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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돈보임] 상장주 공모 놓쳤다고? 꼼꼼히 확인하면 "오히려 좋아"

게임사 주식 '포스트 IPO' 전략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상민(이상민) 2024-05-06 09:00:04
지난 글에서 우리는 시프트업의 IPO가 임박했음을 이야기하고, 이에 투자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IPO 이후도 투자 전략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Post-IPO 투자전략이라고 합니다. 공모주를 청약해 봐야 1억이 묶이고 1-2주 받으면 다행인 ‘치킨 값 벌기’가 일상다반사인 것이 현실이기도 한데, Post- IPO 전략은 개념을 잡아놓으시면 꽤 쏠쏠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민의 돌이가 는 게. /편집= 김재석 기자

※ 알림 ※ 


- 이 글은 투자의견이 아니며, 단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입니다. 때문에, 매수·매도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 또한, 필자는 이 글을 작성한 당시 언급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함을 밝힙니다.

- 본지와 필자는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어떤 경우로도 이를 법적 근거로 쓸 수 없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Post IPO, 락업(Lock-Up)에 주목하라

IPO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청약이 끝나면 상장을 하려는 기업은 '증권발행실적보고서'라는 자료를 Dart에 공시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II. 청약 및 배정에 관한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항목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기간 별 배정현황”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의무보유확약기간을 우리는 ‘락 업(Lock-Up)’이라고 말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통상 IPO를 하는 데 있어서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은 청약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 일정 기간동안 매도를 하지 않겠다는 구속력있는 약속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안 지키고 매도를 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시스템상에서 막혀있기도 하지만, 페널티를 받아 다음 IPO에 참여할 때 배정을 못 받게 됩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기관 투자자도 락 업을 어겨가며 매도를 하더라도, 이득을 볼지 못 볼지도 모르는 판에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 1년 장사를 말아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락 업'은 지키는 게 사실상 너무 당연하다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증권발행실적보고서

그런데 이들 락 업 물량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잠재적인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량들입니다.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이 당일 매도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1개월 확약의 경우, 1개월 후 던질 물량들이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다만 6개월 확약의 경우는 좀 이야기가 다른데, KOSPI 200 지수에 편입이 된 초대형 종목의 경우 펀드에서 의무적으로 가져가야 할 물량인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 대부분의 펀드는 KOSPI 200 또는 KOSPI 지수를 추종하니 종목이 좋든 안 좋든 거의 의무에 가깝게 일정 물량을 가져가야 합니다. 그러면 이는 ‘실질적 니즈’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이런 물량의 경우, 6개월이 지나더라도 물량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차이 정도만 인지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확약 물량의 투매가 나온 후에는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상장이후로는 원하는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하기도 좋아집니다.

여기에 주목한 펀드 매니저들은 Post-IPO 전략을 주로 사용하곤 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종목이 좋아야 합니다. IPO 흥행에 성공한 종목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럴 만한 매력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죠. 장밋빛 전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잿빛 미래로 바뀌는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망의 변화가 1~3개월 만에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IPO 당시 다소 과했던 주가가 확약 물량을 소화하면서, 다소 ‘착한 가격’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IPO 과정에서 기업이 제시한 희망 가격과 시장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 기사입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상장사 14곳(분할상장, 스팩상장 제외) 중 6곳이 전날(29일) 종가 기준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단기간에 하방 압력을 받는 배경으로 올해 국내 증시에 밸류업 프로그램 및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공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적 변수가 잦은 영향도 있으나 공모가 자체가 과도하게 높았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다.


IPO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금조달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기존 주주의 엑시트(Exit, 지분을 매각하고 떠남을 의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공모가를 높게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상장 이후 시장에서의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면서 적정가를 자연히 찾아가게 됩니다. 투자 전문가인 켄 피셔(Kenneth L. Fisher)는 IPO를 두고 “IPO는 It’s Probably Overvalued(그거 아마 고평가되어 있을 걸?)의 약자다”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합니다. 때문에 IPO 과정에서 공모가 부담을 느끼고, 돈이 묶여 있는 것도 싫다면 Post- IPO 전략은 꽤 매력적인 방법론일 수 있습니다.


# 사례 1: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9월 10일 상장하였습니다. 공모가는 24,0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기관투자자 보유 확약 비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개월 확약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38.65%였으며, 3개월 확약은 22.89%의 비중이었습니다. 반면, 6개월 확약은 9.42%로 상대적으로 미미하였습니다. 즉, 1개월 락업이 풀리면 일단 청약 물량의 약 67.7%가 매물로 나오게 된다고 보입니다. (미확약 27.43% + 15일 1.61% + 1개월 38.65% = 67.69%) 그러면 1개월 락업이 풀리면 일단 대부분은 소화되었고, 3개월 락업이 나오면 사실상 거의 90%의 매물이 소화되는 일정이라고 판단 내릴 수 있습니다.

