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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사업③] '게임 중독, 뇌과학으로 해결' 정부가 계획한 디톡스 사업

주무부처는 과기부 ... 5년간 200억 넘게 투입된 국책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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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20-02-17 17:27:21
게임 중독 가능성을 혈액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는 특허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체는 인터넷 게임 디톡스 사업(이하 디톡스 사업)이다.

디톡스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후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를 주무부처로,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까지 참여한 범부처 차원의 국책 사업이다. 그 시작은 2014년 하반기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세부 과제였다. 

2014년 시작된 디톡스 사업에는 2018년까지, 약 5년 간 221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

※ 관련 기사


[디톡스 사업①] 혈액을 통한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에 대한 특허, 어떤 의미일까?

[디톡스 사업②] 실체 없는 중독 위해, 자가당착에 빠진 '12억 원' 보고서

[디톡스 사업③] '게임 중독, 뇌과학으로 해결' 정부가 계획한 디톡스 사업 (현재 기사) 

 


# 미래창조과학부가 계획한 디톡스 사업

다른 국가 지원 사업과 다르게, 디톡스 사업은 국책 R&D(연구 및 개발)다. 국책 사업은 정부가 사회, 경제의 필요성에 따라 민간에 요청하는 사업으로, 국가가 공시를 내고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연구진이나 회사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정부의 요청은 매우 구체적인 편이다. 

▲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한 사업이다. 사진은 2015년 디톡스 사업 관련 공지

쉽게 MMORPG의 퀘스트를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인 퀘스트 수행 방법이나 스토리는 정해져 있고, 퀘스트를 수행할 플레이어(연구진)를 구하는 형태이다.

실제로 정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 미창부)는 디톡스 사업에 관해 정부가 원하는 방향을 RFP(Request for proposal, 과제제안요구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해당 RFP에는 인터넷 게임 중독에 대한 뇌과학적 원인 규명부터 논란이 된 혈액 바이오 마커, 웨어러블 기기까지 9개 분야에 해당하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과기부는 "인터넷 게임 디톡스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한, 과기부는 디톡스 사업 자체가 게임을 질병 혹은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고 선 그었다. 하지만, RFP에 드러난 과기부의 계획은 과기부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 인터넷 게임 중독 해결 위해 꼼꼼한 이중 계획 준비한 과기부

인터넷 게임 중독이 큰 문제라고 판단했던 걸까? 과기부(과거 미창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 해결하기 위해 꼼꼼한 계획을 세웠다.

과기부는 2014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과제를 수행할 연구진을 뽑았다. 디톡스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 규명 및 진단/ 예방 기술'을 연구했다. 2014년에는 통합 기술 4개 항목을 지원했고, 2015년에는 요소 기술 5개 항목을 지원했다. 

▲ 14년에는 '통합 기술', 15년에는 '요소 기술'을 개발하여 뇌과학의 '원천 기술'을 찾는다는 꼼꼼한 계획이었다. 
문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인터넷 게임 장애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통합 기술이 큰 배경을 만들면, 요소 기술은 통합 기술을 바탕으로 부족한 사이 사이를 채워준다는 것이 RFP에서 드러난 과기부의 계획이었다.

김대진 교수가 2014년 디톡스 사업을 총괄했고, 세부 과제로는 ▲ 뇌 영상 기반 중독 기전 규명 ▲ 중독 생체신호지표 발굴 ▲ 동물모델 연구 ▲ 핵심 진단지표 발굴 등이 있다. 과제명에서는 인터넷 게임 중독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기부가 계획한 세부 연구 내용은 충격적이다. 

'뇌 영상 기반 중독 기전 규명' 과제는 뇌 영상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 게임 중독의 구조적 기능적 뇌 변화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알아낸 변화를 통해 인터넷 게임 중독을 조기 선별을 위한 임상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인터넷 게임 중독 생체신호지표 과제'는 뇌 생체신호 자체를 연구해, 인터넷 게임 중독만의 신경생리학적 과정을 파악하고자 했다.

요소기술 5개가 뽑힌 2015년 디톡스 사업은 대부분 특허 출원을 성과 목표로 삼았다. 

최근 논란이 된 정연준 카톨릭대학교 교수 연구팀의 특허 역시, 기술 자체의 신뢰성보단,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5개의 세부 과제에는 ▲ 혈액시료기반 특이적인 바이오마커 개발 ▲ 뇌 자극 기술개발 ▲ 인터넷 게임 중독 모니터링을 위한 웨어러블 기술 개발 ▲ 가상현실기반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 개발 ▲ 인터넷중독 영향요인 데이터 구축 및 스마트헬스케어 시스템 적용 등이 있다.

▲ 2015년 요소기술 5개 과제 중 최근 특허를 받으며 논란이 된 2가지 과제.

디톡스 사업은 뇌과학원천기술사업에서 '상용화 연계 사업'에 포함된다. 즉, 과기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인터넷 게임의 원인을 뇌라고 판단했고,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하여 원천기술 사업으로 진행한 것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질병코드에 '게임 중독(Gaming Disorder)'을 포함하기도 전에 디톡스 사업을 진행했다. 

뇌과학원천기술사업​의 상용화 연계 사업에는 디톡스 사업 외에도 치매조기진단사업,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극복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이게 과학? 최소 직무유기, 정권 탓이라고 하기에는 책임 없는 과기부 

국책사업 특성상 진행되고 있는 사업 자체를 취소하기에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예산을 투자한 만큼 RFP에서 내걸었던 조건을 수행자에게 강하게 요구한다. 디톡스 종료 이후, 정 교수의 특허가 한 차례 반려됐음에도 끈질기게 특허를 받은 것은 이런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선 과기부는 정해진 사업을 잘 진행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특히,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장에서는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남긴 정부 과제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다. 디톡스 사업이 시작된 2014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게임에 대해 '핍박'에 가까운 정책을 시행하고자 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지정하려고 했고,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과몰입을 법안으로 규정하고, 이를 예방 및 해소하고자 했다. [관련기사: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19대)]

▲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로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과학적인 이론이 불분명한 사업에 5년 동안 꾸준하게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한 것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이 될 순 없다. 정부는 R&D에 관해 단계 평가 후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 년 예산이 10조 원이 넘는 거대 부서인 과기부에겐 이백억 원 규모 프로젝트는 큰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2020년이 두 달가량 지난 현재, 정부 차원 진행하던 디톡스 사업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디톡스 사업이 특허를 시작으로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뿌린 씨앗에 대한 책임은 게임 업계가 치러야 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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