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피아니스트), 곽한얼(스타2 프로게이머), 금난새(지휘자), 임슬옹(가수), 차두리(축구선수)
이 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모두 순우리말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초반까지 왕족이나 귀족들도 순우리말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중국의 작명문화를 받아들이는 삼국시대 후반부터 한문 두 글자로 이름을 짓는 것이 품위있다는 식으로 바뀌는데요. 이것이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여담이지만 신라시대에는 남자의 호칭으로서 '~돌이'(공돌이, 바람돌이 등)라고 하는 것이 한자의 '公(공)'에 해당하는 수준의 높임말이었다고 하네요. 한자 작명이 유행하면서 '돌쇠'처럼 비교적 천한 이름으로 이어지다가 현대에도 '乭(돌 돌)'자를 써서 가끔 사용됩니다. 이세돌(바둑기사)같은 분도 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처음에 예를 든 것처럼 우리말 이름을 듣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불과 최근 30여 년에 걸쳐 일어난 현상이죠.
정치적으로 권위주의와 미국에 대한 반발이 심해졌던 1980년대에는 한동안 아이들에게 순우리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87년 태어난 설까치도 한글이름
당시의 아이들이 자라나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90년대 후반~2000년도 이후부터는 TV에서도 그런 이름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아졌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큰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름이 됐고요.
순우리말 이름의 시작을 일제강점기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민족 말살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이나 호를 순우리말로 바꾼 것인데요. 한힌샘 주시경과 외솔 최현배가 유명하죠.
한국인 이름은 성씨 한 자에 이름 두 자로 이뤄진 이름이 일반적인 형태라서 순우리말 이름도 두 글자를 쓰는 것이 보통인데요. 한 글자로 하나의 종결된 뜻을 가지는 한문과 달리 한글로는 두 글자로 제대로된 이름을 짓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약자를 쓰거나 단순한 의미를 가지는 이름이 많죠.
약어부터 성까지 의미에 포함시키는 등, 온갖 꼼수 없이는 의미부여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우리말 이름을 더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글자의 벽을 깨는 일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에 음절 제한이 있는 나라는 드물죠.
참고로 일본의 경우에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한국과 같이 한문 두 자로 만들어진 이름을 사용하는데요. 한문 한 자를 한 음절으로만 발음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훈독을 하기 때문에 이름에 사용하는 음절 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예를 들어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야가미 라이토'의 이름인 '라이토'는 달 월(月, 보통은 '츠키'로 발음) 한 글자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캐릭터 이름을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순우리말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의 이름도 대체로 한문이니까, 본래의 뜻을 남기면서 한글화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죠.
아래는 현재 한국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썬더 일레븐'(원제 : 이나즈마 일레븐)의 캐릭터 이름 중 일부입니다.
라이몬 나츠미 - 천여름. 나츠(夏)를 '여름'으로 씀.
雷(우뢰 뇌, '라이') 門(문 문, '몬') / 夏(여름 하, '나츠') 未(아닐 미, '미')
키노 아키 - 유가을. 아키(秋)를 '가을'로 씀.
木(나무 목, '키') 野(들 야, '노') / 秋(가을 추, '아키')
오토나시 하루나 - 음보미. 오토(音)의 '음'을 성으로, 하루(春)를 '봄'대신 '보미'로 씀.
音(소리 음, '오토') 無 (없을 무, '나시') / 春(봄 춘, '하루') 奈(어찌 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