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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4월 17일 - 세계 최초의 게임기 특허 획득

이후 2014-04-17 22:11:12
1973년 4월 17일 한 미국 사내가 특허를 얻었다. 1971년 3월 22일 특허를 신청한지 2년 남짓 지난 후였다.

특허명: 텔레비전 게임 및 훈련장치(Television Gaming and Training Apparatus)
특허번호: 3,728,480
제작자: 랄프 베어(Ralph Baer, 1922년생)


특허를 얻은 제품은 마그나복스라는 회사에서 오디세이(Magnavox Odyssey)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세계 최초의 게임기였다. 

랄프 베어는 독일 태생 미국인 발명가였다. 유태인 박해를 피해 가까스로 독일을 탈출했다. 라디오 수리공을 하다가, 대학에 들어갔다. 당시로는 드문 텔레비전 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TV를 화상 수신 이외의 목적에 활용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그 결과물로 '마그나복스 오디세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나치즘 같은 순혈주의가 이런 복덩어리를 걷어찬 셈이다. 독일은 세계 최초의 게임기를 만든 나라가 될 수도 있었다.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는 최초로 흥행한 전자게임 <퐁>에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모든 게임기들은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받았다. 특허의 힘은 셌다.


본격적으로 가정용 게임기 혁명을 일으켰던 아타리 VCS(Atari VCS)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타리가 비디오게임 사업을 하려면 이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타리는 랄프 베어와 소송전 끝에 70만 달러로 특허 사용권을 얻었다. 당시로는 큰 돈이었다. 하지만, 아타리에게는 헐값이었다. 아타리 VCS가 팔린 규모에 비하면 그렇다. 다른 비디오게임 회사들은 판매량에 비례헤 특허료를 냈다. 랄프 베어는 놀런 부슈널에게 감사해야 한다. 부슈넬이 <퐁>을 성공시키지 않았다면 특허가 날개 돋히듯 팔렸을까 싶다.

1972년 <퐁>보다 몇 달 앞서 나온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는 77년 등장할 아타리 VCS 만큼이나 멋진 게임기는 아니었다. 특허는 굉장히 훌륭했지만 기계는 비디오게임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가장 처음에 나왔던 게임기'라는 명예에 비하면 판매량은 저조했다. 출시 3년 뒤인 1975년 제작이 중단됐다. 마그나복스에서 만든 TV에서만 플레이된다고 잘못 알려진 까닭도 컸다. 누적 판매량은 33만 대였다. 1977년부터 1992년까지 3,000만 대 생산된 아타리 VCS 랑 비교하자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비디오게임기라기보다 시트지를 깔아 화면을 만들고 화면 안의 빛을 움직이는 정도의 장치였다. 지금 우리 정서로는 '비디오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조악한 물건이었다. 조작 역시 패들 두 개로 진행했기 때문에 조이스틱의 손맛과 비교하기 힘들었다. 물론 당시엔 조이스틱을 쓰는 게임기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지만.


카드를 끼워서 게임의 종류를 바꿀 수 있었다. 카드는 지금의 프로그램이 들어가있는 롬팩과 다른 형태였다. 게임을 고르기 위해 카드를 게임기에 끼운다는 개념은 이후 롬팩이란 형태로 가정용 게임기에 계승됐다. 

닌텐도는 1975년 마그나복스를 일본에서 판매할 권리를 확보해 '컬러 TV 게임'이란 게임기를 냈다. 85년에는 이 특허에 대한 무효 소송을 냈다. 졌다. 시버그(Seeburg), 볼리 미드웨이(Bally-Midway), 마텔(Mattel), 액티비전(Activision) 등과 같은 신세가 됐다.

랄프 베어는 성공한 게임기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꼼꼼한 성격과 특허 덕에 수많은 게임기로부터 특허료를 얻었다. 98년까지 총 48개의 특허를 얻었다. 2006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비디오게임의 혁신적이고 선구적인 창조, 개발, 상업화'의 공로를 인정해 랄프 베어에게 'National Medal of Technology' 메달을 직접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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