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쇼에서 한국 개발사가 부스를 꾸리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차이나조이 2014에서 한국 회사의 단독부스는 <크로스파이어>로 입지를 다진 스마일게이트의 B2B뿐이었습니다.
소규모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서울산업진흥원은 한국공동관을 마련해 부스 준비부터 통역까지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한국 게임을 한눈에 볼 기회가 되고요.
매년 차이나조이의 트랜드는 바뀌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사도 변화하기 마련이죠. 차이나조이 2014 한국공동관의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온라인게임은 파리만 날려요” 지금은 모바일 시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차이나조이 B2B관에서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N1, N2로 나뉜 2개관 대부분이 모바일게임 개발사였고, 텐센트·360·창유·알리바바 등 대형 회사의 부스도 모바일게임 시연대가 한가득이었으니까요. 또 CMGE나 FC모바일·아이드림스카이 등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의 부스 규모도 만만치 않았죠.
한국공동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총 30개 참여 업체 중 19개가 모바일게임을 들고 나왔으니까요. 펄어비스, 엘엔케이로직, 소프톤엔터테인먼트 등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부스도 있었지만 바이어들의 반응도 온라인게임보다는 모바일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죠.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을 함께 내놓은 한 업체에서는 미팅 건수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는데요. 그 비율이 20:1이었다고 하니 무시 못 할 수준입니다. 모바일게임은 일 평균 30~40건의 미팅이 진행됐지만, 온라인게임은 3일 동안 5건도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은 부스는 파리만 날려요”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그 온도 차가 짐작이 되나요?
(사진제공: KOCCA)
중국 현지 바이어들에게는 온라인게임이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됐지만, 그렇다고 아예 외면을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동남아시아나 중동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인기가 여전했습니다.
이들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 아직 본격적인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최신 스마트폰 보급률도 낮을뿐더러 네트워크 환경도 좋지 않아서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죠. 모바일게임에 대해 문의를 할 때도 빼놓지 않는 질문이 바로 “플레이어의 네트워크가 끊겼을 경우 데이터가 어떻게 되나?”였답니다.
캐주얼게임은 계약금 없는 경우도 다반사, 여전히 ‘돈 되는’ 미드코어 “얼마면 되니?”
최근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2가지로 분석됩니다.
과거 일부 게이머들이 즐겨 온 미드코어 RPG의 꾸준한 인기와, 지난 2012년 국내 시장과 같이 위챗 등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캐주얼게임의 성장이죠. 차이나조이 참가 전 사전 조사를 하며 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장르가 ‘대세’라는 거야?”
한국공동관에 참여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답은 역시나 ‘둘 다!’였습니다. 다만 장르마다 찾는 중국 바이어의 성향이 달랐죠. 이제 막 성장하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개발사만큼이나 퍼블리셔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스타트업 퍼블리셔의 경우 타이틀 확보를 위해 캐주얼 찾는 한편, 규모가 큰 퍼블리셔는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드코어 게임을 찾았습니다.
현재(4일 기준) 중국 애플 앱스토어 1위부터 10위까지 살펴보면 인기 순위의 경우 캐주얼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매출 순위는 미드코어 게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본다면 많은 사람이 찾는 건 캐주얼게임이지만, 돈을 벌고 있는 건 결국 미드코어 게임이란 뜻이죠.
따라서 스타트업 퍼블리셔가 캐주얼게임을 찾는 이유는 유명한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게 공동관 개발사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주얼게임은 제시 계약금이 형편없거나 아예 없는 일도 있었다네요. 반면, 미드코어 게임을 가져온 스타트업 개발사 엔젤게임즈는 “얼마면 되니?”라는 엄청난(?)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과연 당장 도장을 찍었을까요? 계약을 그렇게 쉽게 맺을 수는 없죠! 엔젤게임즈 박지훈 대표는 “너무 의심스러워 추후 다시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블레이드> 텐센트와 20억 원 계약 체결!’ 공동관을 달군 소문의 실체는? 공동관 이모저모
계약과 관련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B2B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빅 딜’일 거에요. 한국공동관에서는 아직도 중국 판권이 팔리지 않은 매출 1위 게임 <블레이드>의 선택이 ‘핫이슈’였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최근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알리바바. <블레이드>의 한국 퍼블리싱을 맡고있는 네시삼십삼분이 <활>을 통해 이미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죠. 차이나조이 개최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의 관심은 ‘어디’보다는 ‘얼마’일 정도였죠.
그런데 차이나조이 마지막 날 공동관에는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네시삼십삼분이 알리바바가 아닌 텐센트를 택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규모는 200만 달러. 한화 약 20억 원 이상의 그야말로 ‘빅 딜’이었죠. 디스이즈게임 취재 결과 이는 소문에 불과했습니다.
텐센트 코리아는 “논의 중이나, 아직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과연 <블레이드>는 누구의 손을 잡을까요?
공동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또 다른 이슈는 ‘비즈매칭’이었습니다. KOCCA와 차이나조이 주최측은 B2B관의 원활한 만남을 돕기 위해 참가 업체들의 정보가 담긴 온라인 디렉토리 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연고가 없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많은 업체가 비즈매칭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중국 업체 정보 절반 이상이 스팸이거나, 유령회사였기 때문이죠. 또한 연락이 올 경우 특별한 알람 기능이 없어 상시 켜 놓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비즈매칭만 믿었던 한 업체는 대다수의 미팅이 취소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수년간 차이나조이에 참가해 온 엘엔케이로직 사업개발본부 김범준 대리는 “지스타 비즈매칭 시스템과 달리, 차이나조이 비즈매칭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사전에 별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고 조언했습니다.
전병헌 의원, CJ넷마블 방준혁 고문의 깜짝 방문!
업계 주요 인사들의 방문도 공동관의 화제였습니다. 가장 먼저 공동관을 찾은 이는 국제e스포츠연맹(이하 IeSF)과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 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 전 의원은 부스 순회는 물론, 차이나조이 첫째 날인 7월 31일 ‘한국 공동관 참여 게임사 간담회’에 참가해 한국의 개발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전 의원은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게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지양되어야 하며, 앞으로 e스포츠협회 차원에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 및 예산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J넷마블 방준혁 고문도 한국공동관을 찾았습니다. 방 고문이 방문한 날은 B2B관 미팅이 제일 많다는 둘째 날 1일. 한창 바쁜 날인데다 특별한 미팅 없이 부스를 둘러본 후 금세 자리를 떠 방문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은 부스 내뿐만 아니라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서도 이루어지거든요.
한국에서도 퍼블리셔를 찾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하필 그 때 외부 미팅이 있어 방 고문을 못 봤어요. 명함이라도 드렸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