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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케빈] (13) 2천만 달러의 유혹

KevinKim 2010-06-21 17:20:41

※ E3 2010 기간으로 인해 케빈의 연재물이 1주일 가량 지연됐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 사업의 멘토를 얻다

 

2006년 좋은 매출을 올렸지만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당시는 미국에서 온라인 게임시장은 완전 초기 시장이었고 벤처 캐피탈 조차도 온라인 게임을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주변에 투자처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한 곳이 익싸이트 재팬’(Excite Japan)이었다. 사실 익싸이트 재팬과 우리 회사는 매우 인연이 깊었다. 1999년 우리 회사가 한참 커뮤니티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을 때 ‘Excite Japan’도 우리 고객 중 하나였다. 기술 미팅 차 일본을 방문했고 미팅 중에 야마무라 사장님을 처음 만났다.

 

사실 야마무라 사장님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는 명함을 드렸는데 그분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명함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개발된 <샷온라인>이 야마무라 사장님과의 관계를 한 순간에 바뀌게 만들었다. 클럽 솔루션을 수출하면서 친하게 된 익싸이트의 개발자가 있었고 나는 그 친구와 가끔 MSN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냈다. <샷온라인> 초기 버전이 나왔을 즈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친구에게 게임 스크린샷 몇 장 보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 것을 야마무라 사장님에게 전달한 것이다. 골프를 매우 좋아했던 야마무라 사장님은 그 스크린샷을 보자마자 그 친구에게 이거 누가 만든거냐? 당장 만나고 싶다말했고, 나보고 바로 일본에 올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내놓고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의 내부 버전이었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미팅에서 게임을 시연하고 앞으로의 개발 계획을 설명했더니 그는 대뜸 나에게 일본 서비스 판권을 달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더 놀랐다. 이제 겨우 프로토타입 수준의 게임을 보여줬을 뿐인데 그런 결정을 내릴 줄은 전혀 짐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미팅에서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회의를 마쳤다.

  

 익사이트 재팬의 대표이사였던 야마무라.

 

그리고 한달 후, 야마무라 사장님이 한국 사무실을 방문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얼마 정도면 일본 판권을 줄 수 있냐?”라고 물어왔고 우리가 제안한 금액에 일체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나중에 익싸이트직원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야마무라 사장님이 직원들과 상의도 없이 금액을 결정한 경우는 우리가 처음이란다.

 

이런 분이 미국 사업에 도움을 주시면 얼마나 든든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어느 저녁식사 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혹시 온네트USA에 투자해 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물론’(Sure)라고 호탕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고 덧붙였다.

 

익싸이트 재팬은 전문 투자사가 아니니 익싸이트 재팬과 사업도 뭔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자 가볍게 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야마무라 사장님은 직원에게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 지시했고 일본 게임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일을 주선했다.

 

그 결과 2007년 초 우리는 익싸이트 재팬으로부터 투자도 받고 일본 유명 개발사의 게임 판권도 얻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 억만장자와의 만남

 

매년 3월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의 컨퍼런스인 GDC(Game Developer Conference)가 개최된다.

 

GDC에는 전세계 각국에서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사는 미국 산호세는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지라 그 때가 되면 손님맞이로 바쁘다. 이런 저런 미팅이 잡혀 있었지만 2007년의 GDC에는 특별한 미팅이 하나 있었다. 2006년 한국에서 만났던 미국인 친구와의 미팅이었다.

 

그 친구는 <샷온라인>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게임에 대해 많은 질문과 의견을 나누면서 만일 <샷온라인>을 통째로 사려면 얼마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다. 그 친구가 GDC에서 나를 다시 꼭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친구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로 향했고 마침 그날 교통체증이 심해서 미팅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저녁도 먹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그 친구와 그의 동료와 함께 이태리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눴다. 나는 그들이 인사나 하러 왔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미팅 마지막 즈음에 케빈, 2,000만 달러(280억 원)에 온네트USA를 나에게 팔지 않을래? 네가 진짜 생각이 있으면 내가 우리 보스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게라고 말했던 것이다.

 

깜짝 놀랐지만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며 어 그래? 그럼 생각을 좀 해보고 알려 줄게라고 이야기하고 미팅을 마쳤다.

 

 

 OnnetUSA를 사고 싶다며 거액을 제안했던 억만장자 마이클 헤이슬리.

 

돌아오는 길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 친구가 이야기한 보스는 포츈지에서 뽑은 미국 500대 부자에 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NBA 멤피스 농구단 소유주이자 몇 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억만장자인 HEICO 그룹의 마이클 헤이슬리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바로 한국에 있는 홍성주 사장님께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고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0만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를 시작한지 1년 만에 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내가 미국에 와서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보지도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우리는 마이클 헤이슬리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이메일로 이 곳에 올 수 있으면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라고 연락을 했고 그 친구는 며칠 후 출장 일정을 확정해서 나에게 알려줬다. 한달 정도 지났을 때 마이클이 정말 우리 회사를 찾아왔다. 나이가 꽤 지긋했지만 당당한 외모의 그는 비서 한 명과 내가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동부에서 개인 비행기를 타고 여기에 왔단다.

 

나는 준비한 PT를 보여줬고 그는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했음에도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고는 정중하게 시간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잠깐 동안 그와 함께 했지만 어떤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미팅이 있은 후 GDC에서 만났던 친구는 나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메일을 보내왔고, 나와 홍 사장님은 며칠 동안 고민한 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우리에겐 2000만 달러보다 더 큰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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