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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리뷰] 쉬운 게임이라고?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잘 나가는 이유

모두가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몬헌다움'

김승주(사랑해요4) 2025-03-07 13:03:27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몬헌다움"일지도 모른다.


지난 2월 28일 출시된 <몬스터 헌터 와일즈>(이하 와일즈)는 벌써부터 '성공'한 게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3일 만에 무려 800만 장을 판매하며 캡콤 역사상 가장 빨리, 많이 팔린 타이틀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미 성공한 게임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조금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리뷰를 써야만 했다. 50시간 이상을 <와일즈>에 빠져, 퇴근 후 잠까지 줄여 가며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 왜 <와일즈>가 재미있는지에 대한 감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미 출시 1주일이 된 게임을 리뷰하는 만큼 '<와일즈>는 왜 잘 팔렸는가? 게임의 어떤 부분이 유저에게 호평받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며 게임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핵심은 <와일즈>가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것, 그리고 이 점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즐거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
출시일: 2025-02-28
개발사: 캡콤
유통사: 캡콤
플랫폼: PC, PS, Xbox
가격: 84,800
장르명: 헌팅 액션
리뷰 버전: 출시 이후 버전
리뷰 빌드: PC



# 수많은 시스템에서 느껴지는 '난이도 완화'의 의지


<와일즈>를 리뷰하자면 여러 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난이도 변화'에 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쉬워진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하위 몬스터의 경우 전체적인 체력이 감소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며, 초반 몬스터의 경우 패턴을 시전하는 속도가 정말로 느리다. 몇몇 몬스터는 "나 공격할게요!"를 보여준 후, 한 템포마저 쉬고 패턴을 사용한다.

속성 이상치도 좋아져 마비 무기로 몬스터를 몇 번 치다 보면 금새 감전에 걸린다. 일정 확률로 대미지를 경감시켜 주는 '정령의 가호'가 초반 방어구에서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초심자라도 수레를 탈 일이 적어졌다. 효과 자체는 전작과 같지만 유독 잘 터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음식을 요리해 발동할 수 있고 비슷한 효과를 가진 '식사 방어술'과 함께하면 돌아가면서 사용되기에 패턴을 얻어맞아도 "이걸 맞고도 (내가) 안 죽는다고?"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얻어맞아도 잘 안 죽는 편인데, 동반자 아이루가 회복시켜주는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도 있다. 
가끔은 2번 연속으로 회복시켜 주기도

맵이 더욱 크고 복잡해졌지만 새롭게 추가된 탈것인 세크레트 덕분에 몬스터를 쫓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편해지고 빨라졌다.

<월드> 처럼 몬스터를 찾아내기 위해 흔적을 모을 필요도 없다. 몬스터는 맵에 처음부터 위치가 표시되며, 세크레트를 타면 곧장 몬스터 앞까지 이동시켜 준다. 사냥 도중에도 세크레트를 타고 안전한 위치로 도망가 물약을 마시거나 칼을 연마할 수 있다. 심지어 헤비보우건과 같은 경우는 세크레트를 타고 공격하는 '기마술'을 펼치는 것이 나름 유효하다.

공격 시스템에서는 '상처'와 '여러 저스트 혹은 상쇄 스킬'의 추가를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패턴에 대응하고, 보다 쉬운 조작으로 몬스터를 끝없이 공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몬스터를 공격하다 보면 빨간색의 상처가 생기고 이를 '집중 약점 공격'으로 후벼 파면 강력한 대미지와 함께 경직에 걸린다. 

상처 공격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치거나, 적절한 시점에 회피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기믹도 다수 추가됐으며, 몇몇 무기는 몬스터의 공격을 피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후한 판정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하락했고, 누구나 상쾌한 액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전부터 시리즈를 즐겨 온 사람이라면 이러한 방향성에 약간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초기부터 목표했던 것을 살펴봐야 한다. <와일즈>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전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있는 편이 좋다.



# <몬스터 헌터>의 기획 의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사실, <몬스터 헌터>는 '모두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초대박'을 치고 일본의 국민 게임 위치까지 오른 것은 2007년 출시된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부터다. 이 게임은 전작 <몬스터 헌터 포터블>의 2배를 넘어서는 270만 장을 오로지 PSP 라는 기종 하나로만 팔았다. 

단일 타이틀이 100만 장 판매를 넘은 것도 시리즈 최초다. 덕분에 당시 일본에서 PSP는 "몬헌하는 기계"로 불렸고, <몬스터 헌터>는 일종의 사회 현상이 됐다. 유저 한글 패치를 통해 기자를 포함한 다수의 국내 유저가 추가적으로 유입된 것도 이맘때다. (1차 유입은 2005년 국내 한글화 정발된 <몬스터 헌터 G>로 꼽힌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가 잘 팔린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세컨드>는 기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불편함을 대거 해소했기 때문이다. 조작이 합리적으로 바뀌었고 몇몇 악랄한 퀘스트나 시스템이 사라졌다.

