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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게임산업의 당사자들 - 개발사와 퍼블리셔

땡땡땡 2015-08-03 18:22:25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이번 주 TIG는 차이나조이에 대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저도 중국 VR 기기인 ‘폭풍마경’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비단 게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중국 제품이 단순한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넘어 제품의 질에 있어서까지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현상을 봅니다. 솔직히 저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차이나조이 2015에서 체험 가능했던 '폭풍마경 2'
 

이번 연재에서는 ‘게임산업의 당사자들’에 대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종종 게임산업에 대해 법률적 관점에서 소개하거나 발표할 일이 있으면 ‘Players in the game industry’라고 하는 중의적인 제목으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우리가 게임업계에서 쓰는 용어에 따라 그 의미를 한 번 음미해보고, 법에서는 이런 당사자들을 어떻게 표현해 두었는지 한 번 살펴보죠.

 

사실 법적으로 모든 당사자는 넓게 보면 사람 아니면 법인(法人)입니다. 여기서 사람을 법인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일컬을 때 자연인(自然人)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20여 년 전 모 자양강장제 텔레비전 광고에서 나오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외침의 반대되는 말은 법적으로는 ‘나는 법인이다!’인 셈입니다. 죄송합니다. 지난주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더니 더위를 좀 먹었나 봅니다. ^^;;

 

법인은 대개 ‘회사’를 말합니다. 물론 법인 중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재단법인 등과 같이 회사가 아닌 것들도 있고, 법인이 아닌데도 당사자로 인정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시려면 법인이라는 말이 나오면 ‘회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법인은 법적인 권리관계의 편의를 위해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법으로 권리, 의무를 가질 수 있는 인격을 부여한 것입니다. 여기서 법으로 부여한 인격을 ‘법인격’이라고 합니다. 이런 회사들은 보통 주식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까지는 법학개론에서나 나올 이야기들인데,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금부터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고 판매 혹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쫓아가며 게임산업의 당사자들을 쭉 나열해 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게임을 개발해야 하겠죠? 우리는 보통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부르고,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법인)를 ‘개발사’라고 부릅니다(여기서는 기획자나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는 물론 개발사의 경영자들을 포함하여 게임개발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직군의 사람들을 넓은 의미로 개발자에 포함되는 범주로 보겠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제2조 제4호에서 “'게임제작업'이라 함은 게임물을 기획하거나 복제하여 제작하는 영업을 말한다라고 해 개발자나 개발사가 영위하는 게임제작’업’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2조 제9호에서 이들을 포괄해 해당 영업을 하는 자에 대해 '게임물관련사업자'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으니, 개발자나 개발사는 ‘게임제작업자’에 해당합니다. 

 

흔한 게임 개발자들의 모습. <자이겐틱> 개발사 모티가 사무실.

  

또한 개발자나 개발사는 콘텐츠산업 진흥법에 의할 때도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인 콘텐츠의 제작에 있어 그 과정의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이 자로부터 적법하게 그 지위를 양수한 자를 포함한다)이므로 ‘콘텐츠제작자’에도 해당합니다(콘텐츠산업 진흥법 제2조 제1항 제2호, 제4호). 

 

이 법은 ‘콘텐츠제작’을 "창작·기획·개발·생산 등을 통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이를 전자적인 형태로 변환하거나 처리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하고 있으니 게임 개발자나 개발사는 ‘콘텐츠제작자’에도 해당할 것입니다(같은 항 제3호).

 

재미있는 점은 게임산업법상 게임제작업자는 ‘영업’을 전제로 하는데, 콘텐츠산업 진흥법상 콘텐츠제작자는 ‘영업’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집에서 취미로 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전혀 배포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경우라면(혼자 게임을 만들어 테스트해 보고 공유를 하지 않는 경우라서 이런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콘텐츠제작자에는 해당하지만 게임제작업자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다만 큰 의미는 없는 구분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게임을 만들었으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드물겠지만) 패키지게임인 경우에는 유통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판매를 해야 합니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이라면 적절한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해야 하고요.

