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4월 15일 손노리가 PC통신을 통해 <포가튼 사가>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포가튼 사가>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후속작이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굉장한 기대작이었다. 손노리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국산 게임의 10만장 판매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후 출시한 <다크사이드 스토리>는 괜찮은 게임이었지만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불법복제 탓이었다.
손노리의 팬들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후속작을 기대했다. 개발 이야기는 95년부터 나왔다. 출시 일정이 정확하게 잡혔던 건 97년 즈음이었다. 손노리는 팬들을 믿고 PC통신을 통해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게임의 예약판매는 드문 일이었다. 게이머가 게임가게 주인에게 일본의 게임기용 팩을 부탁하는 정도의 예약구매가 있긴 했지만.
기대감에 부푼 손노리 팬들은 예약을 했다. 예약 특전들도 나쁘지 않았다. 게임 OST도 들어 있었다. 게임은 4월말 출시될 예정이었다. 4월 15일의 예약 시작은 납득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아쉽게 게임의 출시 일정은 계속 연기됐다. <듀크뉴켐포에버> 같이 10년 넘게 출시되지 않은 게임도 있지만 <포가튼 사가>는 이야기가 달랐다. 예약한 사람들은 선금을 낸 상황이었다. 개발자도, 게이머도 애가 탔다. 매달 게임잡지의 광고란에는 새로운 발매일과 함께 사과가 올라왔다. 7월 17일까지 날짜를 잡았지만 그 날 역시 지킬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11월 말에야 게임이 나왔다. 군대 가기 전 플레이하려고 예약했는데 입대 후에야 게임을 받았다는 슬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아래는 TIG 회원 '미스터S' 님이 제공해주신 이미지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미스터S 님께 감사드린다.
결과물은 대단했다.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대단했다. 개발기간이 늘어나서 당시 게임들에 비해 시대에 좀 뒤졌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래픽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보다 아름다웠다.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주인공과 파티, 프리시나리오와 여러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선택가능한 이벤트로 게임의 볼륨은 전작에 비해 놀랄만큼 풍부해졌다.
문제는 시스템이었다. 복잡한 시스템 덕분에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버그들이 엄청났다. 계속 패치가 나왔다. 세이브파일이 호환되지 않아 패치를 한 게이머는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해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패치가 새로운 버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버그가 심한 이벤트는 삭제되기도 했다. <포가튼 사가>는 버전마다 이벤트가 다르기도 했다.
어느 정도 패치가 된 버전이 게임잡지의 번들로 제공됐다. 정품을 산 게이머는 싫어했지만 그럭저럭 할 수 있을 정도로 버그가 잡힌 <포가튼 사가>를 접하고 팬이 된 게이머도 많았다. 손노리의 게임들을 모은 패키지의 로망판까지 고려하면 같은 게임이 같은 플랫폼에서 정말 여러 버전으로 나온 셈이다.
<포가튼 사가>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외전이었다. 세계관을 공유할뿐 주인공은 ‘러덕' 정도만 등장했다. <포가튼 사가>의 캐릭터들이 PSP용으로 출시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에 등장하기도 했다. <포가튼 사가 2>가 온라인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손노리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시리즈에는 정식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손노리는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을 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발 소식이 따로 들려오고 있지는 않다.
최근 손노리는 CJ 아래에서 턴온게임즈로 이름을 바꾸어 <다함께 차차차>를 개발했다. 웹게임 서버 개발자를 뽑고 있다. 차기작은 웹 혹은 모바일 RPG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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