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8일, 에픽게임즈는 <파라곤>을 얼리 액세스 형식으로 출시했다. 3인칭 백뷰 시점에서 진행되는 MOBA 장르 게임이었으며, '언리얼 4' 엔진의 기술력을 마음껏 활용해 2022년 기준으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그래픽을 뽐냈다. 또한, 당시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 같은 MOBA 게임이 시장에서 대세였기에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의 적극적인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파라곤>의 흥행은 상당히 부진했다. 전반적인 게임 템포가 너무나 느렸으며, MOBA 장르 게임이 일반적으로 차용하는 '아이템 구매'를 통해 성장하는 방식 대신 '카드 덱'을 통해 성장하는 시스템이 유저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게임의 패치 방향성 역시 명확한 목표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18년 1월 26일, 에픽게임즈가 <파라곤>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을 때 플레이어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파라곤>에 배정된 에픽게임즈의 인력은 당시 어마어마한 흥행 몰이를 하고 있었던 <포트나이트>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파라곤> 유저와 재야의 개발자가 공개된 에셋을 통해 <파라곤>을 되살리려 뭉쳤다. 대형 개발사가 아닌 모드 팀이라는 한계 덕분인지 수많은 프로젝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라졌지만, 이 과정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다. 바로 영국의 오메다 스튜디오가 개발한 <프레데세서>와 넷마블에프앤씨의 <오버프라임>이다.
오메다 스튜디오의 <프레데세서>는 <파라곤>의 핵심 시스템을 최대한 계승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게임이다. 개발진 역시 전 <파라곤> 개발자나 이용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라곤>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티브 슈퍼빌'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21년 12월에는 에픽게임즈의 '메가그랜트' 행사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으며, 3월에는 220만 달러(한화 28억 원) 규모의 펀딩 투자를 받았다.
반면, 넷마블에프앤씨의 <오버프라임>는 <파라곤>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원작이 마주했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템포를 빠르게 바꾸고 자신들만의 어레인지를 섞어 낸 게임이다.
먼저, 맵에서부터 두 게임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파라곤>의 원본 맵을 가져와 세 공격로와 다양한 샛길이 존재한다는 점은 같지만, <프레데세서>는 보다 원본 <파라곤>의 맵에 가까우며 억제기까지 타워가 두 개가 존재하는 등 장기전을 고려한 모습이다.
반면 <오버프라임>은 보다 맵이 대칭을 이루도록 변화했으며, 1차 타워를 파괴하면 곧바로 억제기 타워가 등장한다.
그리고 <오버프라임>은 게임의 재미와 속도감을 늘리기 위해 '스프린트 모드' 시스템을 추가했다. 시프트 키를 누르면 일정 시간 후 일반 이동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능인데, 덕분에 넓은 맵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아군과 합류할 수 있기에 교전 빈도가 늘어난 편이다. 대신 스프린트 모드에서 적에게 피격되면 속박 상태에 걸리는 페널티가 있다.
<프레데세서>는 12월 1일, <오버프라임>은 12월 8일 얼리 액세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게임 모두 콘솔 버전까지 계획하고 있는 만큼, 출시 초기 흥행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곤>을 계승했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방향성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두 게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