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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가 부실하면 위험하다? LCK 1주차 메타 흐름

메타의 흐름은 왜 바텀에 쏠려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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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Beliar) 2023-01-24 12:33:52

제리-루시안. 두 챔피언은 이미 작년 서머 시즌부터 <롤>드컵 개막을 앞둔 패치까지 다양한 서포터들과 함께 협곡의 메타 전체를 휘어잡은 대표적인 챔피언이었다. 스프링 시즌부터 이어진 아펠리오스 그리고 징크스의 카드가 급격히 힘을 잃은 가운데, 양 팀이 '줄 건 줘'를 외치며 나는 제리-유미(또는 제리-룰루), 너는 루시안-나미를 나눠가진 모양새가 작년 서머 시즌 전체의 흐름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했다. 


2023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늘 그래왔듯 모든 유저들은 협곡의 혼란스러운 메타가 <롤>이라는 게임의 해석 전체를 오래간만에 바꿀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소위 ‘황부리그’가 된 LCK의 1주차는 여전히 바텀, 그것도 제리와 루시안이 더 활개치는 리그가 되었다. 단지 이들과 함께 숨쉬는 팀원들의 동선과 플레이메이킹의 차이가 생겼을 뿐, 여전히 제리 또는 루시안 중심의 바텀 메타가 LCK 1주차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 셈이다.

많은 유저들이 예상한 상체메타, 혹은 정글메타와 달리, 왜 LCK는 하체가 부실하면 망한다는 작년의 교훈을 그대로 따르게 된걸까? 이유를 가볍게 살펴보자.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압박의 강도, 그리고 탈압박의 역량

<롤>은 생각 이상으로 티어별 수준이 평준화가 잘된 게임이다. 티어가 올라갈수록 전반적인 개인 지표가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KDA와 같은 팀파이트 지표는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소위 말하는 협곡 속 비명횡사의 비중이 티어가 올라갈수록 줄어들고, 2인 다이브 또는 3인 다이브, 다대다 한타와 같은 전략적 압박과 전투의 결과가 티어의 상승과 맞물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티어 구간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역량이 더 강조되는 이유도 이러한 다이브 플레이의 회피나 한타에서의 기여도 증가가 곧 개인의 역량과 맞닿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월 22일 기준 OP.GG에서 제공하는 골드 이상 랭크 구간의 바텀 챔피언 티어와 마스터 이상 랭크 구간의 챔피언 티어, 그리고 LCK 1주차의 챔피언 픽 구조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골드 이상에서는 사미라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랭크가 높아지면 사미라의 선호도는 급락한다

골드 이상 랭크 구간에서는 사미라의 독보적인 OP 행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마스터 랭크 구간에 들어서면 사미라의 티어는 3티어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진와 케이틀린 등 외곽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데 특화된 챔피언과 이즈리얼, 카이사 등 돌진형 챔프의 혼재 양상이 주목된다. 

루시안과 제리는 그 다음 순서에 자리할 만큼 선택지와 거리가 멀어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프로씬은 제리를 18회, 루시안을 14회 픽하면서 부동의 1,2픽임을 다시 입증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혼란한 1주차 정국, LCK는 제리와 루시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프로씬에서의 선택지는 돌진보다는 안정감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솔로 랭크 무대는 소위 내가 ‘캐리했다’는 자부심 강한 플레이를 보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한 프로씬에서는 자칫 돌발 플레이 하나로 라인전 경합 상황이 일방적으로 무너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라인전 우위와 한타 기여도가 골고루 높은 루시안의 픽이 선호받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유미나 룰루와 같은 극한의 유틸형 서포터를 픽하고, 제리를 가져오는 것은 결국 후반 리턴 값에 대한 강한 기대치가 반영된 픽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두 챔프가 상대적으로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더 주목을 받는 것은 다른 여러 챔피언들과 달리 회피형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에 뚜벅이라는 단점을 상쇄한다는 장점도 한 몫한다. 이즈리얼과 자야 역시 돌진과 회피를 선택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지만, 루시안과 제리가 갖는 한타 속 화력 메리트에 비한다면 부족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 바텀 몰아주기와 바텀 터뜨리기,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3+1 다이브를 통해 구마유시를 제거하는 페이즈

