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라그나로크 2> 콘서트가 열렸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후속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작이었다. 게임음악을 천재 작곡가 칸노 요코가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 큰 화제가 됐다.
3살 때 작곡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한 1987년 칸노 요코는 코에이의 <삼국지>를 시작으로 <붉은 돼지> <천공의 에스카플레네> <카우보이비밥> 등의 음악 작곡으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였다. 그런 유명 작곡가가 한국의 게임 음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빅뉴스였다.
그녀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 <라그나로크 2>의 원작인 <라그나로크>는 일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게임인데 음악을 맡아 영광"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칸노 요코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왔던 팬들에겐 그것만으로 신나는 이야기였는데, 한국에 와서 콘서트까지 한다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은 당연히 매진이었다. 티켓을 팔 때 나는 군대 훈련소에 있었다. 다행히 친구가 티켓을 예약해줬다. 훈련소를 나와 콘서트에 갈 수 있었다.
콘서트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팬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이미 익숙한 음악 역시 많이 연주해주었다. 성우이자 가수인 사카모토 마야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테마인 '반지'를 한글로 불러줬고,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들을 아마네 마이와 함께 불렀다. 거기에 <공각기동대>의 음악들까지.
처음 밴드만으로 음악을 들려줄 때는 조금 부족한 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무대가 돌아가면서 등장한 오케스트라는 정말 충격이었다.
마지막 앵콜에는 <대항해시대 2>의 음악들까지 연주하면서 확실하게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칸노 요코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후문이지만 ‘너도 그날 거기 있었냐?’ 가 꽤 많이 벌어졌다는 것도 추억거리이다. 최근 코스튬플레이로 돌아온 Haru님조차 그날의 흥분을 연재로 남겼었다. 여러모로 칸노 요코에게 청소년기를 빚진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자리였을 것이다.
지금은 <파이날판타지> 콘서트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정도로 게임음악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그녀의 다음 콘서트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회가 다시 오기를. (아래는 <라그나로크 2> OST 메이킹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