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맞춰나가는 전략성이 돋보이는 게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도 하고,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때 병원균의 전염성을 확실하게 육성해놓았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죠. 또한, ‘키스데이’ 이벤트가 열리면 타액(…)으로 인한 전염성을 높인다거나 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맞춰 병균을 퍼뜨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병원균을 처음 퍼뜨리는 시작 국가 상태에 따라서도 테크트리를 선택해나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의료 수준이 높고 교통이 발달한 선진국에는 병원균의 약물 저항을 높이고, 운송 수단을 통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테크트리를 타야 합니다. 서아프리카처럼 가난하고 건조한 국가에서 시작한다면 먼저 병원균에 건조 기후 면역력을 부여하고, 곤충을 통해 감염될 수 있도록 키워나가는 거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병균이 출현하는데요. 병균에 따라서도 플레이 방법이 달라집니다. 박테리아는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고요. 곰팡이는 육로/해로와 관계없이 지구 반대편에도 순식간에 병원균을 퍼트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병원균 스타일에 맞춰 테크 트리를 밟아 올라가는 재미도 있죠.
이처럼 다양한 조건에 맞춰 유저 스스로 전략을 선택해나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정도면 ‘전염병판 모바일 문명’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모바일 플랫폼치고는 꽤 긴 편인 플레이 타임이 부담되기도 하고, 반복성 플레이가 잦아 <문명>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긴 합니다.
인간 죽이는 데 이유가 있어? 그냥 죽이는 거지!
<전염병 주식회사>엔 유저들을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토리’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플레이어는 병원균을 조작하고, 인간은 여기에 죽어 나갈 뿐이죠.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마주치는 미래 지구의 암울한 상황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까? 하고 말이죠.
병원균이 전 세계에 퍼지고, 유저가 병원균의 치사율을 높여 사람들이 죽기 시작하면 세계 의료기구가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신약 개발에 착수하죠. 플레이어가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해 신약 개발 속도가 전염 및 사망 속도가 빠르면 결국 전염병은 박멸되고 인류는 살아남습니다. 흑사병처럼 말이지요.
반면에, 플레이어가 효과적으로 신약 개발에 대응하면서 인류를 죽여나가면 흥미로운 이벤트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병을 막지 못해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돌입하다가 끝내 전복되기도 하고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처럼 큰 국가가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직 신약 개발 하나만을 위해 인류의 금기인 인체 실험을 승인하는 정부도 등장하죠. ‘만약 인류가 정말로 전염병 때문에 멸망한다’고 가정해보면 오싹해지는 부분입니다. 이는 게임하는 내내 흘러나오는 아이의 웃음소리, 기침 소리, 곡소리 등이 섞인 음산한 BGM과 섞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죠.
모든 스테이지를 어려움 모드로 클리어하면 원래 인 앱 결제로 구매해야 하는 확장팩인 좀비 모드가 무료로 개방되는 데요. 좀비 모드가 이 게임의 진정한 ‘꿀 재미’라고 평가하는 유저가 많을 만큼 이전의 스테이지와는 색다르고 하드코어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자동으로 퍼지는 병원균들과는 다르게 직접 좀비를 이동시킬 수도 있지요. 물론, 좀비의 흥망성쇠(?)도 핏자국으로만 표현되지만요.
마치며
이처럼 <전염병 주식회사>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모바일에 최적화된,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핏자국이 진해지는 것이 전부일 만큼 단순하지만 느낌 오는 그래픽에 훌륭한 BGM까지 결합된 웰메이드 모바일 게임입니다. 벌써 제작진의 차기작이 기대될 정도입니다.
평소 <문명> 류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좀비 등 지구 멸망이나 세기말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되겠죠. 후속작이 등장한다면 단점으로 지적되는 늘어지는 플레이타임과, 단순 반복 플레이가 개선되길 바라며 10점 만점에 8점 드리면서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