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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글의 '역대급 실패' 스태디아와 아직 남은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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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3-09 18:13:03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구글의 순다 피차이 CEO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인 GDC를 찾았다. 당시 구글의 CEO가 연단에 설 거라는 소식이 깜짝 발표되면서, 취재진들이 운집했는데 여기서 구글은 역대급 카드를 꺼냈다. 순다 피차이는 "게임은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자랑스럽게 자사의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스태디아(Stadia). 

 

당시 발표에 따르면, 스태디아는 사양에 구애받지 않고 전용 컨트롤러를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기반 게이밍 플랫폼이었다. 별도의 저장공간 없이, 게임을 설치할 필요 없이, 인터넷만 연결되면 크롬을 통해서 곧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때 구글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시연하면서 자사의 새 서비스를 뽐냈다.

 

구글은 공격적이었다. 곧장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크롬캐스트와 이용권, 컨트롤러를 판매했다. 구글은 그렇게 소니와 MS, 그리고 닌텐도가 구축한 콘솔 시장에 일대 파장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구글은 2023년 1월, 구글은 공식적으로 스태디아 사업을 접었다. 만 3년 만의 일이다.

 

이 일은 구글 글래스를 뛰어넘는 실패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용 컨트롤러까지 출시해서 판매를 하다가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스태디아 공식 채널은 삭제됐다.

 

# "게임 어렵네"... 구글의 역대급 실패

 

스태디아의 실패 요인으로는 ⓐ 인풋랙(입력지연) ⓑ 비싼 가격 ⓒ 독점 콘텐츠 부족 등이 꼽힌다. 

 

격투게임 등에서 인풋랙은 여전했고, 스태디아를 위한 전용 장치를 구매해도 추가로 이용권과 개별 타이틀을 구매해야만 했기에 부담이 컸고, 스태디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게임이 부족했다. 구글은 매출 수익 비율을 85:15로 조정해 세컨드 파티를 모집하고, 자체 게임개발 스튜디오 'SG&H'를 세워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하려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분위기 전환에 실패했다.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제대로 감지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 구글은 엄청난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콘솔 기기의 예로 들면 신규 제품군을 발매한 지 3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한 셈이다.

 

충성도 높은 구매자들이 산 컨트롤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락스타의 <레드 데드 온라인> 유저는 스태디아의 게임 플레이 이력이 다른 버전과 연동되지 않아서 그간의 플레이 이력을 모두 날리게 된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구글은 지나치게 성급했다. 소니가 PS2의 사후 지원을 종료한 것은 생산 종료 6년, 출시 18년이 지난 2018년이다. 2021년, 소니 유저들은 PS3와 PS Vita 스토어 폐쇄 결정에 항의했는데 이때 짐 라이언 SIE 대표가 직접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스토어 운영을 유지했다. 구글은 '기기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처하면서도 하드웨어와 이용권을 판매했다. 현재 구글은 소비자들이 구매한 콘텐츠에 대한 환불만을 약속한 상태다.

 

말을 바꿔서, 구글은 지나치게 린했다. 국어사전에 없는 'Lean하다'라는 말은 피터 드러커 팬들과 경영진이 좋아하는 형용사다. 일단 빠르게 적용해보고 시장에서의 반응을 보자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빅테크 구글은 유비소프트, 락스타, 베데스다 등 이름난 개발사 등은 물론 스태디아 전용 게임을 개발하던 스튜디오들과의 협업 관계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리해버렸다.​ 대부분의 파트너사들은 구글의 결정을 급히 통보받았다.

 

코로나19로 게임 산업이 '폭풍 성장'을 한 시점에, 구글은 게이밍 생태계 확장에 실패한 꼴이 됐다. 여담이지만, 최근 빅테크들의 전쟁에서 구글은 자꾸 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챗GPT가 뜨자 급하게 '바드'를 내놓았다가 과학적 사실이 아닌 답변을 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했던 것도 얼마전 일이다. (챗GPT도 훌륭하게 헛소리를 지어낸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 있겠다.)

 

 

# 구글, 스태디아는 끝났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구글의 스태디아는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으나, 아직 쓸 만한 카드 한 장이 남았으니 바로 게이밍 클라우드 판매 사업이다.

 

8일 외신 악시오스는 "구글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 지원에서 스태디아 이후의 미래를 본다"라고 보도했다. 구글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콘솔, PC, 모바일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아우를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계획. 올 GDC에서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발표한다. 

 

그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켜줄 도구로 평가되어왔다. 애저(MS), AWS(아마존)은 물론 알리바바, 텐센트, 네이버 등등의 회사가 클라우드 시장에 이미 참전해 있다. 구글도 앞선 2020년 오픈소스 게임 서버 스케일링 프로젝트인 '아고네스' 관련 베타를 이미 발표했지만, 게임 분야에서는 한 발짝 물러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GDC 2023에서 구글이 뭔가 출사표를 던질 모양이다. 4년 전의 '흑역사'를 딛고 말이다.​ 이 서비스를 많이 판매하려면 결국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게임)은 (스탠드얼론보다) 라이브로 제공되어야 하고, 한국에는 실력 있는 MMORPG 개발자들이 포진했으니, 구글이 내놓을 서비스가 무엇인지 한국 게임 업계도 관심있게 봐야 할 듯하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허브 역할을 맡을 데이터센터의 존재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중요한 과제인데, 구글은 서울에 '리전'을 두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참고로 구글은 일본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개설한다. 2022년 10월, 순다 피차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치바현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스태디아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애저와 AWS는 굳건하다. 그러니 아무쪼록​ 구글은 구글 플레이보다는 친절하게 B2B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지난 10월 구글과 일본은 치바현 데이터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출처: 순다 피차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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