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마케팅을 아는 관리자를 찾아라!
미국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면서 회사는 나름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특히 벤처캐피탈)에서 2%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미국, 특히 현지 마케팅을 잘 아는 미국인 매니저가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몇몇 벤처캐피탈은 현지인 부사장만 있어도 투자를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세컨드 라이프>의 부사장 출신을 비롯하여 몇몇 후보들을 직접 추천해 주기도 했다.
이중 3~4명을 대상으로 면접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을 잘 안다고 하더라도 부사장 급은 상호 간의 신뢰가 중요하고 코드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터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불현듯 머리에서 작년 한국에서 만났던 데이빗이 떠 올랐다.
■ 긍정적이고 매너 좋은 사람
데이빗이 미국에서 게임 아이템 판매업체의 부사장으로 일할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약간 중국인 같은 외모와 머리털이 없는 깔끔한(?) 스타일인 친구였고,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몇 번 만난 이후에는 스스럼 없는 사이가 돼 한국에서 저녁도 같이 하고 소주도 한잔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홍성주 사장님과 함께 데이빗과 술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야기 중간 중간에 데이빗도 온라인 게임 사업에 매우 참여하고 싶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데이빗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미국에서 데이빗과 비즈니스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미팅 도중 나는 데이빗이 현재 자신의 업무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때는 각종 통로를 통해 마케팅 부사장을 찾고 있었고 물망에 오른 후보도 있었다. 나는 데이빗에게 골프를 같이 치자고 제의했고 데이빗도 흔쾌히 동의했다. 며칠 후 그와 함께 골프를 치면서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역시 데이빗은 골프 매너도 좋았고 나와 생각하는 방법이 많이 비슷했다.
골프 매너가 좋은 사람은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매너가 매우 좋다.
■ 그의 ‘난감했던’ 제안
나는 라운드를 마친 후에 데이빗에게 함께 일하면 어떻겠냐고 솔직하게 제안을 했다.
데이빗은 고맙다고 대답하면서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1주일이 지난 후 데이빗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첫 번째 요청은 자기와 함께 일하게 될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거였다.
역시 철두철미한 친구였다. 내가 데이빗을 인터뷰하는 것처럼 데이빗도 자기와 함께 일하게 될 친구들을 만나보고 인터뷰를 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나는 가벼운 저녁 식사 미팅을 주선했고 데이빗은 노련하게 팀원들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또 질문에도 대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에게 “어느 친구는 같이 일하기 괜찮은데 어느 친구는 함께 일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만일 일하기 힘든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를 빼고 갈 수도 있냐?”라고 묻기도 했다.
나는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식이었다. 입사 전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표현하고 문제가 될 것을 미리 이야기해 주는 것이 이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던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특히 중국인 어머니로부터 나온 듯한 동양적 예의와 온라인 게임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졌을 뿐 아니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협상을 한 후에 2008년 4월, 우리는 드디어 2%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한국 온네트의 워크샵에서 릴레이 경주에 참가한 데이빗 창 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그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한국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