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닷가, 그리고 클럽(!). 무엇이 떠올랐나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테지만,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수 박명수가 부른 <바다의 왕자>를 생각했을 거에요. 우리는 하나의 노래를 통해 그 때 그 계절 그 곳에서의 추억을 함께 공감하며 나누곤 하죠.
"작은 공감을 큰 공감으로!" 최근 추억의 가수와 노래를 만나는 JTBC의 에능프로그램 <슈가맨>이 인기를 얻는 이유기도 하죠. 흘러간 노래만큼이나 어린 시절 추억이, 지난날의 청춘이 담겨 있는 것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바로 게임에서 말이죠! 잠시 잊고 살았던 그 게임 속엔 철없던 사춘기가, 뜨거웠던 열정이 잠들고 있을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슈가맨 대신 가슴속에 달콤하게 남아있는 ‘슈가겜’을 만나 볼까합니다. 준비되셨나요? 자,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슈가겜을 소환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전화요금_20만원
띠-띠띠띠 애타는 BGM의 전화모뎀과 분당 2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요금.
하루 두어 시간 밖에 안 한 것 같은데 전화요금 폭탄 맞고, 등짝을 후려 맞고.
20만 원 고지서가 생각난다면 손!
#북문초소_감옥
게임 안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그럴 땐 감옥 앞에서 채팅창을 켰다!
“XX를 고발하겠습니다” 신고를 채팅에서 해봤다면 손!
#길막
어두운 동굴을 헤매다 겨우 찾은 입구 입구를 가로막아선 수상한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입장료 3,000원” 하아. 고레벨 양X치에게 삥 뜯긴 적 있다면 손!
#소환빵
설레는 맘으로 기분 좋게 게임 켰는데 나도 모르게 느닷없이 당해버린 순간이동.
엄~청 센 몹이 코앞에 등장해 퍽! 눈 깜짝할 사이 내 캐릭터는 끽! 이름하여 '소환빵'
그렇게 죽어서 사건 현장을 찾아가면 어렵게 모은 돈과 아이템은 사라지고,
빈털털이가 된 채 울어봤다면 손ㅠㅠ
#나는_빡빡이다
현장이 깨끗하면 다행이었죠 뭐. 어렵사리 헤매어 현장을 찾아가면 우두커니 내 시체를 밟고 있는 인간.
죽은 자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가고, 비열한 그 악마는 내 돈과 함께 사라지고...
뼈 시린 설움을 기억하면 손ㅠㅠ
#넥슨은_다람쥐를_뿌려라
이 한마디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요!
20레벨 직전 그 사냥터에서 한 번이라도 쳐봤으면 손!
맞아요, 오늘 우리 추억 속 게임은 바로 다람쥐를 애타게 찾게 만들었던 <바람의 나라>입니다. 최초의 국산 온라인 MMORPG로 인터넷 요금에 정액비까지 내며 코 묻은 용돈을 다 바쳤던 그 게임이죠.
몹 보다 사람이 더 많았던 초보 사냥터에서 도토리 한 개 더 줍겠다고 외쳤던 “넥슨은 다람쥐를 내놓아라”, NPC와의 인터렉션도 일일이 채팅으로 해야 했고, 때론 중학생 형들 보다 무서웠던 길막 깡패들에게 삥도 뜯기고, 고렙 몬스터 앞에 던져놓는 소환빵부터 내 시체를 밟고 안 비키는 체류까지 비매너 유저에게 뒤통수도 꽤나 맞았지만. 그 시절 우리는 커다란 인터넷 세상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람의 나라> 이미 망하지 않았냐고요? 여러분의 마음 속엔 추억으로 남았고 많은 유저들이 떠나가 버렸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너무도 바뀌어버린 겉모습에 조금은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요. 특히 지난 2014년 오늘, 5월 27일에는 1996년 버전의 <바람의나라>가 복원됐어요. 추억의 그 모습으로 그대로 말이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없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지만 마음만은 돌아갈 수 있을 거에요. 전화요금 폭탄, 길막, 다람쥐... 우리의 추억이 함께 했던 그 시절로 말이죠. 그 시절, 당신의 바람은 어땠나요? 그대, 추억 속으로 돌아갈 준비는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