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라자 모바일>이 출시 2주를 맞았습니다. 최근에는 첫 업데이트인 레이드를 추가했는데요. '원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초반의 분위기에 비해 성적은 구글플레이 20위권이라는 무난한 매출순위를 유지 중입니다. 레이드 업데이트 이후에는 연이어 출시된 신작들 속에서 순위가 오르는 기현상도 보여줬죠.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원작'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팬이지만 팬이라고 차마 말 못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여기 한 모바일게임이 있다.
출시 이후 가파른 상승세, 일주일 만에 매출순위 10위권 진입
초반의 관심이 사라진 이후에도 20위권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게임
개발사는 대구 어딘가의 작은 회사.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던 '대박'이지만 개발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진 못하다.
피로가 심해서? 아니다.
버그가 많아서? 그것도 아니다.
(사실 둘 다 힘들게는 하지만...)
그들의 어깨를 누르는 건 다름 아닌 부담감
그리고 그 부담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택했던 '원작소설'
'드래곤라자'였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기분이다'
'성역에 감히 발을 디딘 심정이다'
개발자들의 솔직한 이야기.
성적은 좋았고 매출은 치솟았지만 원작팬들의 불만은 그보다 훨씬 더 거셌다.
"후치는 어째서 그렇게 잘 생겼나요?"
"제가 생각하던 이루릴과 이미지가 달라요"
"이래서는 양산형게임과 뭐가 다른가요"
"세이크리드랜드에 왜 그림자가 나오죠?"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원작과 비교한 불만들
게임에 대한 피드백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도 개발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도 원작의 팬이었으니까.
"만족스러울 리가 없죠. 일단 저부터 보이는 게 한 두 곳이 아닌데"
사과로 시작했던 사업팀장의 인터뷰
가히 완벽했던 원작.
그만큼 완벽할 수가 없는 게임.
그래서 그들에게 원작은 '독이 든 성배'였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척박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출시일
당장 필요했던 콘텐츠
스무 명 남짓한 개발인원으로 끌어가기엔 모바일RPG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했지만
그 누구도 사정을 봐줄 리는 없다.
누구보다 액션 하나는 잘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사람들이 보낸 시선은 언제나
"드래곤라자가 겨우 그걸로 되겠어?"가 전부였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신 책임은 그들 스스로가 져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서 아마도 남은 것은 '오기'였다.
결국 그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난 18일 <드래곤라자>에 첫 업데이트인
레이드시스템을 선보였다.
스토리와 원작의 캐릭터가 아닌 전투와 액션만을 강조한 첫 업데이트.
이 무모한 도전은 다행히 성공을 거뒀고, <드래곤라자>는 출시 때도 오르지 못했던
인기순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둔다.
그들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모험이다.
왜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그들은 <드래곤라자>를 택했던 걸까?
상상해보셨나요?
어릴 적 책에서나 만나던 누군가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낼 때의 기쁨을
소설 속에 나오던 인물들을 자신의 손으로 움직일 때의 즐거움을
그리고 상상해보세요.
그 모든 세상을,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고
그것이 다른 무언가도 아닌 바로 드래곤라자라고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게임을 만든다.
영원히 인정받을 수 없는 팬으로서 <드래곤라자>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말없이 마신다.
여기 한 모바일게임이 있다.
산다는 것만큼 큰 모험은 없다. -네리아. 드래곤라자(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