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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Wii는 세상을 변화시킬 상자인가?

금강선 2006-12-12 12:16:30

2006년 11월 게임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닌텐도의 거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NDS라는 휴대용 게임기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던 닌텐도가 가정용 게임기에서도 Wii라는 물건을 갖고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를 게임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개시한 것이다. Wii라는 닌텐도의 작은 상자가 과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라이벌은 소니·MS가 아닌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들


닌텐도를 대표하는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닌텐도 전무이사·개발본부장, 오른쪽 사진)의 인상적인 인터뷰가 기억난다.

 

설문조사에서 닌텐도 Wii가 경쟁기종인 Xbox360, PS3보다 선호도가 높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경쟁자들을 제치고 Wii가 가장 갖고 싶은 게임기로 선정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물론 기분이 좋습니다. 유저들의 성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다만 어느 쪽도 필요 없다는 대답은 없었습니까? 사실 저희는 ‘모두 필요없다’는 쪽과 싸우고 있습니다.”

 

미야모토의 대답이 말해주듯, 또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Wii는 확실히 경쟁자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는 Wii를 통해 PS3와 Xbox360이 경쟁하는 ‘극한의 비주얼과 강력한 성능’에서 한 발짝 물러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며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한 닌텐도의 첫 번째 블루오션 프로젝트인 NDS는 이미 성공을 거뒀다. 게이머의 이탈이 심해지던 일본 게임시장은 NDS의 발매로 조금씩 회생의 기운을 되찾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NDS가 바라던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접근은 어느 정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닌텐도의 의지는 Wii로 이어져 가정에서도 ‘게임’이라는 ‘놀이’가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Wii는 게이머들의 무관심과 싸우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벌써 게임의 무관심한 게이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NDS와 더블어택이다. 닌텐도는 지름신의 친구일까?)

 


유저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힘


노래방을 갔을 때 특별히 노래를 서서 불러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서서 노래를 부르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혹은 앉아서 부르는 사람을 “분위기 깬다”며 일으켜 세우는 사람까지 있다. 이것은 왜 그런가?

 

노래방도 하나의 놀이문화라고 한다면 노래라는 놀이가 갖고 있는 ‘맛’ 때문일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노래는 서서 불러야 제 맛이다라는 것이랄까? 서서 즐기는 문화는 Wii를 소유한 가정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Wii를 즐기는데 있어서 규칙은 없다. 하지만 여러분 친구들 중에서 <Wii 스포츠>를 소파에 앉아 편하게 손목만 휘두르며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여러분이 Wii의 소유주라면 특히나) 잔소리를 해댈 것이다. 그리고는 그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테니스를 예로 들어보자. Wii에서 테니스의 서브를 하기 위해 공을 위로 던지는 버튼은 [A]버튼이다. 혹은 위모콘을 위로 올려들어도 된다. 그리고 손목을 휘둘러 공을 쳐낸다. 이것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A버튼만 살짝 눌러주고 손목을 까딱 거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 놀이의 맛이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Wii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더욱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 위모콘을 위로 올려들 것이다. 마치 공을 실제로 던지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강하게 리모콘을 휘두를 것이다.

 

이 경우 체감도가 급상승한다. 많은 게이머들은 대부분 능동적으로 위모콘을 다루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앉아 있는 유저를 일으켜낼 것이다.

 

그들의 재미난 동작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신기한 상자와 마법의 리모콘은 많은 능동적인 게이머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왼쪽 위의 사진은 모범적인 Wii 사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투수처럼 야구공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체감도에 따라오는 재미는 굉장히 높을 것이다.

 


자본에 소외된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디어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훔쳤던 초기 게임시장과는 달리, 현재의 시장은 어느 새부턴가 첨단 기술산업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다. 할리우드와 유사한 투자시스템이 출현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변경선상에 있으며 이는 계속 가속화될 전망이다.

