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11일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슈퍼패미컴이 정식 발매됐다. 나는 북미에서 발매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어 오늘 날짜로 이 글을 준비했다. 죄송하게도, 유럽 슈퍼패미컴 내용이 아닌, 슈퍼패미컴과 비디오게임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슈퍼패미콤은 북미에서는 91년 8월 23일, 일본에서는 90년 11월 21일 발매됐다.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나왔다. 현대에서 '슈퍼컴보이'란 이름으로 발매했다.
일본판과 북미판, 유럽판은 다른 나라의 팩들을 쓸 수 없었다. 미국판은 팩의 모양 자체가 달랐다. 일본 패미컴은 미국에서는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으로 발매됐지만, 기계와 팩 모양이 많이 달랐다. 슈퍼 NES는 일본의 슈퍼패미컴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팩은 비슷한 크기였지만 모양이 달라 들어가지 않았다. 유럽은 슈퍼패미컴과 팩 모양이 같았지만 정품 검증 회로가 달라 실행은 안 됐다.
한국에서 나온 슈퍼컴보이는 일본의 팩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 것은 되지 않았지만 일본 팩이 실행된다는 것은 게이머에게는 행운이었다. 보따리 상인들은 한국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은 팩들을 일본에서 직접 사왔다. 게임는 이들을 통해 팩을 구입해 즐길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거나, 게임잡지의 공략을 통해 해결했다. 용사의 이름이 ああああ인 게 흔했다. 오락실의 하이스코어에 AAA가 맨 위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일본에서는 슈퍼패미콤이 패미콤의 뒤를 이어 여전히 강력한 지위를 차지했다. 세가의 메가드라이브가 나왔지만 판매량은 좀 적었다.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 <슈퍼마리오> 시리즈가 있는 슈퍼패미콤은 너무 강력했다. <소닉>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북미에서는 상황이 좀 달랐다. 이미 NES가 충분히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탓에 닌텐도는 SNES에 공을 너무 들였다. 세가는 닌텐도보다 일찍 치고 나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그게 먹혔다. <모탈컴뱃> 같은 걸출한 타이틀도 한몫했다.
NES가 온가족의 장난감을 노렸다면 세가는 성인과 마니아도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을 품었다. 일본 밖에서는 제네시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메가드라이브가 SNES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슈퍼패미콤은 패미콤보다 훨씬 강력했다. 16비트 게임기란 점을 강조했다. 화면을 기울이거나 회전하는 기능은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새롭고 강력해 보였다. 후발 주자들이 먼저 16비트 게임기를 내서 닌텐도의 아성을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NES에서 이어져 내려왔던 강력한 라인업들이 SNES에서도 유효했다.
SNES 가 출시됐지만 한동안 NES에서도 명작들은 이어졌다. 몇년 동안은 게임잡지에서 SNES와 NES를 같이 다뤘다. SNES는 걸출한 RPG 타이틀을 많이 배출했다. <파이널판타지 3> 부터 <파이널판타지 6>까지 거쳐갔다. <드래곤퀘스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기계의 수명이 끝나가는 때쯤엔 기계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크로노트리거> <테일즈오브판타지아> 같은 게임들도 나왔다.
<전설의 오우거배틀>이나 <택틱스오우거> 같은 SRPG도 빼놓을 수 없다. <제4차 슈퍼로봇대전>도 있었다. <테일즈오브판타지아>는 심지어 오프닝에 보컬이 들어가기도 했다. 지금이야 보컬이 들어간 영상 오프닝이야 ‘아 돈 좀 썼구나’ 하는 정도지만 당시에는 충격이었다. 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 롬팩에 캐릭터 음성까지 집어넣었던 것이 게이머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SNES의 천하는 N64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이기지 못하면서 끝났다. 플레이스테이션과 <파이널판타지 7>은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닌텐도를 몰아냈다. 이어서 나온 세가 새턴도, 닌텐도 N64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이길 수 없었다. <젤다>와 <마리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Wii에 이르러서야 닌텐도가 다시 살아났다.
Wii의 방향성은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과 차이가 커졌다. WiiU가 Wii를 이어 계속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힘들어 보이지만 NES와 SNES를 만든 저력의 회사가 다시 한번 뭔가 보여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