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14일 <동물의 숲>이 일본에서 나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닌텐도 3DS용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한국 3DS 유저에게 필수 패키지이고, <동물의 숲 한정 3DS>까지 나와 있지만 발매 초기엔 인지도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동물의 숲>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굉장히 큰 규모의 월드 시뮬레이션이 되는 RPG여야 했다. 롬팩으로 나온 닌텐도64는 용량이 부족했다. 스케일을 축소해서 마을에서 시간이 흐르고 동물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 됐다.
<동물의 숲>은 닌텐도64 플랫폼의 끝자락에 나온 게임이었다. 닌텐도가 생산한 마지막 롬팩 타이틀이기도 했다. 5개월 후엔 게임큐브가 출시될 예정이었다. <동물의 숲>은 그리 기대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첫 생산량도 적었다. 그런데, 10대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닌텐도는 <마리오>와 <젤다>를 중심으로 남성 팬을 공략했다. 여성 팬을 공략했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같은 해 12월 게임큐브용으로더 발매됐다. 미국에는 <Animal Crossing> 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시리즈는 점점 인기를 끌었다. NDS 용으로 나온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5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2006년에는 영화도 나왔다.
<동물의 숲>은 그냥 단순히 마을을 꾸미는 게임은 아니었다. 게임기를 꺼도 시간이 흐른다는 것과 게이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은 언뜻 소셜게임을 생각나게 했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은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했다. 동물의 숲에 사는 동물들은 정말 친구처럼 게이머를 반겨주거나, 관심을 쏟지 않으면 삐졌다.
2007년에 한국에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이 정식 발매되면서 마니아만 아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글루스의 Loliel 님은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발매에 맞춰 미국의 IGN 커뮤니티에서 한 에피소드를 번역했다. 이를 원사운드가 만화(만화 보기)로 그렸다.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만화는 엄청난 기세로 퍼져나갔다.
이 만화는 결국 영어로 번역돼 북미권에도 퍼졌다. 야스퍼 율의 <캐주얼 레볼루션>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은 '캐주얼 게임'으로 한국어로 다시 번역돼 책으로 나왔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가 나온 3DS는 '삼다수'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튀동숲'이라고 부른다. 한 달 정도 접속하지 않으면 집에 바퀴벌레가 생겼다. 들어가면 친구들이 툴툴대면서도 반겨준다. 계속 켜져있는 세계수의 미궁을 끄고 튀동숲을 한번 켜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만사 다 잊고, 동물의 숲 속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