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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모바일게임 저작권 침해를 보는 다른 시각

땡땡땡 2015-04-24 15:56:24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요즘 <히어로스차지>-<도탑전기>-<와우>(WoW)로 이어지는 소송전으로 게임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중국 게임 개발사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게임업계에 만연한 히트작 베끼기 관행이 언젠가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저는 오늘 이 이슈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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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해 보신 분이라면 ‘리텐션’(Retention, 이용자 유지도)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게임이 서비스되던 초기에 DAU(Daily Active Users, 일 이용자 수)라는 지표와 함께 게임의 성공 정도를 측정하는데 쓰였던 주요 기준입니다. 유료화 자체보다는 외형적인 히트가 더 중시되던 2012년 무렵에는 이 기준을 가지고 모바일게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도 했었습니다.

 

리텐션은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게임에 계속 남아 있느냐에 대한 평가 기준입니다. 요즘은 예전만큼 잘 쓰이지 않는 리텐션을 제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것이 모바일게임의 라이프 사이클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입니다.

 

모바일게임의 외형적 성공 여부는 결국 이용자들이 얼마나 게임을 ‘자주’하고, 얼마나 게임을 ‘오래’ 이용하느냐와 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얻기 전,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온라인게임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후 10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한국 게임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었고, <에버퀘스트>나 <와우>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온라인게임의 역사와 발전은 곧 한국 게임의 역사와 발전이나 다름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러스트: 원사운드)
 

온라인게임의 개발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MMORPG가 아니더라도 PC의 컴퓨팅 환경을 십분 활용한 대작 위주의 게임이 많습니다. 대신 한 번 성공하면 꽤 오랜 시간 그 인기가 지속된다는 특정이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리니지 2>가 아니란 말입니다)는 지금도 엔씨소프트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나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또한 전 세계적인 장수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성공한 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수익을 내고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과 더불어, 오랜 기간에 걸쳐 게임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게임의 성패에 있어 주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즉, 성공한 온라인 게임은 그만큼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고, 만약 법적 분쟁이 발생해 서비스를 못하게 될 경우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큽니다. 아울러 단기간에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순간적인 매출을 증가시키는 이벤트를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 10년이 넘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넥슨(개발: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예를 들어, 온라인게임이 소송이나 가처분으로 인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면, 그 개발사가 입게 되는 타격은 실로 엄청날 겁니다.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기간 동안의 손실도 손실이지만, 게임을 한 번 떠난 이용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부담도 엄청납니다. 지속적인 관리를 해 주어도 부족할 판에 법적인 장애사유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나중에 다시 게임이 서비스되더라도 떠나간 이용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점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모두에게 온라인게임의 법적 리스크를 쉽게 부담하지 않도록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숙련된 개발사와 경험이 많은 퍼블리셔일수록 자칫 실수로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신작 출시나 패치에 앞서 내 외부적으로 법률적인 사안을 점검하고 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요소가 발생하지 않을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는 게임의 론칭 말고도 관리가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따라서 해당 게임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필사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이 게임업계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은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해도 ‘리텐션’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고, 초기의 DAU가 유지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모바일게임의 추세입니다.

 

2013년 무렵 GDC 등에서 이런 통계를 볼 수 있었으니 아마 지금쯤 모바일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은 더욱 더 짧아져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게임의 흥행 그래프는 영화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 모바일게임의 최대 히트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앵그리버드>나 <캔디크러시사가>(최근 나온 <캔디크러시소다사가>가 아닌)는 지금 그리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지금 수익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영광과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초기에는 성공한 온라인게임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냈지만 온라인게임만큼 그 성공세를 오래 지속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카카오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국내 모바일게임 DAU 추이 

 

이런 현상은, 다소 거친 추측에 기대어 말하자면,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어느 정도의 리스크라면 부담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A게임의 일부 내용을 모방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B게임이 히트한 경우를 생각해 보죠. A게임의 개발사가 B게임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올 때쯤에는 이미 B 게임은 그 라이프사이클이 다 한 뒤일지도 모릅니다. 설령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 서비스 중단을 구하더라도,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소송을 해야 하니, 이미 B게임의 개발사는 ‘먹튀’한 뒤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경력이 짧은 개발사나, 업계에서의 명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중소형 퍼블리셔의 경우 사안에 따라 유혹을 느낄 만한 동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탕 하고 튀자’는 류의 단순히 사행적인 생각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심사숙고하여 검토해 보더라도, 타사의 게임을 베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잠시 서비스를 하고 나면 그 수익은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모바일게임이 게임의 대세를 형성한 요즘 유독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이 많이 발생하는 것에는 위와 같은 배경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개별적인 개발사의 분위기나 그 개발사가 소재한 국가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획이나 그래픽 요소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른 게임을 빠르게 베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거시적인 시장구조 차원에서 지금 우리는 과거보다 저작권 침해나 표절이 발생하기 더 쉬운 환경 위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아직은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벼운 캐쥬얼 게임 위주에서 미드코어나 하드코어 게임으로 재편되는 단계의 전단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일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향후의 시장 환경은 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정리가 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왜 게임산업법은 시행도 되기 전에 개정부터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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