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 성남산업진흥원과 성남시가 주최하고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주관한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 게임 이용 장애 오픈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와 관련,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적용에 대한 의견 교환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이 개최의 이유였는데요. 이곳에 새로운 대안은 없었습니다. 발표된 내용은 게임 이용 장애 이슈와 깊은 연관이 없거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이야기를 다시 전하는 정도였습니다.
스마트교육학회 조기성 학회장이 "게임을 활용해 재미있게 공부하기"를,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이 "5G와 게임"을, 마지막으로 베리이스포츠 한승용 CEO가 "e스포츠 산업은 글로벌 콘텐츠의 중심"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습니다.
먼저 조기성 학회장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교육 일선에서 '어떻게 하면 (게임을 이용해) 재미있게 가르칠까'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분명 타의 귀감이 될 만합니다. 하지만 이른바 '중독세력'이라 불리는 이들의 화살 끝은 교육용 게임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 떼요"라고 걱정하지 "밤을 새워 산수 게임을 하고 있어요"라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가 발표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나 게임 기반 학습(Game-based Learning)도 2000년대 이후 자주 쓰이는 개념으로 '새로운 대안'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신동형 팀장이 '5G와 게임'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5G는 기술적으로 혁신적이고 또 앞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5G와 게임 이용 장애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 있나요? 5G 도입과 함께 이동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이밍을 서비스하려는 추세인 것은 알겠지만, 그것과 게임 이용 장애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의 발표엔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 건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5G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입장에서 게임 이용 장애는 '걸림돌'이라는 인상만 받았습니다. 이것으로 중독세력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한승용 CEO의 발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e스포츠 산업은 글로벌 콘텐츠의 중심이라는 설명을 했는데요. 널리 퍼진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열정적인 게이머들의 나라이고, e스포츠의 종주국입니다. e스포츠가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했죠.
그렇지만 산업, 스포츠 분야의 e스포츠와 의학과 일반적인 게임 이용 분야의 게임 이용 장애는 같이 설명하기엔 결이 다릅니다. WHO도 "프로게이머의 경우,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게임중독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발표를 종합하면 게임은 "좋은 교육 도구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미래 먹거리다"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진흥론이 학부모, 정부 관계 부처, 그리고 단단한 의학 논리로 무장한 중독세력에게 효과적인 응수가 될 수 있을까요?
게이미피케이션, 5G, 그리고 e스포츠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보는 게 더 낫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25일 오픈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는 '새로운 대안'이 아니었습니다. 기자는 1부 발제만 듣고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1부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한 2부 토론에서 특별한 전략이나 획기적인 의견 교환이 나왔을 거라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 이슈를 취재했습니다. 각계각층이 개최한 토크콘서트, 오픈세미나, 기자간담회에 찾아가 상황 공유, 진단, 상대측 반박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게임 업계에서 '반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