 

2000년대 초반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를 보냈던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셔(Publisher)’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배급과 유사하게 게임 배급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정의해 본다면 ‘개발사로부터 공급받은 게임을 일반 이용자 혹은 다른 배급사에 공급하는 배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게임은 패키지게임이라면 개발사가 직접 판매를 하거나 온라인게임이라면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것이 초창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사가 매번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하고 게임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게다가 시장에서 성공한 대작 게임 타이틀을 통해 이미 유통망을 확보했거나, 자기 회사의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 풀(User Pool)을 갖게 된 개발사들은 자사의 유통망을 통해 다른 회사의 게임을 팔면 더 쉽게 게임을 팔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초기의 개발사들은 퍼블리셔의 역할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게임회사 중 엔씨소프트 같은 회사는 개발한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넥슨도 대형 퍼블리셔로 보는 경향도 있지만, 개발사로서 직접 개발한 게임도 다수 서비스하고 있죠. 이런 경우 두 회사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지위를 함께 가지게 됩니다.

 

더욱이 각 퍼블리셔는 이용자 풀의 성격이 다릅니다. 엔씨소프트 이용자들은 하드코어 MMORPG 이용자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고, 넥슨 이용자들은 그보다는 가벼운 성격의 RPG나 캐주얼 장르 게임의 이용자층이 많겠죠. 최근 넷마블의 경우에는 장르적 특성을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개발사들은 스스로 개발한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는 것과, 이미 자사 게임이 타깃으로 한 이용자층이 많이 포함된 다른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최근 신생 개발사들이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게임산업에서 퍼블리셔가 왜 등장하게 됐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게임산업법 제2조 제4호에서 이렇게 표현됩니다. “’게임배급업’이라 함은 게임물을 수입(원판수입을 포함한다)하거나 그 저작권을 소유•관리하면서 게임제공업을 하는 자 등에게 게임물을 공급하는 영업을 말한다.” 그런데 같은 법 제2조 제5호는 이런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게임제공업’이라 함은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퍼블리셔는 게임산업법상의 ‘게임배급업자’에도 해당할 수 있고, ‘게임제공업자’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셔’라는 용어 자체가 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굳어진 말이다 보니 그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콘텐츠의 제작·유통 등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자’이기 하니 콘텐츠산업 진흥법상 ‘콘텐츠사업자’에 해당하기도 합니다(콘텐츠산업 진흥법 제2조 제1항 제5호). 또 이들은 이용자와의 관계에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하기도 하며, 독점규체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사업자’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셧다운제와 관련된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인터넷게임의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 개인이 퍼블리싱을 하지 않는 이상은 법인이니 어차피 상법상의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퍼블리셔가 당사자로서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법률과 그 법률에서 퍼블리셔를 부르는 이름은 수없이 많은데, 어차피 ‘케바케’(case by case)니 일단 이런 것도 있다는 것만 생각해 두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게임과 관련된 분쟁이나 법적 논의들은 퍼블리셔를 전제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개발사가 당사자가 되어 직접 겪어야 할 분쟁을 퍼블리셔가 대신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되고요. 어쩌면 퍼블리셔를 산업적인 관점에서는 게임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용자와 개발사를 연결하여 주니 게임산업의 신경망이자 줄기라고 할 수 있는 반면, 개발사는 콘텐츠의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곳이니 이들을 게임산업의 꽃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퍼블리싱(Publishing)이라는 용어는 ‘출판’에서 온 말입니다. 실은 우리 식으로는 정체가 불분명한 말이긴 한데, 게임업계에서는 ‘판권 계약’이나 ‘판권료’라는 IT 시대와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닌 용어를 쓰는 경우도 아직 자주 있으니 저작물의 이용권한을 부여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은 당사자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계약에 대해 말씀드릴 때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게임산업의 당사자 중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이용자와 PC방에 대해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각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주요 당사자들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 차근차근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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