 

확실하게 이런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하이퀄리티 영상과 음향 효과로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를 경계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기술력의 급격한 발전이 결국 개발자들을 억압할 것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20년이상 게임을 개발해온 워렌 스펙터(오른쪽 사진) 역시 이미 몇년 전부터 Xbox360, PS3이 거대한 자본과 대형 프로덕션, 수 많은 후속편을 찍어내는 할리우드처럼 게임산업을 최고급 품질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몇몇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구조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게임기 업체들이 초대형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면 누군가는 분명 자본을 투자할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품질경쟁이 시작된다.

 

누군가가 2,000만 달러, 혹은 3,000~4,000만 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이며, 그 정도의 자본을 갖지 못한 다른 개발업체들은 다른 대응책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워렌스펙터 / 前 아이언스톰 디렉터)

 

이 와중에서 그 대기업이라는 구조 내에 있지 못한 개발자들은 쉽게 소외되어 버린다.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시장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아이디어만 갖고 승부해서 성공을 거두는 게임은 매년 등장하고 있지만, 극소수의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그 아이디어 상품 자체도 대기업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의 게임시장은 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닌텐도는 ‘자본’에 소외되어 아파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게임큐브의 차세대 기인 Wii의 기술적 발전을 억제하고 새로운 놀이 방법을 제시하며 Wii라는 콘솔에서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최대한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패미컴 시장이 그랬던 것 처럼 과거로 돌아가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외치고 있다. 그 바람이 소외된 개발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닌텐도의 이 도박이 옳았다는 것은 개발자들이 향후 5년간 발매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증명해줘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두 번 움직여야 하는 작업이다. 개발자의 마음, 그리고 움직여진 개발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한다.

 

Side Story #1 ----------------------------------------------------------------------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이나 <파이어 엠블렘>, 또는 다른 서드 파티를 통해 코어 게이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타이틀도 발매하면서 더불어 새롭게 개척한 시장을 모두 노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발전을 포기한만큼 이미 닌텐도는 소니, MS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들어서 있다.

 

하지만 승패라는 자극적인 주제를 좋아하는 대중 매체들이 굳이 하드웨어의 쉐어율을 따지면서 어떤 하드웨어가 승리하는지 승부를 내보자고 고집을 피운다고 한다면, 결국 기존 시장을 이끌어왔던 코어 게이머들의 숫자와 비교해 닌텐도가 잠재적 수요층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과연 얼마나 잠자고 있던 신규 게임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번 차세대기 전쟁은 아주 재밌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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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채널의 노림수는?


Wii라는 새로운 게임기로 많은 새로운 타깃층을 끌어들일 수 있겠지만, 역시 그 안내자가 되는 주체는 코어 게이머일 것이다. 무심코 <젤다의 전설>을 구매하여 게임을 즐기던 청소년이 <Wii 스포츠>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갖고 거실에서 리모콘을 휙휙 휘두르는 장면이 가족들의 눈에 띄었을 때, 어쩌면 가족 단위로 Wii를 시작하게 되는 첫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주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게이머층을 넓게 잡으면 10대에서 30대까지. 이 연령대가 아버지와 어머니, 더 나아갈 수만 있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게임’이라는 놀이에 대해서 홍보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특성 때문에  단 10초만 즐겨도 재미 있어보이게 만든다는 닌텐도의 첫번째 과제는 달성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새로운 타깃층이 게임을 마치고 스스로의 손으로 다시 Wii의 전원을 켤 수 있는가?'라는 점에선 새로운 질문을 받는다. 이것이 Wii의 두 번째 과제이다.

 

이 과제에 대해서 이미 대답은 나와있다. 닌텐도의 답은 ‘Wii채널’이다.

 

Wii 채널의 날씨 정보 화면.

 

Wii 채널을 통해 날씨를 확인하거나 최신 뉴스를 읽을 수 있고,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을 연결해서 보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특별해 보이진 않겠지만 이것들을 ‘다른 하드웨어에도 존재하는 흔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닌텐도는 게임과 무관했던 사람이 단 한번의 재미를 느낀 것만으론 게임유저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Wii의 게임유저가 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단계적으로 낮춰두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Wii 채널’이다.