1월 18일 열렸던 젠지와 T1의 경기에서 초반 3+1 다이브 상황은 전형적인 바텀 몰아주기 게임의 구도를 보여주는 정수였다. 케리아와 구마유시의 T1 바텀라인이 진영 1차 타워 앞까지 크게 당겨진 상황에서 젠지는 각각 정글과 미드라이너를 콜업, 구마유시를 빠르게 정리하는데, 이때 피넛의 희생이 없었다면 젠지는 페이즈의 킬 소득이 더해지며 일방적인 다이브 이득을 얻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초반 다인 다이브 전략을 도모하며 바텀 터뜨리기를 시도하는 매우 고전적인 전략이 활용된 가운데, 바텀 몰아주기를 위한 매우 사파스러운 2가지 전략도 새롭게 등장했다. 최근 천상계 랭크 게임에서 유명세를 탄, ‘진’ 서포터 기용과 극한의 서포터 로밍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LCK 역사상 첫 진 서포터의 출격

1월 19일 열렸던 광동 프릭스와 한화생명의 경기에서 LCK 역사상 서포터로 기용된 진의 첫 픽이 등장했다. 투 원딜 전략은 바루스-애쉬와 같은 형태로 이미 여러 차례 LCK에서 등장한 적은 있었다. 서포터의 기본 소양인 시야 장악과 기동성을 고려할 때 화력이 눈에 띄는 진의 서포터 기용은 매력적인 서포터보다는 반 쪽짜리 서포터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선택지였다. 

실제로 인게임에서도 화력 지원은 때때로 도드라졌지만, 전체적인 게임 흐름이 망가지면서 ‘서포터’ 진이라는 선택지의 당위성을 입증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카드였다.

상대적으로 애쉬-하이머딩거라는 폭발적인 대미지 집중형 바텀 조합과 비교하면, 긴 사거리를 활용해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다. 하지만 바이퍼의 바루스가 결코 화력이 부족한 챔피언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과연 바루스와 진의 조합이 적절했나?' 라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었다. 

인게임에서 바루스는 무려 4데스를 기록하며 유틸 서포터의 부재로 인한 취약한 생존력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진 서포터가 루시안 또는 제리와 같은 높은 후반 기대치를 가진 챔피언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로 연구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전략적 고민이 뒤따라야 함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하이머딩거가 6레벨을 달성한 시점은 이로부터 5초 뒤인 15:32초 경이었지만, 게임은 이미 너무 멀리 떠나버렸다

1월 20일 열린 KT와 T1의 3세트는 바루스-애쉬라는 강력한 화력 집중형 조합을 상대하기 위해 KT가 꺼낸 극단적인 카드가 눈에 띈 경기였다. 바로 하이머딩거의 극단적 로밍 전략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확실한 실패이자 <롤> 게임의 근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게임이 어디까지 망가지는 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제리는 초반 라인 클리어 능력도 좋지 않고, 체력 역시 어지간한 유틸형 서포터 못지않게 약한 물몸이다. 결국 초반을 어떻게 ‘혼자’ 잘 버티냐의 싸움으로 끌고 갈수록 제리의 성장 곡선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완만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다. 서포터의 필요성이 어떤 원딜 챔피언보다도 중요함에도, KT는 과감하게 원딜 혼자 남겨두는 구도를 택했다.

프리시즌 패치 후, 바텀 라인은 종전 24.73%의 경험치에서 22%의 경험치 획득으로 2인 공격진 구성 시 약간의 경험치 너프를 입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바텀 라인을 극단적인 단일 공격로로 구성하고, 서포터를 마치 ‘로머(Roamer)’처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하이머딩거는 게임 시작 후 16분이 되도록 궁극기 스킬을 배우지 못할만큼 성장이 뒤쳐지게 됐다.

서포터의 광역 로밍으로 경험치를 혼자 몰아먹다시피 했던 에이밍의 제리는 24분 동안 고작 3900 남짓의 대미지를 넣는데 그치며 협곡 내 존재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전투에서 빛나는 챔피언이 절망적인 라인 클리어 능력으로 라인에만 발이 묶여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전형을 보여준 셈이었다.

이 모든 시도는 결국 혼란한 메타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적 구도를 보이는 바텀 라인 중심의 메타 해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프리 시즌을 겪으며 다변화된 아이템 구도와 정글 펫의 등장은 앞으로 이보다 더 극단적인 메타 해석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시도들의 끝에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챔피언 한 두 개가 남아있으리란 점이다. 그 해답을 찾는 여정에 고작 첫 관문이 막 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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