<몬스터 헌터 세컨드 G> 부터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동반자 아이루'를 최초로 추가해 진입 장벽을 더욱 낮췄다. 아이루는 귀여운 외모를 통해 여성 유저층 유입에 큰 공헌을 하며 게임 이용자층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3년 캡콤의 한국 강연에서 발췌한 사잔
<포터블 세컨드>를 시작으로 판매량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낮아진 진입 장벽과 더불어 PSP를 들고 다니며 애드훅(혹은 카이) 기능을 통해 '멀티플레이'를 다른 사람과 만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행의 주요한 이유였다.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유심히 봤다면 알겠지만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멀티플레이를 강조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PS2 시절에는 네트워크가 원활하지 않고 진입 장벽이 높아 포텐셜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이도를 낮춰 보다 넓은 유저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특히 학생층), 포터블 기기인 PSP를 만나며 '멀티플레이의 어려움'이라는 난관이 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의 '국민 게임'이 된 것이다.

애초에 캡콤이 작성했던 '특집! 몬스터 헌터 히트의 궤적​'이라는 칼럼에 따르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기획 의도 자체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이었다. 한 예로 게임에서는 몬스터의 사냥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와 상관없이 보상을 받을 확률은 모두가 동일하다. 대미지로 보상과 순위가 정해지는 온라인 MMORPG처럼 "동료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와 같은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오프닝 시네마틱에서 헌터는 늘 동료와 같이 싸운다 (출처: 캡콤)


캡콤 오피셜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처음부터 쉽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지향했다. (출처: 캡콤)


"몬헌다움"이라는 농담 섞인 유행어를 필두로 시리즈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구작은 마치 악랄하기만 하고 매니악했던 게임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첫 시리즈부터 "대중성"과 "폭 넓은 연령층의 플레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많은 사람이 모여 즐기는 멀티플레이"를 목표한 게임이 <몬스터 헌터>다. 


물론, 몇몇 악랄한 퀘스트나 몬스터의 패턴, 노가다성이 심한 엔드 콘텐츠(특히 발굴 장비), 회복 아이템을 마시면 반드시 만세 포즈를 취해야 하는 이상한 개그 센스, 정신 나가게 하는 G급 난이도와 엄청나게 안 나오는 특정 소재 같은 '반론'이 있긴 하다. 기자도 써 놓고 보니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과 함께 온갖 악랄한 기억이 떠오르지만, 적어도 캡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몬스터 헌터>의 성공 이유를 소개할 때 '대중성'을 언급하고 있다. 


쓰다 보니 구작에 대한 온갖 악몽이 생각났다.
한창 싸우는데 와서 헌터를 마비시키는 랑고스타, 하나의 벽이었던 풀풀, 처음 만난 티가렉스, 리오레의 꼬리치기, 그냥 라잔
그리고 G급 난이도와 특정 재료의 고통까지...


다만, 플레이어가 꼭 엔드 콘텐츠까지 게임을 파고들고, 완벽한 세팅을 갖추는 것은 아님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구작 <몬스터 헌터>는 최종 난이도인 G급까지 갈 필요 없이 상위 난이도를 미는 것 하나만으로 도 이미 충분한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2007년 <몬스터 헌터 세컨드>를 통해 시리즈의 신임 PD로 부임한 인물이 우리가 모두 아는 그 '츠지모토 료조'다. 츠지모토가 PD라는 직책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순간부터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포텐셜이 제대로 터지기 시작했다.


2013년의 츠지모토 료조 PD.



# 쉬워졌다는 것은 더욱 재밌어졌다는 것


이 흐름에서 생각해 본다면 <와일즈>가 잘 팔린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출시된 <몬스터 헌터 월드>는 시리즈 최대의 변혁이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기존에 비판받았던 그래픽이 전면 개선됐고, 차세대 그래픽에 맞춰 제작된 맵과 식생은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포션을 먹고 만세를 외치는 이상한(?) 유머 포인트도 사라지고, 움직이면서 포션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와일즈>는 <월드>를 이어받은 작품이기에 <월드> 만큼의 큰 변화가 있지는 않다. 그 대신 그래픽과 연출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메인 스토리의 여러 컷신과 난이도 완화를 통해 더욱 입문자들이 쉽게 시리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며 진입 장벽을 한번 더 끌어내렸다. 퀘스트마다 먹어야 했던 식사도 시간동안 유지되는 방식으로 더욱 간편해졌다. 설치한 함정은 발동하지 않으면 회수할 수 있다.