 

흔한 정보들이지만 소파에 편하게 누워 Wii의 컨트롤러를 리모콘 삼아 날씨를 보거나 가볍게 뉴스를 보는(아직 이 부분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일들은 의자에 앉아 PC의 전원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보다 쾌적하다.

 

이런 편의성은 게임과는 상관없긴 하지만 Wii라는 하드웨어의 전원에 손을 대는 계기가 된다. Wii는 512M의 플래쉬 메모리를 내장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한 빠른 기동시간을 놓치지 않았다.(물론 닌텐도 64 등의 게임을 다운받으면 512M가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긴 한다)

 

Wii는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빠르게 메인화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입력장치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리모콘형 컨트롤러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Wii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이 시스템을 만지는 것의 친숙함이 곧 게임유저가 되기 위한 중간단계이며 어느덧 게임기동 메뉴까지 건드리게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제를 성공시키게 된다면 닌텐도는 바로 Wii 프로젝트의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데이브, 당신 저녁 오븐에 넣어놨어요. 수업 마치고 갈게요. /낸시."

집에서 와서 무심코 Wii를 켠 남편 데이브가 받게된 부인의 메모. Wii의 강력한 Mii(아바타)와 채널, 부가기능은 다용도로 활용된다.

 


Wii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Wii는 과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것은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말처럼 소비자들이 대답해줄 것이다.

 

Wii의 초반 런칭은 성공적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빠른 페이스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5년 후의 성적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딱 잘라말해 이 하드웨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첫 스테이지를 무난하게 통과했을 뿐이다.

 

아직 지원되지 않는 날씨, 뉴스 등의 Wii 채널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시급하고 버추어 콘솔의 컨텐츠도 적으며, 온라인 기능이 전반적으로 썰렁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Wii라는 하드웨어가 특수한 놀이방법을 사용하는만큼 이 놀이방법에 맞춰진 우수한 소프트들이 꾸준히 발매되는 것도 관건이다.

 

특히나 그들이 의도한 바대로라면 이번 콘솔(Wii)만큼은 닌텐도 64나 게임큐브 시절처럼 소프트웨어의 판매에 있어서 퍼스트 파티인 닌텐도만 재미를 봐선 안될 것이다. 과거 패미컴 시절처럼 많은 개발사들이 골고루 재미를 봐야 한다.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논하기엔 갈 길이 멀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해서 프로젝트명은 ‘레볼루션’이었다. 게임이라는 좋은 놀이도구가 있는데 아직도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고민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게임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꼭 코어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구가 늘어나길 희망하면서 Wii가 탄생했다. 패미컴처럼 버튼 두개와 십자키만으로 쉽게 게임을 접했던 것 처럼 닌텐도는 과거로 회귀해버렸다.

 

이것은 Wii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닌텐도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게임큐브의 후속작이 소니와 MS의 첨단기술 경쟁에 끼어들어 정면대결을 하려 했다면 게임큐브가 가졌던 규모 이상의 시장확보를 기대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닌텐도의 선택이 옳았다면 Wii로 인해서 시장은 곧 새로운 게임인구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Side Story #2 -----------------------------------------------------------


Wii를 구매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고 왁짜지껄 웃고 있다고 한다. 이 신기한 놀이 기구에 대해서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입소문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 같다.

 

아들이 게임쪽에서 밥을 먹고 살아도 게임과 친하지 않았던 필자의 어머니도 Wii를 해보고 즐거워 하신다. 내친김에 볼링으로 설거지 내기를 하자신다. 게임이 끝나고 나니 다음 주에는 가까이 사는 이모네 식구를 초청해서 저녁식사 내기라도 해야겠다면서 Wii의 사용법을 알려 달라신다.

 

Wii가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시장은 조용히 변화되고 있다. (결국 설거지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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