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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시리즈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연재] 김승주의 방구석 게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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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0-08-11 10:50:26

2020년 6월 10일, 번지 스튜디오의 <데스티니 2> (한국명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차기 콘텐츠 계획을 발표했다. 차기 확장팩의 이름은 '빛의 저편'으로 11월 11일에 출시가 예정된 상태다. 그리고 2021년과 2022년의 확장팩인 마녀 여왕과, 빛의 추락(가제)에 대한 로드맵도 공개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데스티니> 시리즈는 헤일로를 개발했던 '번지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SF 풍의 MMORPG다. 루트 슈터(다양한 총기를 수집하며 RPG처럼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 장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스티니> 시리즈는 많은 비판을 받는 게임이기도 하다. 느린 업데이트와 복잡한 스토리, 엔드 콘텐츠의 부족으로 만성적인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 확장팩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높은 편. 액티비전의 품에서 떠나 자사 퍼블리싱을 통해 '쉐도우킵' 확장팩을 야심차게 발매했지만, 발매 1년이 지난 지금도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과연 <데스티니>는 '빛의 저편' 확장팩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릴 수 있을까?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 번지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데스티니>

 

번지의 로고

시리즈의 뿌리로 돌아가보자.

 

번지 소프트웨어는 <헤일로 시리즈>를 통해 XBOX 진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임 개발사다. 마지막으로 제작했던 헤일로 시리즈인 <헤일로 리치>이후로 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립했다. 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립해 자신들의 손으로 온전히 빛어낸 게임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싶어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갈망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데스티니>다. 그리고 번지는 <데스티니>를 통해 액티비전과 초대형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5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10년간 계속해서 시리즈를 발매한다는 계획이었다.

 

<데스티니>는 2013년 E3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헤일로> 시리즈를 통해 SF 풍 FPS 게임 제작에는 정통하다고 알려진 번지인 만큼, 많은 게이머들이 <데스티니>에 기대감을 표했다. 2014년 9월 9일, 기대 속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데스티니 1>의 포스터

<데스티니>는 번지의 능력이 마음껏 발휘된 작품이었다. <헤일로> 시리즈에서 한층 발전한 SF 풍 디자인과 게임의 아트워크는 분명 번지가 창조해낼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하지만 게임의 정체성이 모호했단 점이 문제였다. 

먼저 스토리부터 엉망진창이었다. 액티비전과의 마찰로 인해 번지는 게임의 스토리를 잘게 쪼개야만 했었고, 개발 과정에서도 여러 혼선이 많았던 탓에 기나긴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발매 직전에야 게임을 가까스로 완성할 수 있었다.

결과물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한 NPC의 "나는 왜 설명할 시간이 없는지 설명할 시간도 없다"라는 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캐릭터들은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대사만 내뱉었고, 엔딩마저도 떡밥만을 던지며 김이 빠졌다. 발매 몇 달 전 급하게 만들었던 레이드인 '유리 궁륭'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무려 엔딩 컷신에서 나오는 대사다

덧붙여 RPG로서의 완성도도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였다. 명확한 '엔드 콘텐츠'가 없었다. RPG에서는 반복 플레이를 통한 캐릭터의 성장이 중요한 요소다. <데스티니>에는 그런 성장 콘텐츠가 너무나 부족했다. 매력 있는 무기는 많았지만, 무기를 파밍할 수 있는 반복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다양한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무대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데스티니>가 현재의 위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3번째로 공개된 DLC인 '굴복자 왕'의 성공 덕분이었다. 굴복자 왕 확장팩을 통해 <데스티니> 시리즈는 마침내 'SF 풍 루트 슈터' 정체성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숨겨진 퀘스트와 다양하고 멋진 무기들은 팬들의 탐험 욕구에 불을 지폈다. 게다가 번지의 특기였던 '웅장한 연출'과 '흥미진진한 메인 스토리'도 호평 받았다.