의외로 지금까지 없었던 기능이다. 이전에는 잘못 깔면 버려야 했다.

음식도 한번 먹으면 '퀘스트'가 아닌 시간 단위로 적용되게 바뀌었다.

동반자 아이루는 더욱 강해져 주인공이 위험하면 곧바로 꿀벌레를 들고 회복시켜 주며, 덫 또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설치한다. <월드>에서는 선택해야 했던 아이루의 스킬을 <와일즈> 에서는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몬스터가 강력한 패턴을 사용할 때는 항상 아이루가 인간의 음성으로 경고해 준다. 심지어 체력이 다하더라도 아이루가 부활을 시켜 주고 '대회복 꿀벌레'를 설치해 주는 기믹까지 있다!

전투도 적은 노력으로 몬스터와 주고받는 공방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상처 시스템과 무기에 추가된, 판정이 후한 여러 저스트 기믹(상쇄, 저스트 회피, 저스트 가드 등) 덕분에 몬스터에게 공격을 끝없이 이어갈 수 있으며, 적은 노력으로 시각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냥은 마치 몬스터와 즐기는 WWE와 같은데, 여기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설명만 '입문자용 무기'였던 한손검은 정말로 설명에 걸맞는 '쉽고 강한 무기'가 되었으며, 대검에 추가된 상쇄 기믹은 호평이 자자하다. 이미 호평을 받았던 <월드>의 그래픽에 진입 장벽을 한 번 더 낮추고, 전투에서 보다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는 점이 흥행의 주요한 이유가 된 듯하다.

<몬스터 헌터>는 무기 숙련도에 따라 전투의 체감이 크게 다른 게임이다. 이미 수많은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한 무기를 익힌 게이머는 신규 몬스터를 만나도 빠른 시간동안 공방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사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이머는 상위 몬스터 하나 사냥하는 데 10분이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냅다 무기만 휘둘러도 10분 정도에 끝나는 경우가 다수다. 

특히,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맞춘 장비와 보석으로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초보 유저는 세팅을 맞추려 해도 상위 몬스터를 잡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리니 제작을 통한 '성장 체감'을 느끼는 시간이 늦어지곤 했다. <와일즈>에서는 정말로 못하지 않는 이상 10분 내로 왠만하면 몬스터가 사냥되기에 컨트롤이 미숙한 유저도 빠르게 소재를 모으고 상위 방어구를 졸업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핵심인 장비와 스킬 맞추기
특히 이번 작은 상위 난이도에서 '거쳐가는 단계'의 방어구를 정말 빠르게 졸업할 수 있다.

엔드 콘텐츠인 아티어 무기 제작

서포트 헌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작품은 구조신호를 통해 멀티플레이가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를 돕는 서포트 헌터를 호출해 싱글 플레이 환경에서도 '멀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메인 퀘스트 도중에도 몇몇 헌터 동료가 주인공을 돕는데 AI가 좋아 상당히 유능하다. 서포트 헌터 시스템 덕분에 앞서 언급했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에 대한 장벽은 한층 더 낮아졌다.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이전보다 강화됐다. 전반적으로 신규 방어구의 디자인이 세련되게 나왔으며, <월드>와 비교해 모델링이 발전했다. 상위 방어구를 만들기만 하면 덧입기가 가능하기에 상당히 빠른 시점부터 자신만의 룩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장비를 착용할 수 있어 조합의 폭은 더욱 커졌다.

간단한 설정을 통해 부담 없이 AI 동료를 호출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과 덧입기 시스템


집회소가 사라진 대신 (추후 추가 예정), 기본 설정인 랜덤 로비 찾기로 게임을 시작하면 
마을에서부터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어 '멀티플레이 게임' 이라는 인상이 커졌다.


# 파고드는 재미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전투의 고점이 낮은 게임이냐고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렵다"를 누구보다 잘 구현한 액션 게임이다. 기자는 한손검을 사용하는데, 한손검은 PS 패드 기준 세모-세모-동그라미-동그라미를 누르기만 해도 하나의 콤보가 완성되기에 정말로 조작하기 쉽다. 저스트 가드의 판정도 널널하며, 긴 무적 시간을 가진데다 스태미나 소모까지 없는 '미끄러지며 베기' 덕분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회피하며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끝없이 공격하는 것이 한손검의 의의. 그래서인지 오래 하면 엄지가 아프다.

그러나 한손검도 나름 심오한 구석이 있다. 몬스터를 가능한 한 '최대 효율'로 잡기 위해서는 포지션 설정과 '몇몇 공격은 이동하거나 시점을 바꾸며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멈추지 않고 몬스터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포지션과 타점을 끝없이 유지해야 한다. '길이가 짧다'는 단점은 여전하기에 타점 설정은 더욱 중요하다.

