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우린 게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잖아." 이 게임은 출시 후 세계에서 손꼽히는 어느 게임 회사의 러브콜을 받는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유명 DJ의 신곡이 처음 공개된 미국의 한 공연장. 연주가 시작되자 청중들의 함성이 쏟아졌지만, 그 함성은 연주하고 있던 DJ가 아닌 공연장 한켠에서 재생되던 뮤직비디오를 향한 것이었다.
스케치를 그대로 옮겨 채색한 듯 정돈되지 않은 거친 선과 살아 숨 쉬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두 캐릭터가 비보잉 배틀을 펼치는 이 독특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단숨에 청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DJ 키드 코알라의 친구인 애니메이터이자 비보이 '존 존'이 DJ의 신곡 발표를 축하하며 건넨 뮤직비디오가 팬들 사이에서 점점 화제에 오르자 DJ가 존존에게 제안한 말도 안 되는 모험.
DJ 키드 코알라: "야, 우리 진짜 게임을 만들어 보는 거 어때?"
존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 게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잖아.
존존: "그래도..."
존존: "재밌을 것 같긴 하네ㅋㅋ"
DJ 키드 코알라: "그렇지?ㅋㅋㅋ"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들의 게임 개발. 프로그래밍 지식이 전혀 없는 둘은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자신들을 도울 인력을 모집했고, 그들의 독특한 이력과 아트 스타일에 매료된 많은 개발사가 손을 내밀었지만 둘은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개발사들의 조건 때문. "프로그램으로 작업한다면 손 그림이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속도는 빠르겠죠. 하지만 그걸로는 진짜 비보잉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비보잉 동작 하나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프레임만 1,000개. 그렇게 100개가 넘는 동작들을 손수 그리는 방식이 아니면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고집.
DJ 키드 코알라 역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구시대적 방식의 작업을 고수했다. 게임에 들어갈 모든 곡을
연주해 녹음한 후 이를 LP판으로 만들고 스크래칭을 거쳐 다시 녹음. 그 후 컴퓨터로 자잘한 수정을 거쳐야만 하나의 곡이 완성됐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 비효율적인 둘의 작업 방식. 가까스로 둘의 의견을 수용해준 두 명의 개발자를 만나 작업에 들어갔지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녹음하고 그것을 게임에 적용하는데 걸린 시간만 꼬박 4년.
속도는 조금 더뎠지만, 무모함으로 치부되던 둘의 장인정신에 살이 더해질수록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게임이 거의 완성되고 모바일 출시를 얼마 앞둔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받은 연락 한 통. "모바일이 아니라 우리 플랫폼에 가장 먼저 출시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마침, 저희의 새로운 게임기에 맞는 신선한 게임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비보잉 배틀 게임 <플로어 키즈>는 닌텐도 스위치를 데뷔 무대로 스팀까지 출시, 타 플랫폼 진출도 계획 중이며 다양한 인디게임 콩쿨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고 있다.
<플로어 키즈>의 이야기는 단순한 '두 괴짜의 도전기'가 아니다. 열정으로 시작된 무모한 시도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고집들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