 

이후 2편의 발매가 연기되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발매된 DLC인 '강철 군주'는 굴복자 왕 확장팩보다는 부족한 모습이었지만, 많은 플레이어의 호평을 받았던 '기계의 분노' 레이드 덕분에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데스티니> 프랜차이즈의 위상을 널리 알렸던 '굴복자 왕' 확장팩

 

 

# <데스티니 2>, 그리고 <포세이큰>


그리고 2017년, <데스티니>의 후속작인 <데스티니 2>가 발매되었다. 분명 <데스티니 2>는 전작에서 받았던 비판점들을 참고해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먼저 전작의 메인 캠페인이 혹평을 받았다는 점을 받아들여, '붉은 전쟁'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이 쌓아 온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캠페인에서 받은 호평으로 <데스티니 2>는 시리즈의 흥행을 이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기갑단'이라는 종족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붉은 전쟁' 캠페인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메인 스토리를 완료하자 이윽고 엔드 콘텐츠의 부족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데스티니 2>는 FPS와 MMORPG가 결합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아이템을 파밍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반복 콘텐츠가 너무나 부족했다. 어떻게 보면 전작 초기에 발생했던 문제점의 재림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오시리스의 분노'와 '전쟁지능' DLC가 연이어 공개되었지만 게이머들의 요구를 채워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덕분에 출시 초기에 받았던 긍정적인 평가는 뒤집어졌고, 번지는 장장 5개월간을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달려야만 했다.

이번에도 첫 번째 확장팩인 '포세이큰'을 통해 <데스티니 2>는 다시 날아올랐다. 굴복자의 왕 확장팩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번지는 포세이큰에 다채로운 파밍 콘텐츠를 추가했다. 새롭게 추가된 지역인 '꿈의 도시' 안에도 숨겨진 요소들을 잔뜩 넣어놨다. 번지의 레이드 디자인이 정점을 찍었던 '마지막 소원'도 무시할 수 없다.

 

<데스티니 2> 포세이큰

 

결국 <데스티니 2>는 루트 슈팅계의 제왕이라는 자리를 자신들의 힘으로 지켜 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라는 이름으로 배틀넷을 통해 한글화 발매가 이루어진 것도 이맘때이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라는 이름으로 한글화 출시가 이루어진 것도 이맘때이다. 이전에는 영어로 게임을 즐겨야만 했다 (출처 : 블리자드 코리아)

 

 

# 액티비전과의 결별과 스팀으로의 진출을 알린 '쉐도우킵'


포세이큰은 분명 성공했지만 액티비전과 번지와의 악연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데스티니>를 개발하던 시절부터 액티비전과 번지는 여러 부분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액티비전은 수익을 원했고, 번지는 장기적인 프랜차이즈를 원했다. <데스티니 2>의 수익이 액티비전의 기대에는 미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두 회사는 공식 합의를 통해 결별하게 된다.

결국 두 회사는 공식적인 이별을 알렸다

<데스티니> 시리즈를 자체 퍼블리싱 하게 된 번지는 배틀넷에서 스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확장팩인 '쉐도우킵'과, 포세이큰 이전의 콘텐츠들을 신규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데스티니 : 뉴 라이트>를 발표하면서 다시금 많은 기대를 얻게 된다. 

번지는 액티비전 산하에서 독립함으로써 쉐도우킵에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녹여낼 수 있었다고 홍보했다. 시리즈의 팬들도 굴복자 왕이나 포세이큰의 경우처럼 쉐도우킵이 '갓장팩'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섀도우킵은 기대 이하였다. 스토리는 다시 1편의 모습으로 돌아가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대사와 스토리에 대한 떡밥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기를 파밍하기 위한 반복 콘텐츠도 그다지 흥미를 끌지는 않았다.

많은 콘텐츠들이 1편의 요소를 재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애초에 새롭게 공개된 '달' 지역은 1편에 존재했지만, 2편에서는 삭제되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적들의 디자인도 '색깔 놀이'에 가까웠다. 무기 디자인도 기존 무기에 나온 무기들과 엇비슷한 모양새였다.

새로운 적들은 색깔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모습과 똑같았다

게다가 무기군의 고착화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산둔자(산꼭대기 + 은둔자)의 조합이 대표적이다. 앞선 두 무기는 포세이큰 확장팩이 진행되면서 추가된 무기이지만,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쓰일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다. 파밍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며, PvE에서 두 무기의 조합 효율을 넘어서는 무기가 없었다.

새로운 시즌이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파밍 콘텐츠와 무기가 추가되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의 메타를 바꿀 만큼 성능이 좋지 못했다. 파밍에 성공한 유저들은, 낮은 성능에 실망하며 창고로 돌아가 넣어 놓은 산둔자를 다시 꺼내 사용하곤 했다.