그 외에도 올려베기를 사용하며 뛰어올라갈 수 있는 벽에 붙으면 점프한 후 내려찍기 공격을 자동으로 사용하거나, 약점이 현재 위치에서 찌르기 애매한 지점에 있다면, 미끄러져 베기를 사용하며 들어가 곧바로 집중 약점 공격으로 콤보를 이어 단번에 상처를 공략할 수 있다거나 하는 기믹이 있다. 이런 점을 하나하나 깨우치고 실전에 응용하려 하다 보면 무기 하나하나를 숙련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몬스터 헌터>에 빠져 사는 팬층이 많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고, 무기의 주요 기믹은 시리즈마다 늘 변화한다. 이번 <와일즈> 에서도 신규 기믹을 숙련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유명 한손검 유저가 알슈베르도를 사냥하는 모습
겉으로 보면 막 때리는 것처럼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타점과 포지션을 계속해서 조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최적화는 여전한 문제이지만, 나름 발전한 비주얼

<와일즈>의 성취에는 '그래픽'을 빼놓을 수 없기도 하다. <몬스터 헌터 월드>에 이어 출시된 <몬스터 헌터 라이즈>를 생각하면 쉽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그래픽 스타일은 <월드> 기반이 아닌 구작의 스타일을 강화한 느낌이었는데, 이에 시각적인 측면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 감이 있다. 수천만 장 이상의 엄청난 판매량을 위해서는 게임에 관심이 적은 사람에게도 어필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실사풍 HD 그래픽이 유리하다는 느낌이다. 

비주얼적인 강화를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날씨의 변화다. 첫 맵에서는 주기적으로 모래 폭풍이 찾아와 갑자기 필드 전체가 어두워지기도 하며, 주인 몬스터 '레 다우'가 등장하는 이상 기후에서는 맵 곳곳에 낙뢰가 내려친다. 기름 솟는 계곡은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 필드 곳곳에 용암이 몰아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와일즈>에서 최초로 시도된 '두족류 몬스터'도 상당히 흥미로운 비주얼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FSR을 쓰는데다 스크린샷이 리사이징이 이루어졌기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비주얼과 연출이 상당히 발전한 편이다.


다만, 그래서인지 최적화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오픈 베타 테스트 버전과 비교하면 안정적이긴 하나, 프레임 생성 기능이 없다면 3070Ti에서도 그래픽 대비 프레임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408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게임을 매끄럽게 즐기기 위해선 프레임 생성 기술 사용이 필수적인 편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마케팅과 '유명세가 더 큰 유명세로 이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전작 <월드>의 성공과 판매량을 통해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이전에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AAA급 웰메이드 타이틀'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줬다.


여기에 다양한 게임쇼 참가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대세 몰이'를 함으로써 유명세가 더욱 커지도록 했다. 캡콤 역시 800만 장 판매를 보도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발매 전부터 큰 화제를 만들어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한번 더 진입 장벽을 끌어내린 캡콤의 선택은 정확했다


이번 <와일즈>를 통해 보여준 캡콤의 노림수는 확실하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그리고 낮아진 진입 장벽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팅 액션의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것. 멀티플레이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라도 서포트 헌터를 불러 타인과 함께 사냥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기자도 빨리 퇴근하고 <와일즈>를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어렵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그렇다. 물론, 쉬워진 만큼 엔드 콘텐츠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고(사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초창기엔 늘 그랬지만), 프레임 생성 기능이 없으면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어려운 엉망진창 최적화는 확실한 단점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순수한 재미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와일즈>는 시리즈 입문에 가장 적격이자, 역대 <몬스터 헌터> 시리즈 중 가장 기획 의도에 잘 들어맞는 '즐거운' 게임이다. 꼭 친구를 꼬셔서 하시길.

몬스터 헌터 와일즈
9  / 10
한줄평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리즈 최고로 상쾌한 '몬스터 헌터'
장점
- 쉽고 상쾌해진 액션에서 오는 재미
- 액션을 어려워하는 초보자도 즐겁게 사냥 가능
- 발전한 그래픽 퀄리티, 보는 재미가 있는 식생 묘사
- 더욱 좋아진 덧입기 시스템과 커스터마이징
- 재미있고 흥미롭게 디자인된 신규 몬스터들
단점
- 옹호하기 힘든 최적화
-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출시 시점의 엔드 콘텐츠
- 마이 하우스 시스템, 투기장 연속수렵 등 기존에 존재했던 콘텐츠의 부재
- 세크레트 때문인지 더 복잡해진 맵
<몬스터 헌터>는 친구랑 할 때 가장 재미있다. 그리고 <와일즈>는 친구를 꼬시기에 가장 적합한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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