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저에게 가장 더운 여름이었던 1994년 여름의 기억이 이제 2015년 여름으로 대체될 것 같네요. TIG 독자 여러분 모두 야심한 밤에도 잠을 못 이루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더운 때에는 역시 에어컨은 약하게 틀고 선풍기 살짝 돌리면서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즐겨 주시는 것이 진리입니다. 피서라는 게 뭐 별 거 있나요? 게임과 더불어 때때로 수박과 빙수 즐겨 주시는 센스! 키보드나 핸드폰에 쏟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TIG의 메인 기사들도 후끈 달아오른 차이나조이의 열기를 지나 이제 GDC Europe 찍고 게임스컴 관련 기사로 채워져 갑니다.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상하이는 이맘때면 정말 덥지만,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은 날씨가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고 낮에 조금 덥긴 해도 야외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겁니다. 차이나조이의 열풍을 충분히 느꼈으니 이제는 게임스컴의 신선한 소식과 함께, 의욕을 떨어뜨리는 이 더위가 누그러졌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연재에서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관련기사: 게임산업의 당사자들 - 개발사와 퍼블리셔) 이번에 이용자와 PC방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게임 플랫폼에 대해서도 한 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바일게임의 등장과 함께 ‘플랫폼’(Platform)이라는 용어가 떠오르게 되었는데요, 이들은 쉽게 말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카카오톡과 같이 개발사에게는 게임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고 이용자에게는 게임을 선택하여 구입하거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말합니다.
위와 같은 서비스를 하는 주체를 ‘플랫폼 홀더’(Platfrom Holder)나 ‘플랫폼 제공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들과 퍼블리셔는 어떻게 다른지를 궁금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연재에서 퍼블리셔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개발사가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모은 이용자 풀이 퍼블리싱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개발사나 게임업계의 퍼블리셔가 가진 이용자 풀은 애초부터 게임을 하기 위해 모인, 그 목적과 특성이 뚜렷한 이용자 풀입니다. 그런데 플랫폼 홀더가 가진 전체 이용자 풀은 그 중 일부가 게임에 관심을 가진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이들의 목적이 애초에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인지는 불명확합니다.
마케팅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플랫폼 홀더는 자신의 플랫폼 이용자들 중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를 특정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게임 이용자 풀로 전환하기 위해 게임 카테고리를 통하여 플랫폼의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제공합니다.
사실 퍼블리셔 또한 여러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셈이니 일종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그리고 계속 가지고 있어 왔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플랫폼 홀더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장치의 보급과 더불어 보다 넓은 이용자 층을 확보하고, 그로부터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를 실질적인 게임 이용자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시장 환경의 변화가 기존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컸습니다.
그 결과로 ‘퍼블리셔’와 ‘플랫폼 홀더’의 차이는 현상적으로는 게임의 내용적인 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드러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두 주체가 갖는 출발점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퍼블리셔는 장기간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쌓인 노하우(know-how)가 있고,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게임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출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내용에 관여하고 서비스를 위한 기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퍼블리셔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게임을 시장에 론칭하는 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서 개발사에게 이런 저런 주문을 하는 것이죠.
퍼블리셔는 자연스럽게 개발사와 긴밀한 협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개발사 입장에서는 지나친 간섭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게임을 밀어주지 않는 소극적인 퍼블리셔로 느낄 수 있는데요, 이런 문제들이 분쟁의 씨앗이 되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퍼블리셔는 어쨌든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장비, 설비, 유통, 마케팅 등 제반 환경까지 모두 개발사에게 제공합니다. 게임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음은 퍼블리셔와 개발사 모두가 갖는 공통의 목표가 될 것이고요.
반면에 게임 플랫폼 홀더는 게임의 내용에는 관여를 하지 않고, 개발사와 이용자 양측에게 오로지 시장만을 제공합니다. 그러니깐, ‘좌판을 깔 수 있게 해 주는’ 시장의 역할에 충실하고, 법을 어기는 정도의 사안만 아니라면 무얼 파는지, 품질은 좋은 걸 팔고 있는지까지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죠.
