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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미술관] (1) 주목받는 천재 원화가, ‘그림자 이블린’ 작업한 정상수 작가

반세이(세이야) 2019-01-14 16:31:11
디스이즈게임은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22살에 그림 시작, 불과 2년 뒤 원화가로 취업한 천재 아티스트

 

정상수 작가(30세)는 최근 주목받는 젊은 원화가 중 한 명입니다. 각 분야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 소통하는 사이트 ‘아트스테이션’에서 약 3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리는 작품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트스테이션은 작품 중심의 커뮤니티기 때문에 대부분 같은 아티스트들로부터 호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습니다. 

 

정 작가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2살 무렵입니다. 어렸을 적 미술학원을 잠시 다녔을 뿐, 특별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던 그는 어느날 ‘굿브러시’로 알려진 원화가 크레이그 멀린스의 그림을 보고 그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모형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모형이나 원화나 결국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기 때문에 입체에서 평면으로 분야를 바꾼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컨셉 원화의 거장 굿브러시(크레이그 멀린스)의 작품

 

정 작가는 그림을 배우기 위해 동네 미술학원을 찾았지만, 이내 그만두게 됩니다. 그는 굿브러시처럼 포토샵으로 유화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학원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미술 전공자들과 달리 22살이라는 나이에 처음 시작하는 공부였고, 당시 경제적 상황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재료비가 덜 드는 디지털 그래픽을 배우고 싶었다고 합니다. 

 

별다른 피드백 없이 칭찬 일색이던 학원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학원을 그만둔 뒤 약 두 달간 인터넷 강의를 통해 기본적인 툴 사용법을 배웁니다.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리는 ‘모작’을 하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정상수 작가가 첫 직장인 ‘위메이드’에 원화가로 입사하게 된 것은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고 불과 2년 뒤의 일입니다. 

 

위메이드 정상수 컨셉 아티스트 

 

게임 원화는 주로 배경과 캐릭터로 나뉩니다. 큰 회사일수록 더욱 세세하게 분류되고, 작은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도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수 작가는 캐릭터 원화를 주로 작업하며, 캐릭터의 아트 콘셉트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향성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기획자, 스토리 작가 등과도 긴밀히 협의합니다. 때로는 원화가 기획이나 세계관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정상수 작가의 대표작, ‘그림자 이블린’의 캐릭터 설정과 작업 과정

 

정 작가의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리그오브레전드> ‘그림자 이블린’ 원화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텐데요. 그림자 이블린의 은밀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그림자 이블린 콘셉트 아트

  

그림자 이블린의 경우 라이엇게임즈가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했고, 정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상황과 분위기를 정하는 방식으로 작업됐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시한 방향성은 “이블린은 고성에 살고, 그림자 마법을 사용하며, 서큐버스 같은 느낌을 풍긴다.”라는 것입니다. 또 이블린이 어디론가 ‘침투하는’ 듯한 느낌을 원했다고 합니다. 이블린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요소라는 이유에서요. 이 과정에서 여러 시안이 나왔고, 최종 결정된 것이 지금 여러분이 게임에서 보시는 그림자 이블린 일러스트입니다.  

 

그림자 이블린 콘셉트 아트 작업 과정 중 나온 여러 시안들

 

정 작가는 “이런 일러스트는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황을 설명하되 그 상황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합니다. 캐릭터가 놓인 상황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어떤 특징을 가진 캐릭터인지 콘셉트 아트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원화에서 이블린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을 지키는 가드들이 있고, 그 중 한 명은 이블린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네요. 반면 이블린의 표정은 의기양양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자, 은신 상태에서 빠르게 적을 기습한 뒤 유유히 탈출하는 게임 속 이블린의 모습이 연상되시나요?

 

 

# 거대 몬스터와의 혈투, 역할에 따른 콘셉트 강조 필요했던 <헌팅 에라>

 

2015년부터 약 2년 간 정상수 작가는 중국의 대형 개발사이자 퍼블리셔 ‘넷이즈’의 <헌팅 에라> 팀에서 일하게 됩니다.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인 모바일게임 <헌팅 에라>는 역할에 따른 캐릭터 특성이 존재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콘셉트 원화에서도 그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죠. 탱커는 한 눈에 봐도 탱커처럼 보이게, 힐러도 마찬가지로요. 

 

액션 모바일게임 <헌팅 에라> 콘셉트 아트 

 

정 작가는 “<헌팅 에라>는 모바일게임이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대조되는 콘셉트를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다”라고 PC게임과의 차이점을 설명했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캐릭터를 보기 때문에 탱커는 더욱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게, 힐러는 신성한 느낌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요. 

 

정 작가는 “탱커는 정돈되지 않은 복식의, 마치 탱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작업했다.”라며 “의복에도 문양이나 장식 요소를 지양하고 두드려 만든 듯한 갑옷을 입은, 어떻게 보면 야만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로 콘셉트를 설정했다”라고 <헌팅 에라> 탱커 캐릭터의 콘셉트를 설명했습니다. 

 

<헌팅 에라> 탱커 콘셉트 아트

<헌팅 에라> 힐러 콘셉트 아트
 

 

<헌팅 에라>는 2016년 차이나조이에서 소개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지만, 지금은 중단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정 작가가 만든 캐릭터 콘셉트를 실제 게임으로 볼 수 없게 되었다니 아쉽네요.

 

 

# <오버워치> 팬아트, <드래곤볼> 인조인간 18호 등 특유의 화풍 돋보이는 개인작

 

다른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렇듯, 정상수 작가도 일로 하는 작업 외에 팬아트, 개인작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정 작가가 작업한 <오버워치>의 위도우메이커 팬아트에는 위도우메이커의 매혹적이고도 강인한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있네요. 

 

위도우메이커가 모든 공식 스킨에서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정 작가는 투구를 손에 들고, 긴 머리는 풀어헤치는 형태로 재해석했습니다. 차갑고 직선적인 메탈 재질의 방어구와 아름다운 곡선을 띈 위도우메이커의 몸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다른 개인작들도 감상해 보시죠.

 

<오버워치> ‘위도우메이커’ (개인작) 

 

‘머메이드’ (개인작)

‘구미호’ (개인작)


‘헤드헌터’ (개인작)


<드래곤볼> ‘인조인간 18호’ (개인작)


‘조선의 장군’ (개인작)

‘하피’ (개인작)


정상수 작가는 현재 위메이드의 ‘열혈전기HD‘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해당 팀은 <미르의 전설> IP를 이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화제가 됐었죠. 기존 IP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것은 정 작가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정 작가 스타일로 재해석한 <미르의 전설>도 기대되네요. 정상수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아트스테이션(바로가기)에서 더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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