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행여 소중한 장난감을 잃어버릴까봐 이름을 적어놨던 추억이 있나요? 이름을 적고 별표도 치고 빵에서 나온 스티커도 붙였는데, 세월이 지나 보니 어느새 사라졌던 기억도 있다고요?
여기, 그런 소중한 추억의 물건을 모아 놓은 곳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게임팩들이 모이는 곳. '이름 적힌 게임팩 박물관'. 물론 진짜 박물관은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승운 기자
이 사이트의 목적은 아주 간단합니다.
"여러분의 '추억'이 담긴 게임팩을 돌려드립니다."
보관 중인 '이름이 적힌 게임팩' 속에서 그 옛날 내가 이름을 적어놨던 게임팩을 찾아내면 돌려주는 곳입니다. 이곳에 등록된 게임의 개수는 800개. 다른 말로는 800개의 추억이 쌓여 있는 셈이죠.
이곳의 운영자인 세키 준지 씨. 그는 원래 고전 게임을 수집하는 게 취미인 평범한 콜렉터였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게임팩을 모으던 2003년, 그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게임팩을 손에 넣게 됐습니다.
"에이, 뭐야. 낙서가 돼 있네."
낙서를 본 그는 처음에는 짜증을 냈습니다. 낙서가 된 게임팩은 수집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게임팩에서 따뜻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얼굴도 본 적 없는 게임팩의 주인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죠. 이름이 적힌 게임팩에 점점 매력을 느낀 그는 벌써 10년이 넘도록 이름 적힌 게임팩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게임팩을, 추억의 물건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이름 적힌 게임팩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1개라도 좋으니 원래 주인을 찾아 추억을 돌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가 게임팩을 찾아주면서 내건 조건은 딱 3가지입니다.
1. 게임팩은 본인이 맞는지 확인 후 '직접 만나서' 돌려드립니다.
2. 게임팩은 당신의 추억만큼의 값으로 사주세요.
가격은 얼마라도 상관없습니다.
그 돈은 다른 게임팩의 주인을 찾는 데 사용됩니다.
3. 게임팩에 담긴 당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렇게 이름 적힌 게임팩 박물관에는 오늘도 800개의 게임팩과 추억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인펜으로 적힌 이름은 게임팩을 수집하는 누군가에겐 단지 '낙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릴 적 이름을 적었던 주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입니다. "
"그래서 우리는 게임팩이 아닌 그 추억을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추억을 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