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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퐁(1972)]나무가 자란 흔적을 찾아서

미술로 보는 게임 역사 '픽셀 온 캔버스' (02)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1-12-06 12:37:28

지난 11월에 열린 한국게임컨퍼런스(KGC)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한 미술 전시회인 '픽셀 온 캔버스'(Pixel on Canvas)가 열렸습니다.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 전시회는 젊은 회화작가들이 모여 게임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 30종을 선보였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매체간의 접목에 의의를 두고 이번 전시 작품들을 연재물로 제작해 하나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에는 '픽셀 온 캔버스'의 행사 기획을 맡은 게임평론가 이상우 씨(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가 작품 설명을 맡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가족들도 이러한 예술 작품 관람을 통해 심신의 안정에서 되찾고 짐승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영혼의 인간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두번째 작품은 인기 아케이드게임 <퐁>의 움직임을 예술로 담아냈다는데요. 그 작품과 해설을 공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Tree-Trace”, 장지 위에 채색, 53×45.5cm, 2011 [원문보기]

 

공원에 가면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빈 공터에서 아무 규칙도 없이 그저 웃으면서 셔틀콕을 주고받는다. 옆에서 보면 네트도 없이 저게 뭐가 재미있을까 싶다. 하지만 즐기는 당사자들은 그런 구경꾼들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몰두해 있다.

 

어디 배드민턴뿐이랴. 테니스나 탁구 같은 스포츠부터 언어를 주고받는 대화까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소통에서 오는 즐거움이리라.

 

<>은 이러한주고 받는 재미를 전자적 형태로 재현한 게임이다. 현실의 다른 놀이처럼 이 게임 또한 공이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에서 올지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이얼을 조작하는 감각을 익혀서 성공적으로 상대의 공을 받아치는 단순한 행위 속에 <>의 무한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게임이 왜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지 납득이 간다. 사실 게임 <>의 이미지는 지극히 단순하다. 몇 개의 선과 점으로 게임의 세계가 완성된다. 이 추상 이미지에서 어떤 사람은 탁구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테니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퐁의 핵심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컨트롤 하는 막대기와 사방을 둘러싼 벽. 화면의 모든 도형은 움직이는 공의 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공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끝없이 바운드 되면서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의 단순함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분명 공이 지나갔던 흔적일 것이다.

 

<Tree-Trace>에서 작가는 그 흔적에 주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 가운데 위치한 수직선이다. 이 선을 중심으로 화면은 밝은 부분(왼쪽)과 어두운 부분(오른쪽)으로 나뉜다.

 

이는 <> 게임의 화면 가운데 그어진 점선을 재구성한 것이지만 작품 속 식물 이미지와 결합되면서 의미는 보다 확장된다. 어쨌거나 식물이라는 것은 빛을 흡수하며 자라나기 때문이다.

 

푸른 꽃봉오리가 달린 나뭇가지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공과 그 궤적을 연상시킨다.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가지들은 오른쪽에 위치한 또 다른 식물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식물은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마치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 의사를 짐짓 모른 채 거부하는 듯하다.

 

이렇듯 두 식물이 뻗는 방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꽃의 이미지와 결합되면서 그것은 성적인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사랑은 속칭밀당’(밀고 당기기)이라고 하지 않던가? 남녀가 감춰진 속마음을 주고받는 것만큼 흥미롭고 가슴 떨리는 일이 또 있을까?

 

빛과 어둠으로 나뉜 공간은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다. 배경은 끊어진 공간과 이어진 공간이 하나씩 포개져 있다. 이 수평선들은 마치 모니터를 카메라로 찍을 때 나타나는 주사선을 연상시킨다.

 

한국화의 전통적인 기법이 더해져 그림 속 공간은 자연스럽게 옛 브라운관 시절을 환기시킨다. 그 흑백의 시간 속에서 나무는 조금씩 자란다. 아마도 나무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이 자란 궤적을 모두 하나의 기둥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ONG)

 

- 발매시기: 1972

- 플랫폼: 아케이드

- 제작: 아타리

 

아타리의 <>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다. 직선 형태의 패들을 다이얼로 조작해 두 사람이 서로 공을 받아치는 방식으로 마치테니스탁구’(핑퐁)를 연상시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의 속도가 빨라지며, 막대기 뒤로 공을 빠트리는 쪽이 실점하게 된다. 아타리는 <>이라는 작품으로 당시 유행하던핀볼게임을 밀어내고 미국 내에 아케이드 산업 붐을 일으켰다.

 

 

 

 

박현정 Park, Hyun-jung [email protected]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학과 재학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졸업

 

단체전

2011

한국화 뜰에서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중원전 (인사동 부남미술관, 서울)

 


[필자] 이상우

 

 게임평론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게임문화연구회에서 활동 중이며, 2011년 ‘Pixel on Canvas -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 전시회를 총괄 기획하였다.

 

  • [스페이스 워(1962)] The first dream

  • [퐁(1972)]나무가 자란 흔적을 찾아서

  • [어드벤처(1976)]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 기억의 외계(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