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0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혼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지요.
‘영어도 할 줄 모르는 내가 과연 미국 땅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
‘큰 게임회사들도 와서 고생하고 다시 돌아간다는데, 우리 같이 작은 회사도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에이~ 뭐 있겠어? 사람사는 데가 다 똑같겠지…’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미국 사업이 벌써 4년째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 그럼 4년 전 시작할 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사무실은 지난 글에 보셨던 곳에서 한 번 더 옮겼습니다.
그곳의 큐비클(한국의 파티션을 이곳에선 큐비클이라 부른답니다)이 높아 개인공간 확보는 잘 되지만,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큐비클이 낮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또, 미국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 사무실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예전 사무실보다 이곳이 더 저렴합니다.
27명으로 늘어난 현재 온네트USA 사무실 사진.
3명이었던 직원은 이제 27명으로 늘었습니다. 그사이 결혼한 직원, 아이를 가진 직원들도 생겼으니 식구가 더 많이 늘어났네요. 서비스하는 게임도 올해 말이면 8개가 됩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결제 수단도 15개나 붙었네요.
온네트USA의 게임포털 게임스캠퍼스닷컴의 대문.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4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사업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미국에서 현지 사람들과 함께 일해서 현지 유저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27명 직원 중에서 한국에서 온 사람은 저를 포함해 6명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분들은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인데, 미국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파트입니다. 운영과 마케팅, 사업계획 등의 업무는 이곳에서 태어난 현지인이거나 부모님은 한국인이지만 여기서 태어나고 교육 받은 2세들이 맡고 있습니다.
미국 유저들의 취향과 마케팅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서 오랫동안 생활한 이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직원을 한국에서 데리고 와서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또, 미국 직원을 뽑는 일이 쉽지 않기도 하죠.
그리고 이곳에서 발생한 매출을 대부분 한국에 보내면 미국에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고, 한국에 많은 이익을 보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사업을 한다면 이곳에서 우리 기업을 미국 기업이라고 인정해 줄까요?
반대로,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업을 하는데 모두 그 나라 사람들로 직원을 채우고 벌어들인 돈을 몽땅 자기 나라로 보내면, 우리나라에서 그 기업을 곱게 볼까요? ‘현지 고용 창출’과 ‘현지 세금 납부’는 현지 기업이 가져야 할 중요한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이게 ‘온네트’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고요. :)
연재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이 됐네요. 그동안 읽어 주신 TIG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소중한 댓글도 모두 고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더 즐거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성원해 주시고 여러분도 항상 즐거운 도전을 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