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는 계약하고 론칭을 안 시킨다”, “개발사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만 내세운다” 중국 게임 업계 1위의 퍼블리셔 텐센트에 대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평가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블레이드앤소울> 등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 게임 대부분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 점유율 1위인 메신저 ‘큐큐메신저’와 위챗을 바탕으로 모바일게임 사업에도 뛰어 들어, 중국 매출 10위 게임 중 5개를 차지할 만큼(2014년 4월 iOS기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CJ게임즈에 5,330억을 투자해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텐센트를 바라보는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업계에는 텐센트의 퍼블리싱 계약을 둘러싸고 많은 소문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1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넬탈 호텔에서 ‘텐센트 모바일 로드쇼’를 개최하고, 좌담회를 통해 텐센트를 향한 오해를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스이즈게임 임상훈(시몬) 대표가 진행한 이번 좌담회는 텐센트 왕 보 부사장과 스티브 마 부총재를 비롯해, 최근 텐센트와 손을 잡은 <몬스터 길들이기>의 씨드나인 김건 대표와 <별이되어라>의 플린트 김영모 대표가 함께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고퀄리티 한국 모바일게임, 1년 안에 중국 시장 성공 기회 온다.
TIG: 한국의 많은 개발사가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스티브 마 부총재: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대다수 유저가 캐주얼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한국 유저들에 비해 얕다. 따라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우선 그래픽이다. 중국 유저들은 게임성보다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또 판단하기까지의 시간이 짧다. 중국 유저들의 눈에 익숙하되,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높은 퀄리티가 필요하다. 또한 플레이 과정이 흥미로워야 한다. 처음 한두 판 게임을 경험하며 게임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신규 유저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가 중요하다.
한국의 유저들은 게임을 쉽게 익히고 배운다. 이런 기준에 맞춘 게임은 중국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게임이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이 3가지 부분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TIG: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센트가
한국 게임을 찾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스티브 부총재가 보기에 한국
모바일 게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스티브: 내부적을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 중국 온라인게임 사례를 되돌아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중국 게임이 대부분 시장을 점령했다. 그러나 성장기를 거쳐 2008년쯤 되자 그래픽이나 액션 등 중국 유저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한국 게임에 대한 니즈가 생기더라.
모바일게임도 이 같은 수순을 밟고 있지만 오히려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중국 게임 유저들이 현재는 단순한 게임성의 캐주얼 게임을 선호하고 있지만, 점차 더 높은 품질에 대한 니즈가 생길 것이다. 다소 코어하고 높은 퀄리티를 가진 한국 게임은 현 중국 시장과는 맞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기회가 있다.
TIG: 씨드나인의 김건 대표는
과거 온라인게임 시대와 현재
모바일게임 시대를 모두 함께했다. 과거의
경험이 도움됐나? 오히려 약점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김건 대표: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빠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개발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했던 경험상 출시 이후 운영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이 도움이 많이 됐다.
약점이라면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론칭했던 온라인 게임이 <마계촌 온라인>이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웃음) 그러다 보니 모바일게임을 시작하면서 고집도 꺾였고 많이 내려놓고 갈 수 있었다.
TIG: <별이되어라>의 플린트는 최근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텐센트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회사)에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김영모 대표 스스로 판단하기에 어떤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것 같나?
김영모 대표: 투자가 성사된 건 최근이지만, 제안은 미약하게나마 성적을 낼 때부터 받아 왔다. 사실 당시에 서비스나 업데이트 등 운영 때문에 경황이 없어 거절했다. 그렇게 끝난 게 아니라 이후에도 직접 찾아와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개발부터 출시까지 팀 내부의 인간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이후에 서비스 과정을 직접 보기도 했고. 파트너십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웃음) 단순히 투자를 받았다기 보다, 중국 시장 도전에 좋은 파트너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TIG: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텐센트가 주목받았던 계기는
카카오와
CJ E&M 넷마블에
대한 투자 때문이었다. 이들은
모두 대형 회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중소형 회사에
대한 투자 계획은
없나?
스티븐: 현재 텐센트는 중국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개발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대형 회사뿐만 아니라 중소 회사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사가 그 자체가 아닌 게임에 대한 퀄리티다. 좋은 콘텐츠만이 유저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개발력과 결과물을 가지고 있다면 작은 곳이든 큰 곳이든 상관없다.
