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등 대형 온라인 게임의 이른바 ‘프리서버’ 홍보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동안 프리서버의 존재는 잠시 잊혀지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지만 서버구축이 상대적으로 힘든 모바일게임의 경우 프리서버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바일게임 마저도 프리서버가 존재한다. 2022년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모바일게임 프리서버는 중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지만, 주된 이용자층으로 한국 유저들을 노리고 있다. 그만큼 무분별한 프리서버 광고도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다.
더불어 과거엔 암암리에 전달되던 프리서버 정보는 이제 각종 SNS를 통해 관련 이미지가 유통되기도 하고, 구글에서 ‘프리서버’를 검색하는 것만으로 홍보 사이트에 간단하게 접속할 수도 있다.
게임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는 이러한 사설 서버의 운영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엄연한 불법행위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 홍보물은 이렇듯 당당히 온라인 공간에 게재되고 있는 걸까? 또한, 해당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으로는 어떤 것이 실행되고 있을까? 일반 게이머들이 직접 동참할 수 있는 조처는 없을까?
현재 운영 중인 사설 서버 홍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보면, 수십 개에 달하는 사설 서버 홍보 배너가 나열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배너는 해당 서버의 전용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그 안에서는 서버의 특징과 운영 방침과 기본 콘텐츠, 룰 등에 관한 상세한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서버는 실제 게임 서버와 달리 수주에서 수개월로 운영 주기가 짧고, 그만큼 원래 게임보다 경험치 및 아이템 드롭 확률이 월등히 높다. 본 게임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설 서버들의 일차적 유저 유인 요소다.
더 나아가 다른 서버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정 유저 편의를 봐주지 않는 ‘클린 경영’을 강조하거나, '고객 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웃지 못할 아이러니도 펼쳐진다.
사설 서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는 더 있다. 운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 역시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설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수 서버는 인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매입’ 서비스, 그리고 투견 등 인게임 콘텐츠를 이용한 가상 도박장 등을 운영하고 또 홍보하는 중이다.
이는 모두 범죄 행위다. 우선 ‘매입’ 서비스는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할 수 없도록 한 게임법 제32조 제1항의 제7호에 저촉된다. 인게임 도박장 운영은 형법상 도박개장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247조 도박개장죄에 따르면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 등 누구나 접할 수 있는 SNS 상에서 이들 프리 서버에 대한 홍보는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 SNS 운영 주체가 이런 광고를 걸러내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게시물 신고 없이는 무분별한 노출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계정을 만들기 쉬운 SNS인만큼,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계정이 차단되어도 손쉽게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광고에 나선다. 오히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일정 시간 이후에는 스스로 계정을 파기하고 새로운 계정으로 광고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사설 서버 운영과 홍보, 그 안에서의 도박 및 환전 모두 처벌 근거가 명확한 범죄다. 그런데도 홍보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불법 사설 서버 운영뿐만 아니라 홍보 역시 감시하고 있는 게임위에 문의해 답을 얼마간 알아낼 수 있었다.
먼저, 게임위는 홍보 사이트를 적발한 뒤 SKT, KT, LG 등 통신망 사업자에게 시정 권고를 전달, 해당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일반 웹페이지가 아닌 SNS상에서 홍보용 계정이 발견되면 해당 SNS 운영사에 신고해 계정이 차단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조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차단되지 않은 사이트 및 계정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절차상의 시간 지연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차단 권고를 통신사업자 측에 전달하면, 해당 기업들의 내부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대략 1~2주 정도가 소요된다. 즉 (현재 차단되지 않고 운영 중인 사이트 중에는) 차단 조치가 진행 중인 건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게임위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신규 사이트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새롭게 개설되는 홍보 사이트의 숫자가 생각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한 해에 차단되는 사설서버 사이트 및 SNS 계정의 숫자는 2만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사설 서버 난립에 고심하는 것은 게임위만이 아니다. 지속적 사설 서버 피해를 보고 있는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단속을 위한) 경찰 인력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 서버 운영과 홍보 사실이 적발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먼저 사설 서버 운영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알선하는 행위'를 금하는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9호에 저촉된다.
사설서버 개설, 제작 및 운영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 것은 2017년 6월이다. 이동섭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게임법 일부개정안에 따라 동법 제44조 제1항에 의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경찰과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사설 서버 운영 조직을 검거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엔 대구지방경찰청과 함께 1년여 수사 끝에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사설 서버 운영 일당을 붙잡은 사례도 있다.
당시 검거된 것은 운영자와 프로그래머, IDC 서비스 제공자 등이었으나, 사설 서버 홍보 담당자 역시 그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간주되거나 범죄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또한 홍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있다면 범죄수익으로 추징될 가능성이 있다.
사설 서버 홍보 사이트 및 계정은 해당 게임물의 운영사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접속자가 많이 몰리는 점을 악용, 불법 성인물이나 온라인 도박 사이트 홍보물을 함께 올려 ‘부수입’을 노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 호기심에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다른 차원의 문제에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미성년자도 이들 사이트 및 홍보물에 아무 제약 없이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경각심 제고가 필요한 사안이다. 도박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들의 도박 확산 문제는 은연중 심각해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청소년 도박중독 치료 사례는 2017년과 비교해 5년간 3배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더 나아가 도박문제예방치유원(구 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20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도박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 중 전체의 약 1.5%가 인터넷 배너를 통해, 다른 1.5%는 온라인 게임·카페 등 게시글을 통해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주변 사람을 보고 따라한 경우'는 51%, 친구 선·후배 소개를 통해 알게 된 경우는 19.8%에 달해, 또래 집단 내 도박의 확산이 쉽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령구분 없이 나도는 사설서버 홍보물이 경계되어야 할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또다른 문제는 개인정보 도용과 관련되어 있다. 프리서버에 접속하기 위해서 개인정보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별도의 보안프로그램이 없이 인증할 경우 본인의 정보가 그대로 프리 서버 운영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악성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많다. 최근 모바일게임 프리서버의 경우 스마트폰 자체를 해킹 당할 우려도 있다.
무분별한 사설서버 문제를 향한 관심을 키우고 관련 범죄 신고율을 높일 방편으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에 따라 신고포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둘 만하다.
제도에 따르면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또는 알선하는 행위’ 혹은 ‘제9호에 따른 불법행위(사설 서버 제작, 배급, 제공)를 할 목적으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제작 또는 유통하는 행위’ 각각을 신고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최대 15만 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설 서버 운영 문제를 공론화하는 노력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2021년 NDC에서 게임사의 사설 서버 대응 방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법무법인 율촌의 최인석 변호사는 “경찰은 사회적 비난의 우려가 높은 사안에 대해 정기적 기획 수사를 실시하고, 5월 가정의 달 시점에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수사하는 등 테마를 정해 수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불법 사설 서버의 피해에 대해 수사팀에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서 기획 수사의 테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