빠르면 1개월 락업 해제일인 10월 10일을, 좀 더 신중하게 매매할 예정이라면 3개월 락업 해제일인 12월 10일을 타점으로 노려볼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이후 1년간 주가 추이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 날 160% 상승한 62,400원에 종가가 형성되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라면 짜릿했겠지만, 공모 물량을 애초에 배부르게 받은 기관도 없었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그런데 상장 이후 1달 락업 해제일인 10월 12일에는 주가가 상장일 대비 -21.3% 하락한 49,100원이었고, 3달 락업 해제일인 12월 10일에는 주가가 상장일 대비 -24.20% 하락한 47,300원이었습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상장 당시의 주가 대비 많이 내려온 상황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21년 2월 25일에는 56,100원으로 1차적인 매도 기회를 주었습니다. (1개월 락업 해제일 가격 대비 +14.26%, 3개월 락업 해제일 가격 대비 +18.60%) 2021년 7월에는 게임주의 랠리로 인하여 100,400원을 기록합니다. 수익률은 1개월 락업 해제일 가격 대비 +104.48%, 3개월 락업 해제일 가격 대비 +112.26%였습니다. 성공적인 Post-IPO 전략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사례 2: 펄어비스

1편의 댓글 중에 펄어비스를 잊지 말라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사실 Post- IPO 관점에서 펄어비스는 아주 훌륭했던 주식이었습니다. 당시 공모 희망가는 80,000원~103,000원에서 제시가 되었습니다. 최종 공모가 는 밴드 최상단이었던 103,000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이전에 설명했던 피어 그룹, 즉 유사한 기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엔씨소프트, 넥슨지티, 웹젠, 엠게임을 선정했다는 점입니다. 주요 기업들 중 온라인게임을 주로 하는 기업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고, 당시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의 모바일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았다 보니, 모바일게임을 영위하는 게임사를 전부 제외시켰습니다.

펄어비스 증권신고서 내 비교회사 선정 (출처 : Dart)

당시 엔씨소프트와 넥슨지티, 엠게임의 PER 배수는 약 40배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웹젠이 당시 PER 17.39배로 아주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웹젠이 평균에 끼이면서 PER을 다소 착하게 배정받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마 추측컨대, 펄어비스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받고 싶었겠지만 이 때문에 다소 PER이 낮아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펄어비스의 상장 당시 유사 회사 PER 비교 (출처 : Dart)
펄어비스의 상장 당시 희망 공모가액 산정 논리 (출처 : Dart)

먼저 펄어비스의 증권발행실적 보고서를 살펴봅시다.

(출처: Dart)

6개월 확약은 전무하였고, 미확약이 92.8%였습니다. 나머지는 1개월 확약에 몰려있고, 3개월 확약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 상장 시작부터 미확약 물량 92.8%는 당일 매도 가능성이 높고, 1개월 락업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면 되겠구나! 

실제 주가는 어땠을까요?


상장 첫 날은 공모가였던 103,000원 대비 하락한 98,90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따상’도 없이 조용했던 것을 보면 사실상 기대가 없었던 주식이라는 소리입니다. 당연히 공모주 펀드 매니저들은 “에이 그래도 좀 오를 줄 알았는데” 하고 미확약 물량을 곧바로 처분하였습니다. 손실이라고 생각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점차 반전이 일어납니다. 1개월 락업이 해제되는 날이었던 10월 16일은 113,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약 10%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펄어비스의 주식은 무시무시한 랠리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3개월 락업 해제 당시 매물로 나올 물량은 168주에 불과하여 의미는 없었지만, 3개월 락업 해제일인 2017년 12월 14일의 종가는 205,000원으로 이미 '따블'이 났습니다. 

이후 2018년 3월 2일 종가는 284,200원으로 끝나 1개월 락업 해제일 종가 대비 +187.4%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5달만에 ‘따블’ 이상을 먹었으니, 아주 성공적인 Post- IPO 전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여의도 펀드매니저 대리급 이하 중 펄어비스를 찬양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센세이션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이 좋았던 것이, 상장 이후 <검은사막 모바일>이라는 초대형 모멘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상장 당시 가격도 꽤 착했다는 점이 잘 맞물려 떨어졌습니다. 


# Post-IPO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Post-IPO 전략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상장 전 공모 단계에서도 투자에 많이들 관심을 가지지만, Post-IPO라는 전략을 통하여 우리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락 업(Lock-Up)’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알짜배기 주식을 상장 이후 좋은 기회를 보고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Post-IPO 전략을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업의 전망도 물론 당연히 중요하지만, 증권신고서와 발행조건을 꼼꼼히 읽어 보시면 생각지 못한 기회를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락 업’이 해제되는 타이밍을 노리면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 있기도 합니다. 

약력


- 前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그룹

- 前 카카오페이증권 투자전략/퀀트 애널리스트

- 前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 한국경제신문 2020 상반기 ETF 베스트 애널리스트 2위

- <소음과 투자> 공동 번역

- 한경닷컴 <머니이스트> 기고자

- MTN, 조선일보 등 매체 출연

독립 리서치 <Pluto Researc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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