“텐센트는 게임을 계약하고 론칭을 안 시킨다? 오해다”
TIG: 텐센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화두가 되다 보니
오해도 많고 소문도
참 많다. 특히 최근에
계약했던 모바일게임이 론칭이 지연된
끝에 결국 계약
해지가 되면서 이게 고의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보 왕 부사장: 오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변화가 빠르다.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중국의 게임도 운영자원까지 배치하고도 론칭을 못한 사례가 있다. 외부 환경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게임이 개발사와 텐센트 양쪽 기대치에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작년 텐센트가 발표한 게임의 70%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30%를 본다면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시작하는 단계였던 만큼, 시장을 이해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또한 텐센트의 운영도 론칭까지의 과정을 단축 시킬 수 있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게임 품질에 있어서 시장의 피드백을 빠른 속도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TIG: 좀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1:9’라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계약 조건도
지적됐다.
보 왕: 왜 이런 소문이 나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것들을 계속 해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한국의 파트너사들과 게임에 대한 고민을 더 하는 게 옳은 것 같다
중국에는 오랜 시간을 보내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텐센트는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한국 개발사와 함께 한 시간이 길다. 텐센트가 추구하는 것은 공정한 배분을 통한 ‘윈윈효과’인데, 오랜 시간을 함께한 한국 개발사에 대한 우리의 마인드는 변함이 없다.
TIG: 텐센트가 최근 CJ E&M 넷마블에 투자하면서, 넷마블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게임이
위챗이나 큐큐 등에
입점하는 데 유리할
거라는 추측이 있다. 또
다른 퍼블리셔의 게임은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스티브: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의 기준은 단 하나, ‘좋은 게임’이다. 넷마블과 함께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관계 때문에 넷마블의 모든 게임을 출시하는 건 아니다. 넷마블 게임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어야 하고, 양측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넷마블이 텐센트로부터 중국시장에 대한 충분한 피드백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춘 게임을 발견하는 데는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퍼블리싱 회사의 게임도 텐센트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충분히 입점할 수 있다.
TIG: 현재 중국
시장에서 유행하는 캐주얼 게임은
어렵겠지만, 코어
게임은 공동 개발도
가능하다.
공동 개발과 같은 다른
협력에도 관심이 있나?
보 왕: 현재 시점에서 텐센트가 최우선시하는 것은 어떻게 중국 시장에 빠르게 출시하느냐다. 이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야 하는데, 복잡한 프로젝트는 시간 단축이 어렵다. 당장에 공동 개발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퀄리티 게임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TIG: 현재 한국에는
중국의 모바일게임 퍼블리셔가 직접
진출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례가
있다. 한국 진출
계획은 없나?
스티브: 텐센트 입장에서 중요한 건 중국의 기회를 캐치하는 것이다. 중국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은 파트너사를 통해 진행하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이는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였다.
"텐센트, 한국 개발사와 밀첩한 관계 유지하겠다"
TIG: 현재 씨드나인은 <몬스터길들이기>로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 텐센트는 매끄러운 현지화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경험해 보니 어땠나? 어려움은 없었나?
김건: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웃음) 중국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다는 점인데, 이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인프라적으로 국내에서는 충분히 준비할 수 없는,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 많았다.
또 우리는 개발자이기도 하지만, 한국 유저이기도 하지 않나.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중국 유저 입장을 생각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에서 텐센트 개발자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TIG: 많은 도움을
얻었지만 그래도 텐센트가 이런
부분은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
김건: 참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현재로서 가장 원하는 것은 ‘정보의 공유’다.
텐센트에는 성공한 게임이 많다. 그 중 퍼블리싱 타이틀도 있지만 자사 게임도 많다. 우리가 현재 중국 서비스를 진행하며 겪는 어려움 대부분을 텐센트에서 이미 겪었던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후 텐센트와 함께하는 많은 개발사가 좀 더 합리적으로 개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TIG: 텐센트의 대답은?
스티브: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4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게임, 좋은 플랫폼, 좋은 운영 능력 그리고 개발사와 운영사의 협력이다.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게임은 개발사의 역량이고, 좋은 플랫폼과 운영능력은 이미 텐센트가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을 위해서 김건 대표의 말처럼 경험에 대한 교훈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다.
TIG: <별이되어라>는 중국
진출 준비 중이다. 텐센트와
협력한다면 어떤 부분을
도움 받고 싶고, 또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김영모: 국내 서비스 경험으로 중국 시장을 예측하거나, 성과를 기대하기눈 쉽지 않다. 텐센트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다. 오랜 경험을 통해 많은 데이터와 유저 성향 분석해 왔다.
또 국내 게임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을 중국으로 가져와 서비스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데이터와 문제점을 확보하고 있다. 성과가 안 좋은 게임을 성과가 좋게 만드는 힘도 있고. 그 경험이나 노하우를 나누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TIG: 마지막으로 김건 대표에게
묻겠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한국의
개발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김건: 제일 중요한 건 국내 개발팀과 텐센트의 개발팀이 한팀이 되어야 한다. 서로 확실하게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떨어져 나가지 않고 게임이 나올 때까지 노력해서 변하지 않는 팀워크를 쌓아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