예외적으로 플랫폼의 정책에 위반되는 경우 (모바일 플랫폼에서 게임 내 결제에 플랫폼 외부의 결제 수단을 사용하려는 경우와 같이) 플랫폼 홀더는 게임의 수정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 내용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플랫폼 홀더는 개발사에게 게임 서비스를 위한 장비나 설비를 지원하지도 않습니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게임이 수익이 많이 나면 플랫폼 홀더도 수익을 많이 분배받겠지만, 특정 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진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게임의 생명 주기를 늘리기 위해 플랫폼 홀더가 개입하는 일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죠.
수익 분배도 매출을 기반으로 개발사와 수익을 나눈다는 점은 퍼블리셔나 플랫폼 홀더 모두 결과적으로는 동일합니다. 다만 퍼블리셔는 개발사와 각자의 역할에 따라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 얻은 수익을 분배 받는 것인 반면, 플랫폼 홀더는 일종의 수수료 명목으로 매출을 분배합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같지만요.
이렇게 보면, 카카오톡은 퍼블리셔인지 플랫폼 제공자인지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카카오톡의 경우에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를 통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하는 일종의 ‘2차 플랫폼’이라 하겠습니다.
카카오톡은 어떤 게임을 서비스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게임의 내용과 장르적 특성을 따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구글이나 애플과 달리 마케팅에 있어서도 단순 피쳐링(Featuring, 애플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인기 게임이나 각종 카테고리에 의해 첫 화면에서 추천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사정이 이러니 퍼블리셔나 플랫폼 홀더(또는 플랫폼 제공자)라는 게임업계의 구분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구글이나 애플을 우리나라에서 게임 퍼블리셔라고 하지는 않듯이(간혹 외국 자료를 보면 ‘Top 10 Game Publishers’ 와 같은 통계자료에 구글이나 애플이 포함되는 경우는 꽤 자주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 어느 정도 시장에서 확립된 각자의 구분된 역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법적으로 보면, 플랫폼 홀더는 모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을 하고 있으니 ‘게임제공업자’에 해당할 것입니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6호).
또 스팀이나 애플스토어 같은 플랫폼 홀더는 일부 게임에 대해서는 패키지 게임과 같이 정액제로 판매하고 추가의 과금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산업버상 ‘게임배급업자’에게도 해당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플랫폼 홀더에 대한 법적 취급은 퍼블리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플랫폼 홀더는 게임의 배포를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할 것이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할 것이고,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사업자 중 부가통신사업자에도 해당할 것입니다. 이들에게도 퍼블리셔와 동일하게 개인정보의 보호에 대한 의무가 부여되겠지요.
이들은 역시 콘텐츠산업 진흥법상 ‘콘텐츠사업자’에도 해당할 것이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하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사업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둘 모두 저작권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도 해당할 것입니다.
사실 법적으로는 플랫폼 홀더와 퍼블리셔의 지위에는 큰 차이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개발사와의 관계에서 게임의 서비스와 관련해 부담하는 의무에서 그 역할일 텐데요. 이는 민사적인 계약 관계에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 것입니다.
조금 더 따져 보면 이 둘 사이에는 실제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주체인가 아닌가 정도의 차이로, 청소년보호법에서 셧다운제를 준수해야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생깁니다. 다만 모바일게임은 여전히 적용 유예 상태여서, 플랫폼 홀더라는 개념이 모바일게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 고려한다면 현재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본래 이번 연재는 이용자와 PC방에 대해 살펴보려 했는데, 모바일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플랫폼 홀더를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분량이 많아져서 이용자와 PC방에 대한 설명은 다음 연재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게임산업의 당사자들과 법률관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지난 연재 글에 많은 TIG 독자분들께서 궁금한 주제에 대한 댓글을 남겨 주셨는데요, 아직 일일이 답글을 남겨 드리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살펴보며 다음에 다루어 볼 주제로 좋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접수했으니 반응이 없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입추가 지났으니 곧 선선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남은 늦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또 다가올 태풍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처음 맞는 임시공휴일인 이번 주말의 광복 70주년 임시공휴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