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도 지친 유저들에게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스트레스를 최대한 안 받는 게임을 모바일에서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만들어 봐야 결국 거기서 거기는 아닐까요? <골든나이츠>를 개발한 라쿤소프트와의 인터뷰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카드로 옮겨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나는 게이머다.
어렸을 적부터 게이머였고, 나이가 들면서도
한 순간도 게임을 놓은 적 없는
그리고 이제는 어느덧 40대를 코 앞에 둔 그런 게이머다.
아니, 게이머였다.
몇몇 게임이 인기를 얻으며 시작된 모바일게임 광풍
하지만 거기에 '내 게임'은 없었다.
어떤 게임은 지나치게 귀여웠고
어떤 게임은 공공장소에서 못 봇 만큼 취향을 탔다.
연령대를 조금만 올리면
이번에는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돈만 부으면 끝나는 그런 게임들이 기다렸다.
결국 내가 택한 건 하나였다.
없으면 만들자.
그렇게 시작된 아재특화 게임
'골든나이츠'의 개발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있을까?
게임이 아니어도 신경 쓸 일은 많다.
게임이 아니어도 스트레스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지금 게임들은
스태미너 하나, 캐시 하나, 각종 점수 하나에
너무나 목을 맨다.
게다가 게임 하나 하는데
배워야 할 것, 외워야 할 것들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그러니까 우리는
무조건 쉽고, 편하고, 빠르게 만들어보자.
그래서
불편한 건 다 없앴다.
스태미너는 정말 끝도 없이 지급되고
캐시는 던전을 돌고 일일 퀘스트만 해도
넉넉하게 쌓인다.
혹시 그래도 부족한 유저가 있을까봐
보물상자에서는 아예 하루 몇 번씩
정기적으로 아이템을 준다.
자원은 골드와 캐시, 각종 정수로 통일
튜토리얼 수준의 퀘스트만 끝나도
더 이상 헤매는 일이 없도록
캐릭터도 파티 하나만 잘 짜도
모든 콘텐츠를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자.
그리고 발칙한 상상 하나
"자동전투까지 재미있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뺄 수 없는 거라면
어설픈 자동전투보다는
'자동전투마저 재미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래서 레벨이 오를 수록 공격속도를 높였고
졸개들을 쓸어담으며 신나게 진행하도록 만들었다.
대신 급할 때는 언제든 게임에 간섭할 수 있도록
입력딜레이를 0초에 가깝게 줄였다.
그래픽?
어차피 자동전투 돌릴 게임에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그래서 차라리 사양을 먼저 고민했다.
게임 하느라 최신 휴대폰 산다는 소리 안 나오도록
그리고 유저가 원할 때, 최대한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이 모든 것을 만들고 게임을 출시하니 제일 먼저 들은 평가
"뭐야? 결국 평범한 모바일 RPG 잖아?"
하지만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평가
"제가 이걸 왜 이리 열심히 하고 있을까요?"
"와이프가 바람난 줄 알아요..."
"와, 내가 밤새고 모바일게임을 다해보네"
그렇게 우리 게임은 유저의 90% 이상이 아저씨인
아재게임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누군가는 그깟 로딩 몇 초가
그깟 시스템 몇 개가, 편의성 약간이 얼마나 중요한 거냐고 되묻겠지만
세상에는 그 작은 스트레스마저 없는 게임을 즐기고 싶은
누군가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들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
세상에 지친 아저씨들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
우리 게임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쉼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