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칼럼] 바이오하자드 아버지의 고뇌

게임개발의 작품성과 상품성

금강선 2006-02-22 19:02:30

 

 

<바이오 하자드>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카미 신지'는 <데빌 메이 크라이>나 게임큐브로 발매된 <킬러 7> 등의 독특한 작품 등으로 창의적인 개발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이미 상업적으로 대박을 터트린 작품들도 만들어왔고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작품들도 만들어왔다. 하지만 캡콤 내부에서의 인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를테면 캡콤은 개발자로서의 실질적인 파워맨을 담당하고 있던 인물이 <스트리트 파이터 2>를 대히트시킨 오카모토 상무였다. 오카모토 상무가 윗선에 있는 경영자들과 개발자들의 중간에 있어서 얼마나 개발자들의 편을 많이 들어주었는지는 심심치 않게 들리는 소문뿐만 아니라 캡콤 내부에 있는 개발스탭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만약 캡콤내에서 이 오카모토의 파워를 가질 만한 후계인 개발자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미카미 신지'와 '이나후네 케이지'가 손꼽힐 것이다. 순수한 개발자들인 이들이 자신들도 뜻하지 않게 외부적인 입장에서는 마치 오카모토의 자리를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처럼 인식이 되었던 것이다.

 

물론 캡콤내에서의 입지는 '미카미 신지'가 굉장했었지만 미카미 신지의 게임큐브 독점전략의 실패와 이나후네 케이지의 <귀무자> 시리즈의 대성공이라는 명암이 엇갈리면서 미카미 신지의 입지는 약해졌다. 또한 게임큐브 독점전략 실패라는 것에 의해서 미카미는 부장직을 자진사퇴하기까지 이른다. (물론 현재 <귀무자> 시리즈의 네임밸류도 상당히 약해져서 이나후네의 입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큐브팬들을 설레게 한 미카미의 게임큐브 독점공급 발표.

이것은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였지만...

  

이것을 두고 업계에는 많은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대립되는 주장의 요지는 미카미의 개발능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모두 다 해야한다는 자존심이 문제라는 것.

 

미야모토 시게루(난텐도)는 게임성이 높은 작품을 만들지만 늘 상품성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카미같은 창조적인 개발자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작품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기대하고 있는 새로운 '대작'시리즈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캡콤에서 미카미의 업적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권리가 있는 개발자라는 것이다.

 

유명 개발자라고 해서 언제나 채산성 심사나 개발심사에 있어서 항상 OK를 따내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하자드>의 첫 작품을 발매했을 때 사내에서는 "어렵고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게임에 어울릴까요?"라는 의견도 있었고 코지마 히데오(코나미)가 <우리들의 태양>(GBA)을 만든다고 할 때는 경영진들로부터 "코지마 씨 얘기는 전혀 설득력이 없군요. 무모한 것 같습니다"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게임성과 상품성 사이에서의 개발자들의 선택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적어도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불공평하게도 경영진 사이에서도 선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경영진쪽이라면 상품성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못됐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 하자드 4>를 보자.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바이오 하자드 4>의 판매량은 상당히 부진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로 '게임큐브'라는 하드웨어를 선택한 개발자의 판단미스와 게임성의 큰 변화로 인한 소비자층의 약화를 이유로 든다. 물론 아주 설득력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 전에 '바이오 하자드'의 네임밸류를 스스로 깎아 먹었던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여러분이 외국 쇼핑몰에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기종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보면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작 <바이오 하자드 4>. 엄청난 게임성을 보여주었으나 판매실적으로는 부진했다. 과거 밀리언셀러는 기본이었던 캡콤의 주력 소프트웨어가 말이다.

 

 

<바이오 하자드 4>가 PS2로 이식된다는 것을 공식발표한 날... 미카미 신지의 개발자로서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엄청나게 쪽 팔리지 않았을까? "<바이오 하자드 4>는 게임큐브로 독점공급 됩니다"라는 말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자신 있게 했던 그이고 팬들과의 약속이기도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카미가 완성도 높은 <바이오 하자드 4>를 가장 많이 팔린 하드웨어인 PS2로 발매하여 더 많은 게이머들이 이 명작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좋게 생각하길 바라겠지만, 공식발표 전 경영진이 미카미를 설득시키는데 애를 먹었다는 소문이나 PS2 이식작업은 자신이 참가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던 인터뷰 내용 등을 볼 때 기분이 상해있는 것은 미카미 씨나 캡콤 경영진측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캡콤 경영진 측조차 다음 <바이오 하자드>에도 미카미가 참여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는 이 게임의 크레딧에서 미카미 신지의 이름을 볼 수 있을까? 화면은 <바이오 하자드 5>.

 

위의 이야기로 게임개발자가 단순히 작품성만을 보고 뛰는 것이란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카미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진 개발자도 저 정도라면 다른 개발자들이 받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스트레스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 버리는 게임들은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미야모토 씨 말대로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하다보면 상업적 성공은 따라온다라는 말과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만 노력했던 미카미씨의 판매결과가 처참했던 것을 보면 '역시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만큼 하나의 게임이 태어나고 개발자가 또 다른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가시밭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게이머가 복사CD로 게임을 즐긴 후 ‘쓰레기게임이다’라고 인터넷에 댓글을 달아 얘기하는 것은 얼마나 중범죄인가?

 

<킬러 7>. 뛰어난 센스와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너무 개발자가 자기만의 세계관을 게이머들에게 무리하게 주입하려 했다는 평이다. 판매량도 부진했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품이지만 개발취소된 <데드 피닉스>.

 

정말 보기드문 멋진 게임이었다. 그런데 왜 2편부터 다시 인기가 사그러들기 시작했을까.

 

미카미가 화가 나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것이다라는 소문이 많았지만 현재는 캡콤에 남아서(클로버 스튜디오) 신작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다시 한번 캡콤의 품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함께 응원해보자.

 

 

 

◆ 미카미 신지 개발이력

 

역전재판 DS (2005) - 총괄 프로듀서
킬러 7 (2005) -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바이오하자드 4 (2005) - 디렉터
역전재판 3 (2004) - 총괄 프로듀서
디노 크라이시스 3 (2003) - 총괄 프로듀서
뷰티풀 죠 (2003) - 총괄 프로듀서
P.N. 03 (2003) - 디렉터
역전재판 2 - 총괄 프로듀서
바이오하자드 제로 (2002) - 총괄 어드바이저
역전재판 (2001) - 총괄 프로듀서
데빌메이크라이 (2001) - 총괄 프로듀서
레지던트 이블 가이덴 (2001) - 어드바이저
귀무자 (2001) - 어드바이저
디노 크라이시스 2 (2000) - 총괄 프로듀서
바이오하자드 코드명: 베로니카 (2000) - 프로듀서
바이오하자드 3: 네메시스 (1999) - 프로듀서
디노 크라이시스 (1999) - 프로듀서, 디렉터
바이오하자드 2 (1998) - 게임 프로듀서
바이오하자드 (1996) - 디렉터
구프 트룹 (1994) - 게임디자인
알라딘 SNES 버전 (1993) - 플래너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 GB버전 (1991) - 플래너
캡콤 퀴즈 (1990) GB버전 - 플래너

 

  • [칼럼] 큰 자본에 승리한 큰 아이디어

  • [칼럼] 온라인게임에 뺏긴 친구들

  • [칼럼] 바이오하자드 아버지의 고뇌

  • [칼럼] 게임의 친절함과 과잉보호

  • [비평] 폭풍, 기어스 오브 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