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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나?" 대전e스포츠경기장과 이터널 리턴, 이대로 괜찮은가?

사람 몰려 혼란스러웠던 이터널 리턴 e스포츠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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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8-14 12:14:05
"이게 맞나?"

지난 8월 10일, 대전에 위치한 e스포츠 경기장 '대전e스포츠경기장'에서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 시즌 4 파이널'이 마무리됐다. 같은 시기 진행된 '대전 0시축제'와 연계되어 진행된 이 대회는 최근 e스포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예고한 대전시의 관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경기 또한 <이터널 리턴> 유일 프로팀 '미래앤세종'의 극적인 첫 파이널 우승으로 마무리돼 내용 면에서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인기를 타고 몰려든 e스포츠 팬들을 수용하기에 대전e스포츠경기장이 너무나 작았다는 것이다. 주최측의 통제도 부족했기에 대기줄은 혼잡했고, 안내된 시간보다 빠른 입장이 이루어졌으며, 소수의 스태프만이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인파를 관리하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경기장은 수용 인원을 한참 초과해 통로에는 어떻게든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인파로 혼란스러웠다. 경기 관람을 위해 먼 지역에서 찾아온 관람객이 도저히 관람이 불가능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 인원 수요 예측 못한 행사, 말 그대로 혼란

이번 <이터널 리턴> e스포츠 파이널 행사는 '수요 예측'부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람객은 "지난 행사보다 확실히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줄에 대한 안내는 있었지만, 단순한 패널을 통한 안내 수준이었기에 입구에 구름처럼 모인 관람객들은 정확히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몰려든 인원을 소화하고자 예정보다 빠른 시간에 경기장에 사람들이 입장하기도 했다. 대전e스포츠경기장의 입구가 경기 관람을 위해 미리 줄을 선 관람객으로 가득 차자 스태프는 예고된 13시가 아닌 약 12시부터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경기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문제는, 경기장 좌석은 티켓 판매 방식이 아닌 무료 입장이었다. 경기 관람을 위해 일찍부터 대기한 관람객들은 자리를 미리 맡아 놓은 후 사라졌고, 경기장 뒤 복도는 입석으로라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로 붐볐다. 대전e스포츠의 주경기장 관객석은 가변석 제외 약 300석이다.

그나마 계단에 앉은 관람객들을 스태프가 안전상의 이유로 이동시킨 것이 다행인 수준이었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나 많아 경기장 복도는 찌는 듯이 더웠다.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길도 혼란스러웠다. 1층에는 게임사가 준비한 여러 이벤트가 준비 중이었기에 비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있었으며, 경기장은 2층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장소를 거쳐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크지 않은 공간에서 인기리에 2차 창작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다. 올라가는 계단조차 좁아 사람들은 줄지어 이동해야만 했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층의 복합문화공간을 거쳐야 한다.

이동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경기장 뒤 복도는 입석을 통한 관람이라도 하고자 한 관람객들로 가득 차 혼란스러웠다.

수용 인원을 넘어서자 주최 측은 관람객을 위해 1층에 앉아 대형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이마저도 음향 이슈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준비한 대형 스피커가 작동하지 않자 고민하던 스태프는 마이크를 TV 스피커에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모인 관람객을 소화할 수 있는 몇몇 시설도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3층에 위치한 보조경기장은 관계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선수 대기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3층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설은 커튼을 치고 일종의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1층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관람객들

대전e스포츠경기장은 가변석을 통해 관람 인원을 500명까지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변석은 1:1로 진행하는 e스포츠 종목에서만 활용이 가능해 보였다. 24명의 선수가 참가해야 하는 <이터널 리턴> e스포츠에서는 경기장 가운데에 PC 장비를 설치해야 했기에 불가능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변석은 사용되지 않았다.

비좁은 경기장으로 인해 촌극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1층의 입장 통로를 통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방식이었는데, 방송 문제로 경기가 지연되자 선수들은 입구 근처 땅바닥에 앉아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시설 안내도에 명시되어 있는 '선수 대기실'은 잘 활용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통제가 없어 경기 입장을 기다리는 선수들 옆에서 조명 장비를 놓고 코스프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경기 관람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한 관람객은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준결승전이 열린) 어제보다는 나아진 것이다. 어제는 통제가 부족해 더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먼 거리를 왔음에도 오프라인 관람은 포기하고 2차 창작 굿즈 판매 부스 정도만 이용한 후 숙소에서 경기를 시청하기로 결정한 관람객도 있었다.