PvE, PvP 양측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두 무기

게다가 신규 유저를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늘어났다. <데스티니>는 일정 전투력 이상부터 '강력한 장비'를 얻어야만 전투력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제한되어 있다. 최대한 빠르게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캐릭터를 전부 육성하며(<데스티니>는 계정당 3개의 캐릭터만 키울 수 있다), 레이드와 같은 고난도 콘텐츠들을 1주일마다 꾸준하게 돌아야 했다.
이런 진입 장벽은 PvP와도 연결된다. 당연히 PvP에서는 플레이어가 평준화된 전투력을 통해 최대한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강철 깃발'같은 이벤트는 전투력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최대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간마다 초기화되는 고난도 콘텐츠를 꾸준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덕분에 신규 유저는 부족한 전투력으로 인해 강철 깃발 이벤트를 플레이하기 부담스러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철 깃발 이벤트에서도 강력한 장비를 지급한다. 유저 간의 격차는 더더욱 커져만 갔다.

총 4개 정도의 강력한 장비를 주지만, 신규 유저는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강철 깃발' 이벤트

PvP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새롭게 추가된 맵들은 전부 1편 맵의 재활용이었다. PvP 밸런스 패치도 늦어져 많은 유저들이 '늑대 군주'와 같은 지나치게 강력한 무기로 인해 고통받기도 했다.
평판이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던 시기는 '자격의 시즌'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복합적인 문제가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자격의 시즌에서 추가된, 3:3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최상위 PVP 콘텐츠인 '오시리스의 시련'에는 온갖 핵이 난무했다. 새롭게 추가된 PVE 콘텐츠인 '세라프 탑'도 새로운 느낌을 주기엔 부족했다. 게다가 자동 매칭조차 지원하지 않아 직접 사람들을 모아 반복 콘텐츠를 클리어해야 했다. 버그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덕분에 자격의 시즌은 골수 팬들에게 '없는 자식'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번지는 유저들의 비판을 듣지 못한 듯, 세라프 타워를 총 900만 번 클리어하면 강력한 무기를 지급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러면서도 세라프 타워의 난이도를 올렸다. 당연히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에 번지는 "주 중의 카운트 횟수는 5배, 주말의 카운트 횟수는 10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 리가 없었다. 마무리도 엉망이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한 유저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퀘스트 마커를 따라 한 지하 벙커로 향했다. 하지만 벙커의 문에 도착하자, 갑자기 플레이어는 행성의 착륙 지점으로 되돌아갔다. 

유저들은 숨겨진 기믹이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몇 시간 뒤 올라온 공식 트위터에서 밝혀지기리를.

버그입니다

버그였다. 유저들의 반응이 어땠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 <데스티니>는 빛의 저편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결국 쉐도우킵 출시 초창기만 하더라도 29만 명을 기록했던 동접자 수는, 자격의 시즌 말미엔 5만 명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는 '출현의 시즌'에서는 차기 발매될 확장팩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저 수가 소폭 증가한 상태다.

 

스팀 발매 후 <데스티니> 시리즈의 동접자 수 추이 (출처 : steamDB)

그래도 시리즈의 미래에 부정적인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전능자 이벤트'를 통해 <데스티니> 프랜차이즈의 힘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전능자 이벤트는 '붉은 전쟁' 캠페인 당시에 침략자였던 '기갑단'이 사용한 함선인 전능자가 지구로 떨어진다는 스토리다.

플레이어들의 자격의 시즌 내내 클리어한 스토리 퀘스트의 결과물로써, 유저들은 전쟁 인공지능 '라스푸틴'이 추락하는 전능자를 요격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해당 이벤트는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관람했다(위 사진에서 유저 수가 급격했던 증가했던 순간이 전능자 이벤트가 진행되었던 시간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전능자 요격 이벤트

그렇기에 시리즈의 팬들은 '빛의 저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음 확장팩에는 '굴복자 왕'이나 '포세이큰'과 같은 멋진 확장팩을 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1편부터 시리즈의 흑막으로 언급되던 '어둠'이라는 세력이 드디어 등장하기에 기대는 크다.

실제로 신규 확장팩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을 때 유저 평가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번지의 목표도 굉장히 야심찼다. 숫자만 바꾼 후속작을 공개하는 대신, 확장팩을 통해 데스티니 가디언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게임 플레이를 통해 번지가 자신들의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연 데스티니 시리즈는 '빛의 저편'을 향해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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