줄어들었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복잡한 메커니즘을 배워야 하고, 고인물 게이머들이 이해하는 게임 문법과 보상 구조를 받아들여야 했다. 논게이머가 게임을 선뜻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복잡함'이 게임 속에 가득했다.


또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려면 소위 '각 잡고' 시간을 내야 했고, 한번 시작하면 몇 십 시간을 넘겨 백 시간 넘게 플레이하게 만드는 '매니악함'이 유저들을 머뭇거리게 했다. 논게이머가 게이머로 진입하는 데 큰 장벽이 생긴 것이다.


반면, 요즘 10대들은 숏폼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의 영상 콘텐츠는 1분 내외의 짧은 호흡과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높은 밀도의 몰입감으로 이들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부터, 10대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 콘텐츠에 사용하는 시간의 무려 5배를 숏폼 콘텐츠에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2023년, 한국 게임 산업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게이머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본다. 게이머의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숏폼 콘텐츠일 것이다. 결국 탈게임 현상은 늘어나고 있는데, 논게이머의 신규 진입은 어려워진 형국이다.


시대가 변했다.

# 단순하지만 깊게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MazM은 익숙한 게임의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스토리게임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실험하려는 것은 요약하면, '심플 앤 딥'(Simple & Deep)이다. 우리는 우리의 타깃이 '헤비 게이머'라고 보지 않았다. 우리의 타깃은 '라이트 게이머'이자 나아가 '논게이머'까지 포괄한다. 이들이 게임을 장벽으로 느끼는 복잡함을 걷어내고,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쉬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스토리게임의 핵심인 캐릭터성과 스토리텔링의 매력은 강력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고전문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고전문학'은 인류가 오랜 기간 누리고 경험을 쌓아온 콘텐츠다. 그들이 '게임'이라는 낯선 장벽을 넘어, 깊이 파고들 만한 수준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가 '게임과 교육'이라는 비전을 가진 것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첫 도전작 <카프카의 변신>에서 '심플 앤 딥' 스토리게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이를 위해, <카프카의 변신>과 다음 작품인 <검은 고양이>(가칭)까지는 게임성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로 출시하기로 했다. 


이후 세 번째 작품부터는 스토리게임에 가장 필요하고 어울리는 메커니즘을 하나씩 추가할 생각이다. 게임 메커니즘 도입의 기준은 '스토리텔링에 확실히 기여하는가'가 될 것이다. 또한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제작 기간을 동일하게 유지해, 유저에게 정기적인 신작을 선보여야 한다.


앞서 MazM은 게임을 통해 청소년들이게 '문학'을 접하는 통로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보다 대중적인 플랫폼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 청소년을 기준으로 스팀 플랫폼 사용 비중은 50% 미만인 반면, 모바일게임 이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접근성에서 압도적으로 모바일이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거의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PC, 콘솔 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며, 이는 우리의 핵심 유저가 누구인지-와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가 다른 게임 회사와 다르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가칭)의 콘셉트 이미지


수익 구조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간 우리 게임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게임의 특성상, 기존 모바일게임이 가진 수익화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캐릭터 공략을 중심으로 한 수익 모델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MazM 게임은 콘텐츠의 본질이 스토리게임이기에 같은 수익 모델은 적용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고민한 옵션은, 유료 게임과 구독형 게임 두 가지였다. 그리고 최종 선택은 구독형 게임이었다.


현재는 이미 구독 모델을 도입했던 <페치카>와 신작 <카프카의 변신> 두 작품이 구독 상품으로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다양한 MazM 게임들을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MazM 구독 멤버십 상품

MazM의 구독 시스템 선택은 큰 모험이다. 왜냐하면 유료 게임으로 판매할 때보다 훨씬 더 고객과 밀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비전과 콘텐츠의 성격 그리고 게임 제작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구독 서비스로 갈 때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도입을 결정했다.


우리의 실험은 도전적이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이 분명하기에, 그 해답을 찾을 때까지 실험하고 또 실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외의 것을 얻을 수도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이 실험들이, 게임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게임은 10대와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그래서 스토리게임은 '문학'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첨단의 그릇이다. 이 도전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MazM 또한 결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고전문학을 담은 스토리게임이 교육 콘텐츠로서 얼마나 새롭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의 도전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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