한편, 지난 9일 대전시는 <이터널 리턴> 개발사 님블뉴런과 e스포츠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자체와 게임사간 전국 최초 공동 협력 사례로, 협약에는 향후 5년 간 정규 시즌 대전시 단독 개최, 지역 연고 리그, e스포츠 페스티벌 공동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 이후로 커뮤니티에서는 차기 대회의 관람객 수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무엇을 하기엔 너무나 작고, 크게 짓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지역 e스포츠 상설경기장 파급효과 및 성과지표 연구' 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며 전국 주요 e스포츠 경기장의 가동률은 약 40% 내외며, 1천 명 이상의 오프라인 관람객이 찾아오는 대회는 년마다 한 두번 열리는 수준이다. 

지자체 역시 경기장 건립 전 사전 수요조사를 했을 것이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천 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을 짓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대전e스포츠경기장은 엑스포공원 내 첨단과학관을 활용해 조성된 것이기도 하다.

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이는 대회는 잘 열리지 않는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덕분에 대전e스포츠경기장은 '의미 있는 행사를 열기엔 너무나 작고, 풀뿌리 e스포츠 경기를 열기엔 너무나 화려한 곳'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PC방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동호인 대회를 열 것이라면 e스포츠협회에서 공식 지정한 PC방 정도면 충분하다. 규모가 작은 대신 원형으로 되어 있어 e스포츠 관람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순간 입장이 불가능할 만큼 경기장이 혼란스럽게 되기도 한다.

최근 'e스포츠의 메카'를 천명하며 지역e스포츠상설경기장 건립 계획을 짜고 여러 행사를 여는 지자체가 자주 보인다. 이번 행사를 보았을 때 조금 더 e스포츠 대회에 대한 여러 관계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 대전에서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대전e스포츠경기장만의 문제로 덮고 넘어갈 일 또한 아니다. 님블뉴런은 이전부터 대전e스포츠경기장을 꾸준히 활용해 왔다. 이번 행사가 처음 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해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것은 책임 소지가 있다.

경기장 입장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터널 리턴> 대회는 항상 2차 창작 굿즈 판매 행사와 연계되어 진행된다. 따라서 아침에는 2차 창작 부스에 방문하고 싶은 관람객이, 오후에는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람객의 대기열이 형성되는 편이다. 경기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행사장만을 둘러보고자 하는 관람객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줄을 서야 하는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관람객들이 혼란스러워했단 것이다. 입구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사람들은 이것이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는 줄인지, 단순히 행사장 방문을 위한 줄인지 헷갈려했다. 명확한 라인이 없어 새치기를 하는 경우도 잦았다. 2차 창작 부스 방문을 위한 대기열을 통해 입장한 후, 그대로 경기장에 들어간 인원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관람객을 안내해야 할 스태프도 부족해 보였다. 1층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는 스피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이크를 TV 스피커에 붙이는 임시 조치로 해결했으며, 관람객들은 땅바닥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장 입구의 공간에 2차 창작 부스를 마련한 것도 인원 밀집 문제를 일으켜 그다지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터널 리턴> 행사에 자주 참여해 온 한 관람객은 "얼리 액세스 시절에는 이 정도의 관람객이 오지 않았기에, 게임사 측에서 예상 관람객 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기존에는 이 정도의 인파가 몰리지 않았기에, 최대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개발사 측에서는 타 유명 e스포츠 행사 수준의 인력 투입과 통제, 대형 행사장 대관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시는 국산 게임 및 e스포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이터널 리턴>의 경기장 이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킨텍스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된 대회는 별다른 관람 문제가 없었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행사를 접했을 때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지방을 찾아온 관람객은 '불쾌한 경험'만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노하우 깊은 여러 e스포츠 대회나 및 게임 행사와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이터널 리턴>의 지난 시즌 e스포츠 결승전은 킨텍스의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됐는데, 관람에 큰 불편이 없었다.

대전e스포츠경기장 앞에 위치한 '대전컨벤션센터'와 같은 큰 곳에서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연다면 해결된 문제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장소의 대관은 중소 게임사에게는 비용 문제로 인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상 관람객을 넉넉하게 잡아 큰 장소를 대관했다가, 실제 방문자가 예상치를 하회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경기장에 사람이 모여들면 문제가 생겨 다른 곳에서 경기를 열어야 하니, 비싼 돈 들여 지은 지역e스포츠경기장이 사실상 '쓸모가 적다'는 이야기도 된다. 적어도 대전e스포츠경기장을 활용할 것이라면 이용자 행사는 분산 개최하거나, 암표 문제라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예약제 혹은 티켓 판매 방식을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대전시와 님블뉴런이 e스포츠 대회 개최와 관련한 독점 계약을 체결한 만큼, 게임사와 경기장 양 쪽의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른 지역e스포츠경기장 역시 같다. 부푼 마음을 안고 처음으로 방문한 행사는 지역e스포츠경기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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